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양극화에 피폐한 수산업
고령화·양극화에 피폐한 수산업
  • 이명수
  • 승인 2014.01.02 22:00
  • 호수 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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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선 불법조업, 바다 난개발과 자원고갈 가속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4년 세계 경제는 3.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면서 선진국들의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유럽 경제회복의 둔화, 일본 아베노믹스 효과 감소 등의 리스크가 상존하고 있어 예상보다 더 낮은 성장세를 보일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어 우리 경제 또한 불확실성이 연속되는 한해로 예측된다.

국내경기는 투자위축과 고용축소, 내수부진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세계 경기회복만을 마냥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2014년 수산업 경기 역시 국내 경기흐름과 맞물려 불확실성과 정체의 정도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국내 958개 수출업체를 대상으로 ‘2014년 1분기 수출산업 경기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경기전망지수(EBSI)가 102.9를 기록, 긍정적인 수출 전망을 내놓았다.

그러나 품목별로 선박과 가전제품이 경기전망지수를 훨씬 웃돈 수출 증가세를 보인데 반해 수산업은 82.4의 EBSI 지수로 꼴찌였다.

비단 수출 뿐만이 아니다. 수산업을 영위하기 위한 환경은 여전히 열악한데다 곳곳에 장애물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수산업의 산업적 가치나 위상은 그다지 높아지지 않았고 어업인들의 삶의 질 개선도 역부족이다. 되레 수산업은 어촌의 고령화, 자원고갈, 양극화 등으로 피폐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위기 속에 한때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했고 지금까지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수산업이 더 이상 추락해서는 안된다는 긴박감이 지난해 수산업이 수산산업으로 규모화하는 계기가 됐다. 이는 지난해 11월 28일 수산산업의 역량을 총결집할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한수총)의 공식 출범으로 이어졌다.  

2014년, 수산업이 수산산업으로 거듭나면서 수산부흥의 원년으로 삼자는 게 수산산업계 모두의 희망이다. 본지는 신년 기획으로 수산업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수산산업의 진로를 모색해 본다.
 


어가소득 줄고 부채 늘어 어업경영 악화는 계속


▲이·동종 산업간 박탈감 심화

힘든 어업경영을 반영하듯 어가소득의 둔화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어가 평균소득은 3738만1000원으로 전년에 비해 3.2% 감소했다.

이 어가 평균소득은 전국 1인 이상 가구 평균소득 4267만7000원의 87.6% 수준에 머물렀다. 2인 이상 도시근로자 가구 평균소득 5390만8000원에 비하면 69.3%에 그쳤다.

어선어업을 하든 양식어업을 경영하든 어가가 벌어들이는 어업소득은 전국가구 소득분포의 5분위 즉 50% 이하에 위치하고 있어 어가소득이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시와 어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 양극화는 비단 도시, 어촌 간의 문제가 아니라 어가 간에도 빚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2012년 어업형태별 어가소득을 보면 양식어가 평균소득이 4093만5000원인 반면 어선비사용 어가 평균소득은 2879만7000원으로 양식어가의 70.3%에 불과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같은 소득격차가 갈수록 크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2년 어가 전체 평균소득은 3738만1000원으로 2008년 3117만6000원보다 19.9% 증가했다. 하지만 어선비사용 어가의 평균소득은 2012년 2879만7000원으로 2008년 2906만6000원에 비해 0.9% 감소했다.

양식어가도 2008년 3167만4000원에서 2012년 4093만5000원으로 29.2%, 어선사용 어가 역시 같은 기간 3183만2000원에서 3830만원으로 20.1% 각각 늘어났다. 도시근로자와는 물론 같은 수산업종 간 양극화로 인해 위화감 마저 조성되는 분위기다.       

소득측면에서 고령화가 가져다 주는 병약한 어촌사회의 현실은 또 있다. 70대 이상 경영주의 어가 평균소득이 2106만5000원, 60대 3405만4000원인데 비해 50대와 40대 이하는 각각 4650만1000원, 6203만9000원으로 커다란 격차를 나타냈다.

어촌사회의 고령화와 양극화가 악순환의 고리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악순환 속에 어업경영 여건마저 악화돼 있다. 유류가격, 원자재 가격 등의 상승으로 어업 채산성이 나빠져 있다. 어업소득과 경영비 측면에서 2005년과 2012년을 비교하면 어업소득이 연평균 7.3% 증가한 반면 경영비는 8.4%가 증가해 소득증가율이 경영비 증가율을 따라잡지 못했다.

최근 10년간 어가소득은 1.7배 늘어난데 반해 어가부채는 2.9배 증가, 열악한 어업경영 환경을 대변해 주고 있다.  

어업인의 삶의 질은 어떤가. 도시는 말할 것도 없이 농촌에 비해서도 떨어져 있다. 보건의료, 교육, 문화, 복지수준 등 정주환경 모두가 열악하다.


고령화는 노동력 저하로 어촌경제 활성화에 장애


어촌사회 고령화는 어촌경제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허약한 어촌, 일할 사람이 없다

2012년 통계청 농림어업조사에 의하면 2012년 어가수는 6만1000가구, 어업인수는 15만3000명으로 조사됐다. 전년대비 각각 2.8%, 3.9% 감소했다. 고령화에 따른 조업포기에다 연안어장 간척·매립 등으로 어가와 어업인구가 줄어들었다.

어가와 어업인구 감소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감소세는 극심하다. 1990년 어가수와 어업인구가 12만가구, 49만6000명이던 것이 2000년에는 각각 8만1000가구, 25만1000명으로 줄었다. 어가수와 어업인구 감소비율을 보면 모두 2012년을 기준해 1990년 대비 각각 -49.4% -69.1%, 2000년 대비 -24.6% -39%를 기록했다.

특히 어업인구의 급감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어촌사회를 지탱할 어업인구의 고령화가 심각하다. 2012년 어가경영주의 연령비율은 60대가 2만가구로 33%, 50대가 1만9000가구 31%로 나타났고 70대 이상도 1만4000가구로 22%에 달했다. 어가경영주의 평균 연령은 61.1세로 전년에 비해 0.7세가 늘어 고령화가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2년 기준 어가인구 고령화율은 27.8%로 전년 대비 2.4%p 높아졌다. 전체 고령화율 11.8%의 2.4배에 달했다. 

성비 측면에서 2012년 전체 어업인구 중 남성이 7만6000명, 여성이 7만8000명으로 여성이 남성을 앞질렀다. 노동 강도가 높은 수산업인 만큼 여성 어업인의 증가도 고령화와 함께 노동력 저하의 한 요인이다.     

이처럼 어촌인구가 고령화되고 여성이 많아짐에 따라 3D 업종인 수산업의 세력이 갈수록 약화되고 수산업을 기반으로 한 어촌은 존폐의 기로에 서있다. 나아가서 어업경영은 갈수록 악화돼 생계까지 걱정돼야 할 판이다.

2012년 기준 이들 어가의 수산물 판매실태를 보면 판매금액 1000만원 미만이 44.9%였고 1000만원~3000만원 이 26.3%, 3000만원~5000만원이 10.9%로 절반 가까이의 어가가 1000만원을 밑돌았다.

전년에 비해 판매금액이 1000만원 미만은 5.2% 늘어난 반면 5000만원 이상은 9.1% 줄어들어 어려운 어업경영을 방증하고 있다.



▲수산자원 증강 한계

현재 추진되고 있는 서해안 조력발전소 건립과 바다모래 채취 등 해양환경 훼손으로 인한 수산피해는 궁극적으로 수산자원을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생태계 파괴로 천혜의 어장을 상실시킴으로써 수산자원이 서식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또 서해부터 동해까지 자행되고 있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은 우리바다 수산자원의 씨를 말리고 있는 지경이다.

수산자원의 고갈은 지속 가능한 수산업은 물론 국민의 단백질 공급원을 차단함으로써 국가 사회적으로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다.

수산자원은 지난 50년간 약 56% 수준으로 감소했다. 어업인의 자발적 금어기 설정과 정부의 노력으로 회복세에 있기는 하지만 그 속도는 정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산자원을 가장 간단히 가늠할 수 있는 어업생산 동향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013년 상반기 어업생산량은 182만톤으로 전년 동기 185만1000톤보다 1.7% 감소했다. 양식 해조류 생산은 증가한데 비해 멸치, 고등어, 오징어 등의 어획부진으로 생산량이 소폭 줄어든 것이다. 이 가운데 연근해어업은 36만7000톤으로 전년동기 44만6000톤에 비해 17.6%나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뿐만아니라 지난 한해 어업생산량 역시 318만3000톤으로 전년 동기 325만6000톤 보다 2.2% 감소했다. 연근해어업은 109만1000톤으로 전년 동기 123만5000톤에 비해 11.7%가 줄었다.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갈수록 감소폭이 커지고 있어 우리바다 수산자원 고갈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는 연근해어업 생산량 증대에 한계가 있음도 보여주고 있다.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양질의 수산물을 찾는 수요가 늘어가고 있지만 생산량 감소로 수산물 공급 부족 사태가 발생하면 시장불균형 현상이 일어날 뿐만 아니라 안전성을 고민해야 하는 수입수산물이 우리 식탁의 완전한 점령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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