봄바다 물들이는 향긋한 붉은 ‘멍게’ 꽃
봄바다 물들이는 향긋한 붉은 ‘멍게’ 꽃
  • 배석환
  • 승인 2024.03.25 10: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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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쉥이’와 ‘멍게’ 모두 표준어로 사용
멍게, 비단멍게, 돌멍게 등이 식용으로 선호
성장 후 장기를 스스로 소화하며 바닥에 유착해 생활
글리코겐, 바나듐 등 풍부해 피로회복과 성인병 예방 탁월

따뜻한 봄바람에 꽃이 피어오듯이 바다에도 제철을 맞이한 선홍빛 꽃이 피어오른다. 바로 봄의 전령사이자 바다향을 가득 간직한 멍게다.

붉은색 몸에 원뿔형의 돌기가 가득한 멍게가 바다속 암초지대에 촘촘히 박혀있는 것을 보면 빨갛게 핀 꽃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린다.

두둑한 껍질을 벗겨내면 나타나는 주홍빛 속살은 시원한 바다향을 한껏 머금고 있어 알싸하면서 독특한 풍미가 우리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 우렁쉥이를 아시나요?

가끔 수산시장이나 남해지역을 지나가다보면 ‘우렁쉥이’라는 명칭을 접할 수 있는데 생소해보이는 이 단어는 본래 우리가 아는 멍게의 표준명이다.

현재 우리가 주로 쓰는 멍게라는 명칭은 본래 지역방언이었으나 멍게양식의 최대 산지인 통영과 경남지역에서 ‘멍게’라는 명칭을 많이 사용해 일반화되면서 표준명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서양에서는 멍게의 울퉁불퉁하고 삐쭉삐쭉한 돌기가 파인애플과 닮았다 하여 일반멍게를 ‘Sea Pineapple(바다의 파인애플)’이라고 부른다.

일반멍게와 다르게 돌기가 적고 맨들한 비단멍게의 경우에는 복숭아를 닮았다고 해서 ‘Sea Peach(바다의 복숭아)’라고 불리기도 한다.
 

▲ 봄의 수산물 멍게의 생태

멍게는 얕은 바다속 암석, 해초, 조개 등에 주로 붙어서 서식하며 군체를 이루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한반도 전역에서 흔히 발견되어 오래전부터 식용으로 사용되었고, 1970년대 이후에 내륙 도시까지 유통되기 시작했다. 멍게양식이 성행하면서 통영과 거제를 비롯한 남해지역에서 전국 생산량의 70%가 생산된다.

멍게의 껍질에는 울퉁불퉁한 돌기들이 나있는데 그 중 정상부에 구멍이난 커다란 두 개의 돌기가 입수공과 출수공이다.
멍게는 입수공을 통해 바닷물을 빨아들여 물속의 플랑크톤을 섭취하고 출수공으로 남은 물을 뱉어내면서 생활한다.

또한 자웅동체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하나의 개체가 자손을 낳는 무성생식과 외부에서 알을 수정하는 유성생식으로 번식한다.

주로 5~24℃의 수온에서 성장하며 수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는 봄에 수확하며 제철을 맞이한다.

▲ 다 같은 멍게가 아니다

붉은 빛깔에 동그란 알맹이가 있는 멍게는 한종류만 있을 것 같지만 우리나라 멍게는 16종 정도가 알려져있고 익히 알고있는 종류는 멍게, 비단멍게, 돌멍게 3종류가 있다.

일반 멍게는 우리가 흔하게 먹는 양식멍게다. 일부지역에서는 자연산에는 ‘참’자를 붙여 참멍게라고 부르며 양식산에 비해 껍질이 두껍고 뚱뚱하며 뿌리부분이 거친 특성이 있다.

강원도지역에서는 비단멍게가 유명하다. 붉은멍게, 홍멍게라고도 불리며 얇으면서 매끈한 외피에 빨간 속살을 가졌다. 다른 멍게들에 비해 씁쓸한 맛이 덜하고 단맛이 나며 해녀들이 직접 채취하기 때문에 일반 멍게보다 비싸다.

일반적으로 붉은 멍게와 달리 돌 같은 황갈색을 띈 돌멍게가 있다. 끈멍게, 거북등안멍게 라고도 불리며 돌과 같이 딱딱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말랑말랑 하다.

육질이 부드럽고 바다향을 많이 함유해 시원한 맛이 일품이며 양식이 되지 않아 전량 자연산으로만 만날 수 있어 가격이 비싸다.

돌멍게를 반으로 쪼개면 내부가 파여있어 술잔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 멍게는 식물일까?

하단에 여러갈래의 뿌리가 있고 암초사이에 붙어서 서식하기 때문에 멍게가 식물인지 동물인지 헷갈리는 사람이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멍게는 동물계에 속한다.

어린 멍게는 두뇌, 지느러미, 눈, 꼬리, 신경, 근육 등 고등기관을 가지고 바다 속을 유영하며 성장한다.

하지만 성체가 되면서 이러한 기관들을 모두 스스로 소화해 버리고 바닥에 뿌리내려 정착생활을 한다.

뇌 마저도 일부 흔적만 남기고 소화시키고 해수를 빨아들여 플랑크톤을 섭취하고 배출하는 방식으로 생활하기 때문에 식물로 오해받기도 한다.

▲ 천연 피로회복제 멍게

멍게는 해삼·해파리와 함께 바다의 ‘3대 저열량 식품’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낮은 열량에도 불구하고 저지방, 고단백 식품일 뿐만 아니라 바다의 보물이라고 불릴만큼 각종 영양소를 담고 있다.

멍게에는 타우린 성분과 글리코겐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천연 피로회복제 역할을 한다. 다당류의 일종인 글리코겐은 인체의 근육 형성을 돕고 운동 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신체에서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 신속하게 포도당을 공급하기 때문에 피로 해소에 효과적이다. 여름철 수온이 올라가면 멍게에 글리코겐의 함량이 높아진다.

또한 멍게는 인슐린 분비를 촉진시켜 혈당을 낮추고 당뇨나 각종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바나듐 성분이 풍부하다. 

멍게를 먹을 때 느껴지는 알싸한 특유의 향은 불포화 알코올인 신티올에서 나온다. 이 성분은 알코올의 체내흡수를 억제시켜 숙취해소에 좋다.

타우린 성분도 다량 함유해 담즙을 분비해 간의 해독작용을 도와 알코올 분해에 도움을 주며, 피로회복과 피부미용에도 효과가 있다.

멍게 껍질에 들어있는 콘드로이틴황산 성분은 무릎관절의 염증예방에 효과가 있고 관절을 유연하게 해주는데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칼륨, 철분, 아연 등 여러 영양분이 풍부하다.

▲ 향긋한 밥도둑 멍게

멍게는 특유의 향긋한 바다향을 담고 있어 회로 먹거나, 젓갈, 비빔밥 등 다양한 요리에 재료로 사용된다.

멍게를 회로 먹기 위해서는 뿔부분과 밑동 부분을 칼로 잘라낸 몸통을 갈라낸다. 그런 후 뒤집어 배설물 등을 제거하면 속살을 먹을 수 있다. 

신선한 멍게 속살을 초장에 찍어먹으면 바다향과 함께 씁쓸하면서도 짭쪼롬한 맛이 오묘한 매력이 있다. 
 
싱싱한 멍게는 크기가 고르고 껍질의 색이 붉고 광택이 나며 속살은 주홍빛을 띄며 특유의 향이 난다. 내장이 제거된 멍게는 흐르는 물에 씻어 먹어야 한다.

멍게 속살에 다진파, 마늘, 청양고추와 함께 간장, 멸치액젓과 소금을 넣은 후 고춧가루를 넣어 버무리고 2~3일간 숙성 후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 바다맛을 느낄 수 있는 멍게젓갈을 즐길 수 있다.

간편하게 밥 위에 먹기 좋게 썰어놓은 야채들과 함께 조각김과 멍게살을 올리고 참기름과 함께 비벼먹으면 밥도둑 멍게비빔밥이 완성된다.

▲ 따뜻한 물에 약한 멍게

멍게의 생산 수온임계치는 24℃로 알려져있다. 고수온에 노출되면 멍게물렁증 이라는 질병에 노출되어 탄성을 잃고 말랑말랑해지며 폐사하게 된다.

최근 몇 년간 여름 이상고온에 이은 산소부족 물덩어리인 빈산소수괴의 확산 등으로 인해서 멍게 양식어가들이 큰 피해를 입어 왔다. 고수온으로 인해 발육이 늦고 껍질이 녹아버리면 멍게가 대량 폐사 해버렸기 때문이다. 

올해는 지난 2년간 바닷속에서 성장한 멍게가 출하되며 이전보다 품질이 좋을 것으로 기대된다.

수협이 운영하는 국내산 신선식품 전문 쇼핑몰 수협쇼핑에서는 제철을 맞이한 신선한 멍게를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 신선한 활멍게, 먹기좋은 깐멍게(알멍게) 등을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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