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홍빛 부드러운 속살 갑각류의 제왕 ‘대게’
선홍빛 부드러운 속살 갑각류의 제왕 ‘대게’
  • 배석환
  • 승인 2022.10.19 18:34
  • 호수 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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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대게’, ‘박달대게’, ‘홑게’ 모두 같은 품종

같은듯 다르고 요리해 놓으면 더 구분이 힘든 것이 수산물입니다. 또 시장이나 식당에서는 무슨 뜻인지 알다가도 모를 말들도 심심치 않게 등장합니다. 어업in수산이 소소한 수산 상식을 매주 알려드립니다.

딱딱한 껍질 속에 숨겨진 부드러운 속살이 매력인 갑각류. 여러 종류가 있겠지만 그중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대게를 꼽을 수 있다. 대게는 십각목 긴집게발게과 대게속에 속한다. 우리나라 동해를 포함해 오호츠크해, 알라스타 연안 등 북방 냉수역 깊은 곳에 서식하고 수심 120~350m 깊은 바다 진흙 또는 모래바닥에 산다. 

우리나라는 오래전부터 대게를 즐겨왔는데 조선시대 서유구가 편찬한 ‘우해이어보’에는 대게를 ‘붉은 게’라는 의미인 ‘자해(紫蟹)’로 소개하고 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 ‘신증동국여지승랑’에도 자해로 기록돼 있다. 이는 대게 몸빛이 전반적으로 붉은빛이 나기 때문이다.

특히 우헤이어보에는 ”대게는 갑각류 중에서 가장 크다. 큰 것은 그 껍질에 수십 곡(10말)을 담을 수 있다. 이런 게는 낚시나 그물로 잡을 수 없다. 이곳 사람들 말로는 거대한 게는 천 년마다 껍질을 벗는데 그 껍질이 왕왕 바닷가로 떠올 때가 있다. 뱃사람들은 그것을 주워서 지붕에 덮는다 한다.“로 소개돼 있을 만큼 대게는 그 크기로 인해 예부터 예사롭지 않은 수산물로 여겨왔다. 

더불어 ”넓적다리와 집게발은 살이 찌고 맛있어서 이곳 사람들은 포를 만든다. 색깔도 선홍빛으로 예쁘고 맛은 달고 연하니 참으로 진품이다.“라는 부분에서는 그 맛을 최고로 쳐주었음을 알 수 있다.

대게는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어획되는 종으로 성체의 갑각은 원형에 가깝고 너비가 길이보다 조금 더 길다. 등 면은 납작하고 돌기들이 산재해 있다. 이마는 두 갈래로 V자 형태 홈으로 나누어지고 짧고 넓은 2개의 가시가 있다. 집게다리는 걷는다리보다 짧고 각 긴마디는 삼각기둥 모양이며 가장자리를 따라 뾰족한 돌기들이 있다. 

등 쪽은 대체로 편평하며 뒤부분 경사각은 완만하며 등갑은 암갈색을 띠고 있지만 뒤집어서 배를 보면 흰색이다. 암컷의 걷는 다리는 수컷보다 짧고 수명은 암컷이 9~12년, 수컷 13년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게의 명칭이 자해가 아닌 지금의 대게로 불리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은 없다. 다만 대게의 다리가 길쭉하고 중간에 마디가 있어 그 외형이 마치 대나무 마디와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인 ‘죽해(竹蟹)’를 우리말 대게로 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대게의 인기는 시간이 흘러 현대에 이르러서도 여전하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동수단과 저장시설의 발달로 전국 어디서나 대게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산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는 종류로는 ‘대게’, ‘홍게(붉은대게), ’너도대게(청게)‘ 정도다. 하지만 지역방언과 판매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차원의 명칭까지 더하면 불리는 이름은 더 다양하다. 

우선 ’영덕대게‘를 들 수 있다. 영덕대게는 고려 태조가 영동 지방을 순시했을 때 수라상에 올라 지역 특산물이 됐다고 전해진다. 이 때문에 영덕대게는 다른 지역 대게보다 비싼 가격을 형성하게 됐고 동해에서 대게를 잡은 배들이 영덕항으로 몰려들어 경매를 하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다음으로 ’박달대게‘다. 얼핏 명칭만으로 대게의 한 종류로 생각되기 쉽지만 일반 대게와 같은 종이다. 대게가 많이 나오는 영덕에서 쏙이 꽉차고 크기가 큰 대게만을 골라 따로 판매를 하고 있는데 이것이 박달대게다. 박달나무는 속이 꽉차 물에 가라앉는데 그만큼 속살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홑게‘는 대게 마니아들은 알고 있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다소 생소한 명칭이다. 대게는 일정 시기가 되면 탈피를 하는데 이는 살이 많이 올라 더 큰 갑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탈피 직전의 대게가 가장 맛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탈피 직전의 대게를 홑게라 부른다.

이처럼 다양한 명칭으로 판매되고 있는 대게류는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가장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박달대게의 경우 수협 위판장에서부터 다리에 띠를 둘러 판매가 되기 때문에 이것이 없다면 박달대게가 아니다. 원산지가 영덕대게라 표시되면 일반 대게보다 비싼 가격을 형성하는데 이 역시 조업 장소가 아닌 경매장소이기 때문에 조금더 저렴한 일반 대게를 구입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가장 주의해 할 것은 대게와 홍게다. 싱싱한 상태에서는 구별하기 쉽지만 찌거나 조리를 해버리면 사실상 구분이 힘들다. 온라인이나 배달의 경우 가급적 생물 상태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좋다.

수입산 대게는 대부분 러시아에서 들여온다. 우리나라 대게보다 크기가 큰 편이며 수율도 좋아 수입산을 더 선호하는 이들도 있다. 단맛이 우리나라 대게보다 덜 하다고 하지만 사실상 구별하기 힘들다. 문제는 크기가 크기 때문에 간혹 비싼 박달대게로 둔갑하는 경우가 있다.

홍게는 대게보다 더 깊은 수심에서 서식한다. 등갑과 배쪽이 모두 진홍색으로 대게와 구별할 때 배쪽의 색을 보면 된다. 갑각의 뒷부분이 부풀어올라 경사가 급하며 옆 가장자리 아랫부분에 돌기가 한 줄 나있고 예리한 가시가 있다.

홍게가 주로 나오는 지역에서는 홍게라 부르지 않고 붉은대게라 하는데 그 이유는 과거 수입산 질 낮은 홍게들이 아주 싼 가격에 판매되면서 홍게는 먹을 것이 없다는 편견이 굳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홍게는 그 맛이 대게에 뒤지지 않아 대게보다는 싸지만 수입산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돼 있는데 수입산 홍게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산지에와서 홍게를 찾는 이들이 비싼 가격에 놀란다고 한다. 이러한 선입견을 바꾸기 위해 붉은대게라 부르고 있다.

너도대게는 정확한 표준명은 아니다. 현지에서는 청게라 부르고 있다. 생긴 것이 대게와 홍게와 닮은 듯 하면서도 다른데 간혹 어획되던 것이 2000년대부터 많은 양이 잡히기 시작해 국립수산과학원에서도 여전히 너도대게에 대해 연구중에 있다. 

대게와 홍게의 교잡종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특히 홍게와 구분이 매우 어렵다. 색이 조금더 진한 자주빛을 띠고 있다고 하지만 사실상 일반인들이 구별하기 힘들다. 등갑은 연한 주홍색이고 두흉갑 뒷부분에 돌기가 두 줄 나 있고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대게
대게
박달대게
박달대게
홍게
홍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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