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바다 100대 명산 트레킹 ‘한라산’ >> 가을 정상에서 제주를 보다
우리바다 100대 명산 트레킹 ‘한라산’ >> 가을 정상에서 제주를 보다
  • 김동우
  • 승인 2014.10.30 14:13
  • 호수 2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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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라산 정상에 오르려는 사람들 뒤편으로 제주도 남쪽 바다와 하늘이 펼쳐진다

손을 들어 은하수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높다는 뜻의 ‘한라산’(漢拏山, 1950m). 옛날부터 이 산 정상에 오르면 멀리 남쪽 하늘에 있는 노인성(老人星)을 볼 수 있었는데 이 별을 본 사람은 무병장수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안개가 자욱한 이른 시각 성판악관리사무실(750m) 앞. 단체산행을 온 팀과 개인산행을 온 소그룹 등산객들이 뒤섞여 한라산의 아침을 깨운다. 그 틈을 서늘한 산바람이 비집고 들어온다. 신선한 산소를 폐 깊숙이 들이 마시고 가볍게 산행을 시작한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뒷짐을 지고 천천히 작은 현무암들이 늘어져 있는 길을 오른다. 중간 중간 잠이 덜 깬 아침 빛살이 울창한 숲을 헤집으며 가늘게 갈라진다.


▲ 남한 최고의 한라산 정상은 주말이면 으레 산을 찾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한라산 동쪽코스인 성판악탐방로는 관음사탐방로와 더불어 백록담을 오를 수 있는 코스다. 한라산 탐방로 중에는 가장 긴 9.6㎞이며, 편도 4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된다.

성판악관리사무실(750m)에서 출발해 속밭, 사라오름입구, 진달래밭대피소를 지나 정상까지는 대체적으로 완만한 경사를 보이지만 왕복 19.2km를 걸어야하기 때문에 체력안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이 코스는 백록담 지역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숲으로 형성돼 있어 삼림욕을 즐기며 탐방하기에 최적이다.

어느새 진달래밭 대피소다. 한라산의 파란하늘과 바람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점을 향해가는 해님도 힘을 내 진달래밭을 비춘다. 하늘거리는 바람 아래서 한 박자 쉬어가 본다. 역시 대피소에서 먹는 컵라면은 꿀맛이다. 뱃속을 채우고 한라산 정상까지 나 있는 계단 길에 몸을 싣는다. 한발, 두발 떼다 보니 오름군락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화산섬의 신비로움이 그대로 전해지는 비경이다.

▲ 탐라계곡은 태곳적 신비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전해준다.
한라산의 지형은 풍화나 침식작용보다는 백여 차례에 걸친 화산 폭발과 융기에 의해 비교적 원지형(原地形)이 노출된 유년기의 특징을 갖는다고 한다.

이러한 지형적 특성과 더불어 서안해양성 기후의 영향으로 영실과 병풍바위, 오백나한, 왕관바위, 삼각봉, 선녀폭포, 탐라계곡 등의 절경이 만들어졌다. 한라산은 주상절리의 발달과 풍화에 의한 지형적 특징으로 한반도의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 내고 있다.

특히 작은 화산 활동으로 한라산에는 ‘오름’이란 기생화산이 형성됐는데 백록담을 중심으로 서북쪽으로 장구목, 윗세오름, 어승생악 동쪽으로는 사라오름, 흙붉은오름, 돌오름 등이 둘러 서 있다.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풍경을 감상하자 꼭 외국에 와 있는 것만 같다.

다시 지척으로 다가온 정상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서서히 백록담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움푹 팬 분화구 안에 아담한 못이 만들어져 있다. 화산에서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태다. 그 뒤로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려는 사람들이 긴 꼬리를 만들어 낸다.

발아래 구름이 깔리고, 한라산 정상을 빙글거리는 바람이 4시간의 산행을 어루만진다. 시원하고 달콤한 순간이다.

▲ 성판악에서 시작한 한라산 등산은 산림욕으로 가볍게 시작됐다.
한라산 북쪽코스인 관음사탐방로로 하산 길을 잡아 나선다. 곧 바로 먼발치 제주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겨울을 기다리는 듯 한 주목들이 하얀 속살로 눈길을 잡아 세운다.

하산길은 한라산의 웅장함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울긋불긋한 한라산 단풍은 자꾸만 걸음을 멈추게 한다. 하산길 끝에선 탐라계곡이 신비로운 풍광으로 탐방객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한다.

그 옛날 용암이 만들어 놓은 기기묘묘한 작품을 또 어디서 본단 말인가. ‘제주에 살어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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