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인터뷰>> 이종구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한국경제 인터뷰>> 이종구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
  • 수협중앙회
  • 승인 2014.07.24 09:10
  • 호수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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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FTA 반대하진 않지만…농업 버금가는 어업지원책 필요”

대담 = 조일훈 경제부장

“세월호 사고 이후 중국의 불법 조업 어선들이 우리 해역을 제집 안방 드나들 듯하더군요. 그런데 해양경찰청 인력과 장비는 아직도 세월호 사고 수습에 묶여 있어 전혀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종구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20대 어촌계장부터 시작해 한평생 수산인으로 살아온 이 회장은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 행위가 “노략질에 가깝다”며 “수산 자원 고갈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있지만 언제까지 해양수산부와 해경 전 조직이 사고 수습에만 매달려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하루빨리 정부 기능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확대 등 우리 경제의 대외 개방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국내 수산물 시장에 값싼 중국산 활어(活魚)가 밀려올 경우 어민 수익이 급감하고 자립 기반도 훼손될 가능성이 큰 만큼 강도 높은 지원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중 FTA가 체결되면 냉동·냉장품이 들어오는 한·미 FTA, 한·칠레 FTA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중 FTA가 연내 타결을 목표로  협상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수산 무역량이 많지 않았던 미국과 FTA를 맺은 뒤에도 미국산 수산물 수입은 15% 증가했지만 우리 수산물 수출은 1.6% 줄었습니다. 중국과의 FTA로 어업 관세가 일시에 철폐되면 한국 어민의 피해는 연 1조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수산업 경쟁력은 어느 정도인가요.

“중국은 어획량 부문에서 부동의 세계 1위입니다. 어선 107만척에 연간 6000만t을 잡고 기릅니다. 반면 한국은 7만6000척에 330만t을 잡습니다. 중국의 20분의 1 수준입니다.”

▶고급 품종은 우리가 앞서 있지 않습니까.

“지금도 게나 조기 등 고급 수산물은 대부분 중국으로 팔려나갑니다. 그 결과 우리 국민은 상대적으로 질이 낮은 수산물만 먹고 있습니다. FTA 체결 이후엔 이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입니다.”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은 무엇인가요.

“미국 유럽 등 먼 나라에서 수입하는 수산물은 냉동입니다. 하지만 중국에서 들어오는 수산물은 살아있습니다. 싱싱한 중국산 생선이 우리 식탁을 점령한다고 보면 됩니다.”

▶한 경제연구소가 FTA 타결로 오히려 한국산 수산물 수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는데요.

“엉터리예요. 지금도 중국과의 교역에서 해마다 8억달러의 적자가 나고 있어요. 전체 수산물 무역수지 적자 규모인 19억달러의 40%에 달합니다. 더욱이 중국의 수산물 양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대안은 있나요.

“수산물을 양허(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게 안 되면 광어 갈치 조기 등 주요 수입품목 57개만이라도 양허 대상에서 제외해야 합니다.”

▶정부에 어떤 내용의 지원을 요청할 계획입니까.

“FTA 체결로 농민들이 받는 피해만 부각되는 것은 아쉬운 일입니다. 어민들의 피해도 엄청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해요. 예를 들어 자유무역협정 피해보전직불금만 봐도 그렇습니다. 수산 분야의 직불금은 농업의 1.2% 수준입니다.”

▶어업 인구가 적어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건가요.

“수협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어민 수는 67만~68만명입니다. 300만명 내외인 농민 수보다는 적지만 결코 무시하면 안 됩니다.”

▶통계청 조사에서는 어업 인구가 15만명 정도인 것으로 나옵니다.

“우리나라 어선 수만 7만척이 넘는데…. 통계에 오류가 있는 것입니다. 어업 경영자만 15만명입니다.”

▶농업과의 차별은 얼마나 심각합니까.

“예컨대 연초에 정부가 정책자금 대출 금리를 인하했는데 농업 부문은 해주고 수산업은 안 해줬습니다. 농민들은 무슨 일이 있으면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지만 수산인들은 정부 정책에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입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홀대하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정부 지원책이 부족하면 어떻게 할 생각이신지.

“차별받는 것은 기분 좋지 않지만 집회를 여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최대한 성의를 갖고 건의해볼 생각이에요. 하지만 불법 조업 담보금 문제만 해도 수산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지 않는 상황입니다. 걱정됩니다.”

▶불법 조업 담보금이 뭔가요.

“불법 조업으로 나포된 중국 어선으로부터 벌금 성격으로 징수한 돈입니다. 어업인의 피해를 전제로 한 징수금이므로 피해를 본 어민들에게 돌려줘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현재는 어디에 쓰이고 있나요.

“국고에 귀속됩니다. 어민들이 도둑맞은 재산을 돌려준다는 개념에서 담보금은 어민 피해 보전이나 치어 방류 등을 위한 비용으로 사용돼야 합니다.”

▶그래도 한·중 FTA 협상 결과로 중국 정부와 불법 조업 공동 단속이라는 성과를 냈습니다.

“공동 단속은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습니다. 효과가 없습니다.”

▶왜 그런가요.

“FTA 협상에서 ‘공동 단속한다’는 문구를 한두 개 넣는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입니다. 중국 정부가 ‘불법 조업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지 않는 한 바뀔 가능성이 없어요.”

▶이번에 세월호 참사 생존자를 구출하는 데 진도 어민들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국가나 정부 입장에서 보면 어민들은 효자입니다. 세월호 사고, 천안함 폭침 등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달려가는 게 어민들입니다. 조난사고가 일어나도 어민들은 대가 없이 조업을 포기하고 달려가는 게 체질화돼 있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진도 어민들의 피해가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진도산 수산물은 아예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있어요. 일부 악덕 유통업자들은 진도산 멸치 등을 평소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후려칩니다.”

▶어떻게 수습해야 합니까.

“피해가 막심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도 못합니다. 정부 지원도 사실상 전무한 실정입니다.”


정리=김우섭기자

※이 글은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이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대담 내용을 전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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