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치’로 만든 짭쪼롬한 국민대표 주전부리‘쥐포’
'쥐치’로 만든 짭쪼롬한 국민대표 주전부리‘쥐포’
  • 배석환
  • 승인 2024.03.0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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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10여종…쥐치, 말쥐치, 객주리 등 알려져
칼슘 많은 고단백 생선으로 뼈건강과 소화에 좋아
바다의 3대 푸아그라‘쥐치간’별미로 꼽혀

영화관이나 휴게소에서 마른오징어와 함께 대표적인 간식거리로 손꼽히는 것이 바로 쥐포이다.

짭짭한 맛과 함께 특유의 감칠맛, 달달한 맛까지 삼박자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쥐포는 손에 한번 닿으면 없어질때까지 멈추지 못하는 국민 주전부리이기도 하다.

이름이 ‘쥐포’라서 쥐고기로 만들지 않았냐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실제로는 ‘쥐치’라는 생선에 감미료를 첨가해 포로 만든 쥐치포이다.

이전에는 너무 많이 잡혀 흔한 생선으로 소비됐지만 1990년대 이후로 쥐치의 생산량이 급감해 국산 쥐포는 ‘서민 음식’에서 ‘고급 음식’이 됐다.

▲ 쥐와 닮은 생선

쥐치는 외형상 주둥이가 돌출되어있고 끝이 뾰족한 이빨을 가진 것이 쥐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물밖으로 나오면 ‘찍찍’하며 내는 소리가 쥐 우는 소리와 유사하다 해서 쥐치라 부른다는 설도 있다.

<전어지>에는 쥐치어, <우해이어보>에서는 서탑 또는 서어로 기록되어 있으며, ‘낚시 미끼를 잘 물지만 입이 작아 삼키지 못하고 옆에서 갉아먹는 것이 쥐와 같다’라는 설명이 적혀있다.

때문에 지방에서는 쥐고기라고도 불리며 전남에서는 쥐치어, 포항에서는 가치, 제주도에서는 객주리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난호어명고>에는 쥐치 껍질에는 모래구슬이 있어 나무를 갈아낼 수 있다고 했다. 당시에 쥐치의 표피가 거칠거칠해서 껍질을 벗겨 사포로 사용하기도 했다.

▲ 바다의 신사 쥐치

쥐치는 복어목 쥐치과의 물고기로 비교적 따뜻한 물을 좋아해 남방해역과 제주도 근해 부근에 많이 서식한다.

얕은 수심의 바다속 암초지대에 무리지어 서식하며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꼬리지느러미를 좌우로 흔들며 유유히 헤엄치는 모습이 평화스러운 수중 세계를 거느리고 있는 듯 보여 ‘바다 속의 신사’로도 불린다.

하지만 먹이활동을 할때는 행동이 빨라지며 뾰족한 주둥이와 강한 앞니로 새우, 게, 갯지렁이, 조개류, 해조류 등을 먹으며 성장한다.

쥐치는 주로 5~8월사이에 산란기를 거치며, 산란이 끝난 후 겨울에서 이듬해 2월까지가 제철이다.

산란직전인 3~4월은 살이 올라 맛이 좋긴 하지만 수온이 낮아 따듯한 바다를 좋아하는 쥐치 특성상 어획량이 적은 편이다.

전세계적으로 쥐치는 80여종이 알려져 있으며 우리 바다에는 쥐치, 말쥐치, 객주리 등 10여 종이 잡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도에서는 객주리회를 판매하나 제주도의 객주리는 말쥐치를 지칭하는 방언으로 표준명으로 객주리라 불리는 쥐치의 어종은 따로 있다.

▲ 바다의 해파리 청소부

쥐치는 대표적인 해파리의 천적인 어종으로 손꼽힌다. 쥐치는 가죽이 두껍고 질겨 해파리의 독에 영향을 받지 않고 내성이 있다.

쥐치 치어는 강한 앞니를 이용해 무리지어 해파리를 포식하는 특성이 있다.

여름철 해수온이 상승하면서 해수욕장에 빈번히 증식하는 맹독성 해파리를 제거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한때 해파리가 증가한 원인이 쥐치의 개체수 감소가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으며 최근 해파리퇴치 목적 뿐만아니라 자원고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쥐치 방류 작업 및 양식 등을 진행하고 있다.

쥐치는 독을 지닌 것으로 유명한 복어와 친척이지만 독이 없는 종이 많다.

다만, ‘날개쥐치’는 다른 쥐치들과는 다르게 복어의 50배에 해당하는 ‘팔라톡신’이라는 독을 품고 있어 섭취하며 사망에 이를 확률이 높기에 식용에 주의해야 한다.

▲ 국민 주전부리 쥐포

쥐치가 유명세를 타게 된 이유는 쥐치포가 국민 간식으로 인기를 얻게 되면서이다.

쥐치포는 주로 말쥐치를 이용해서 만들며 1970년대 이전까지는 자원은 풍부하나 식용으로 사용하기 힘들어 비료로 쓰일정도로 상품가치가 없었다.

이후 어촌의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남아도는 쥐치 가공법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일본의 조미어포 가공기술을 바탕으로 포를 만든 것이 쥐치포의 시작이다.

특히 삼천포 지역은 쥐치 자원이 풍부해 어촌지역 주부들은 가내수공업으로 쥐치포를 생산했으며 1970년대에는 가공업체가 100여곳에 달할 정도로 황금기를 보냈다.

하지만 이후 남획 등으로 인해 자원이 급감하면서 쥐치포 산업도 급속하게 쇠퇴하기 시작하며 수입산 쥐포가 국내산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국내산 쥐치포는 대게 포를 떠서 그대로 만드는 ‘알포’방식으로 만들며, 말쥐치 한 마리를 두쪽으로 잘라 포를 2장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말쥐치 껍질과 내장, 머리를 제거 하고 세척, 감미료등을 조미, 저온숙성, 건조의 과정을 거쳐 쥐치포를 만든다.

평소에 저렴하게 먹는 쥐치포는 작은 쥐치포를 설탕등의 점성을 이용해 여러겹을 쌓아 만든 ‘빵포’로 달달하긴 하지만 ‘알포’에서 본연의 맛을 더욱 느낄 수 있다.

▲ 칼슘 풍부 뼈건강에 좋아

쥐치는 고단백, 저지방, 저열량의 대표적인 다이어트 식품으로 좋다. 다만, 쥐치포의 경우 조미 성분이 첨가돼 다이어트에는 적합하지 않다.

우리 몸의 주요에너지원으로 작용하는 지방산이 풍부하며, DHA 및 니아신을 함유하고 있어 고혈압과 동맥경화등 심혈관계질환을 예방하고, 혈중콜레스테롤을 낮추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비타민 B1을 다량 함유하고 있는 흰살생선으로 소화를 촉진하며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위장건강에 도움이 된다.

쥐치는 칼슘이 풍부해 뼈건강에 좋아 관절염, 고혈압 등에 도움이 되며 쥐치포의 경우 뼈째로 만드는 경우가 있어 칼슘이 더욱 풍부하다고 한다.

▲ 별미 중 별미 쥐치 요리

일반적으로 쥐치는 포를 만들어 먹는 쥐치포가 대표적인 음식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쥐치는 회로 먹어도 맛이 좋고, 조림, 탕 등 다양한 조리법으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쥐치의 간은 아귀 간 못지 않은 진미로 미식가들 사이에서 통한다.

갓 잡은 쥐치를 회로 먹을때는 그 맛과 식감이 일품이다. 복어회와 유사한 느낌으로 얇게 썰어 먹으면 단단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을 느낄 수 있다.

흰살생선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하고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크기가 작은 쥐치의 경우 뼈가 연해 통째로 회를 썰어서 먹기도 한다.

3~6시간 가량 숙성하게 되면 감칠맛과 단맛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쥐치의 간 역시 별미로 꼽히며 홍어간, 아귀간과 함께 바다의 3대 푸아그라로 불린다.

쥐치의 간은 생간을 먹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생선이며 신선할때가 가장 맛있기 때문에 산지외에서는 먹기가 어려운 편이다.

매우 고소하고, 크림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가지고 있으며 날것으로 먹거나 기름장과 함께해서 먹는다.

제주도에서는 말쥐치를 ‘객주리’라 불르며 객주리조림이 별미로 유명하다.

손질한 쥐치에 무, 마늘, 고춧가루, 간장을 넣고 졸이는데 맛의 비법은 볶은 콩 등을 이용해 비린내를 잡는 것이다. 매콤달콤한 맛에 담백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 사라질뻔한 쥐치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1980~1990년까지 부산과 경남에는 매년 10만 톤 가량의 쥐치가 잡힌 것으로 기록돼있다.

이처럼 흔한어종이였던 지취는 바다환경의 변화와 남획 등으로 인해 자원이 급감하게 되면서 1993년에는 2만 톤, 이후에는 1만 톤을 넘기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2000년대 들어와서도 다양한 수요에도 불구하고 고작 500톤 가량 잡히는 귀한 생선으로 변하게 됐다.

이후 쥐치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 및 수정란·치어방류 사업 등 자원복원을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진행됐다. 지역어민들과 지자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 2017년 이후에는 약 1000톤 가량으로 자원이 회복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말쥐치에 대한 완전양식 기술의 개발로 양식 쥐치가 공급되기 시작했으며 계절을 가리지 않고 연중 쥐치를 즐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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