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기름 유출사고, 철저히 응징하라
여수 기름 유출사고, 철저히 응징하라
  • 이명수
  • 승인 2014.02.06 18:21
  • 호수 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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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어촌 신덕마을은 즐거워야 했을 설 명절이 검은 재앙으로 엉망이 됐다. 설 당일인 지난달 31일 오전 9시 35분 경 여수 원유 2부두로 진입 중이던 싱가폴 유조선 우이산(WU YI SAN)호가 원유이송 송유관을 파손시켜 송유관 내부에 있던 원유가 바다로 흘러 들어간 사고 때문이었다.

사고 지점 북서쪽 묘도 일원과 남쪽 오동도 해상을 비롯 사고인근 5~6km 해안가가 극심한 기름 피해를 입었다. 강풍과 조류를 타고 기름띠가 또다른 청정해역인 경남 남해 바다로 흘러들어 가고 있어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신덕마을은 19년전인 1995년 시프린스호와 호남사파이어호 기름 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곳이다. 여수 시프린스호 사고는 5035㎘의 기름이 유출, 여수바다를 기름으로 뒤덮은 엄청난 사고였다.   

호남사파이어호 사고는 이번 사고와 판박이다. 사고 발생지역이 여수 원유 2부두로 같고 단지 송유관이 아닌 선박에서 기름이 유출됐다는 점만 다르다. 

당시 사고 상흔이 채 아물기도 전에 사고가 재연돼 할 말을 잊게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2007년 태안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로 1만2547㎘의 기름이 유출돼 태안바다를 죽음의 바다로 내몰았다. 1993년 광양항에서 발생했던 제5금동호 기름 유출사고로 경남 남해, 하동, 사천바다가 기름 칠갑이 된 적도 있다.     

개탄스러운 것은 이들 사고가 모두 어처구니 없는 인재(人災)라는 사실이다. 정말 개념없는 안전 불감증이 낳은 사고였다는 것이다.

이번 사고는 23년 베테랑 도선사(導船士)의 과속 때문이다. 해양환경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도선사는 선박 접안과정에서 안전속도인 2~3노트 즉 시속 3.6~5.4km를 지키지 않고 2~3배 빠른 속도로 접안하다가 송유관을 들이받았다는 것이다. 

느닷없이 날벼락을 맞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어업인들이 무슨 죄인가. 기름유출로 인한 바다오염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수십년이 지나야 할 정도로 회복속도가 늦다. 사실상 생태계와 어장 모두가 상실된다. 

여기에 장기화된 피해보상 기간과 낮은 보상수준도 어업인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시프린스호 사고보상은 2년여 끝에 마무리 됐지만 보상률이 24% 수준에 불과했다. 

아직도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과의 보상금 문제가 매듭되지 않은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는 삼성측이 지역발전기금으로 3600억원을 내놓는데만 약 6년이 걸렸다.

결국 되풀이 되는 기름 유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차원의 해결책이 나와야 한다는게 핵심이다.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할 피해 어업인들에게 생존권 보호차원에서 범국가적 지원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   

사고를 촉발했거나 안전관리에 소홀했던 부문엔 철저한 응징(膺懲)이 있어야 한다. 해양환경관리법, 해양오염방지법, 도선법, 항만법 등 적용 가능한 법령을 면밀히 따져 위반행위에 대한 엄격한 법집행이 요구된다. 법령이 미흡하다면 개선이 수반돼야 한다.

엄청난 재앙을 가져다 준 범죄행위에 강력 대처해야할 당위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예방적 장치로 수익자부담 원칙에 입각해 어업인 피해 보상 부담금 징수나 기금조성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정부의 확실하고 철저한 감독도 요구된다. 해양수산부가 사고 관련사인 GS칼텍스에 1차적으로 보상책임을 묻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보상의 처음과 끝까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를 정부가 감시해야 한다.

정부가 민간 간의 문제로 발을 빼는 순간 제기될 책임공방으로 어업인들이 희생돼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기름 유출사고로 매번 되풀이되고 있는 어업인들의 아픔을 이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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