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 사찰 기행>>내소사
우리바다 사찰 기행>>내소사
  • 김동우
  • 승인 2014.11.20 14:48
  • 호수 2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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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산반도에 위치한 내소사는 능가산 등 자연과의 조화미가 아름다운 사찰로 꼽힌다.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빼곡하게 도열한 채 방문객을 맞아 준다. 숲은 피톤치드 가득한 상쾌한 공기를 내 뿜는다. 길게 이어진 길은 올해 마지막 단풍 구경을 나선 행락객들로 북적인다. 여기저기서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하나, 둘, 셋을 외친다. 방긋 웃는 표정 뒤로 노랗고 붉은 낙엽이 바스락 거리며 몸을 비빈다. 어느새 겨울 준비를 하는 모양이다. 스쳐지나가는 가을이 아쉽기만 하다. 어느새 500m 넘게 이어진 전나무 길은 천왕문에서 끝이 나고 1000년이 넘는 세월 앞에 당도하는데….


변산반도 능가산 내소사

전북 부안 변산반도 곰소항 인근에 위치한 내소사는 백제 무왕 34년(633)에 세워진 고찰로 자연 속에 스며드는 건축미가 눈길을 사로잡는 장소다. 이런 이유로 ‘나의문화유산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교수(전 문화재청 청장)는 한국 5대 사찰 중 하나로 내소사를 꼽기도 했다.

이 고찰은 임진왜란 당시 대부분 소실됐다가 조선 인조 때에 제 모습을 찾았다. 특히 내소사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능가산과의 조화가 무척이나 뛰어나다.

지금은 투박한 색을 하고 있는 대웅보전(보물291호)은 과거 단청과 관련된 전설이 전해지고 있고, 특히 연꽃과 수련으로 장식된 꽃살문은 우리나라 장식무늬의 최고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산사의 고요 속에서 꽃살문을 바라보고 있으면 꽃잎 한 잎 한 잎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이처럼 저절로 향이 피어 오를 것만 같은 사실적인 조각은 내소사에서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 볼거리다.

그 예술성은 다른 곳에서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며 여섯 잎 보상화가 연속된 기묘한 모양은 신비롭기만 하다.

법당 안에서 꽃살문을 보면 꽃무늬 그림자는 보이지 않고 단정한 마름모꼴 살 그림자만 정갈하게 비쳐드는 것도 특징이다. 여기다 못을 쓰지 않고 만들었다는 대웅전을 바라보고 있으면 신의 반열에 오른 솜씨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내소사는 전나무로 시작한 길에서 한국적 미의 최고봉을 보여주는 꽃살문 등 나무와 관련된 이야기를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 곳이다.

전설에 따르면 대웅전을 지은 목수는 3년 동안 나무를 목침 만하게 토막 내 다듬기만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장난기가 발동한 사미승이 그중 한 개를 감췄고, 나무 깎기를 마치고 토막 수를 헤아려 본 목수는 자신의 실력이 법당을 짓기에 부족하다며 일을 포기하려고 했다. 그러자 사미승이 뒤늦게 감춰두었던 나무토막을 내놓았다. 하지만 목수는 부정 탄 재목을 쓸 수 없다며 끝내 그 토막을 빼놓고 법당을 완성했다고 한다. 대웅보전 오른쪽 앞 천장 위에 나무 한 개가 부족한 이유다.

또 법당 내부를 장식한 단청에도 한 군데 빠진 곳이 있는데, 여기에도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법당 건물이 완성된 후 한 화공이 단청을 그리면서 100일 동안 아무도 안을 들여다보지 말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런데 99일째 되는 날, 사미승이 궁금증을 못 이기고 안을 몰래 들여다보고 말았다. 그러자 법당 안에서 단청을 그리던 금빛 새(관음조) 한 마리가 붓을 물고 그냥 날아가 버렸다. 이 때문에 법당 좌우에 쌍으로 그려졌어야 할 용과 선녀 그림이 오른쪽에는 그려지지 못했다.

또 내소사는 다양한 트레킹 코스를 갖추고 있어 등산객의 방문이 끊이질 않는 곳이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직소폭포를 왕복하는 코스다. 이밖에도 드라마 ‘대장금’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작은 연못은 장금이를 떠올리는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해풍이 곰소 염전 위를 난다. 염부들은 서둘러 하루 일과를 마무리 한다. 뉘엿뉘엿 변산반도를 넘어 서해 한 가운데로 몸을 숨긴다. 이때 쯤 내소사에도 땅거미가 깔리고 조용한 사찰의 밤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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