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바다에 드는 단풍, 붉은대게
경북 바다에 드는 단풍, 붉은대게
  • 수협중앙회
  • 승인 2010.11.03 21:59
  • 호수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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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초면 뭍의 단풍은 끝을 보이기 시작하지만, 울진 영덕 등 경북 바다에는 그때부터 진짜배기 ‘단풍 맛’이 들기 시작한다니 붉은대게 맛이다.


초가을부터 대게를 대신해 관광객들의 입맛을 충족시켜 주었던 붉은대게 역시 동쪽바다에 본격적인 찬바람이 불어오면서 제 맛이 든다.

이 무렵이면 울진 죽변항·후포항, 영덕 축산항·강구항 좌판이며 골목길까지 게 찌는 냄새가 넘쳐나기 일쑤다. 토박이들은 그 냄새만 맡고도 지금 찜통에서 쪄내는 게 붉은대게인지 대게인지를 척척 알아 맞출 정도라던가. 반면, 먹을거리 찾아 온 외지 관광객들은 눈으로 보고도 대게인지 붉은대게인지 헛갈리기 일쑤다.

경북 바다 심해에서 건져 올린 붉은대게는 제철에 먹으면 그 맛이 대게 못지않다 했다. 뭍에 단풍이 질 무렵부터 붉은대게는 속살이 들어차기 시작한다는데, 잘 쪄낸 붉은대게를 집어 드는 관광객들의 입에 군침부터 돈다.

껍질이 얇은 붉은대게는 그 껍질 까기도 쉬운데다 다리가 길어 번거롭지 않게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가위나 손으로 껍질을 잘라 속살을 빼면 ‘맛살’모양의 기다란 다리 살이 슬며시 빠져 나온다. 쫄깃쫄깃하고 담백한 맛의 속살이다.

대게나 붉은대게는 살린 채 물에 넣어 끓이거나 삶으면 내장이 쏟아져 나와 제 맛을 잃거나 다리가 쉽게 떨어져 나가니 민물에 담갔다가 숨이 죽으면 곧 뒤집어 놓아야 한다. 귀한 맛인 내장을 제대로 보존하면서 조리하기 위해서다.

옛 방식을 응용해 만든 찜통에서 꺼내 든 붉은대게는 실제 맛보다 눈요기로 그만. 특히, 뒤집어 놓은 몸통까지 대게와 달리 온통 붉은 색이 도니 더욱 그러하다.

큼직한 접시에 한 마리만 올려놓아도 말 그대로인 잔칫상. 대게에 비해 맛도 떨어지지 않고, 껍질에 들어찬 속살이나 내장도 실하다. 게눈 깜짝 할 사이에 다리 살을 발라먹은 뒤 몸통을 두고 ‘어쩔까’싶어 주방을 보고 있으면, 또 한 번의 손맛을 보태준다.

등껍질 안쪽에 붙은 살과 내장을 알뜰살뜰 발라내고, 푸짐한 내장을 샅샅이 덜어내 여기에 참기름과 실파며 당근을 넣고 약한 불에 볶아낸 ‘장비빔밥’이다. 껍질에 담아 내오는 이 장비빔밥 차례가 되면 몇 사람이 한 자리에 앉아있든 ‘허’하는 감탄사와 게 껍질에 닿는 수저 소리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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