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 해양 영토 수호의 파수꾼
어업인, 해양 영토 수호의 파수꾼
  • 수협중앙회
  • 승인 2013.12.26 11:50
  • 호수 2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창수 수산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이어도(離於島)는 예로부터 우리에게는 무릉도원, 환상의 섬으로 인식되어 왔다. 눈에 보이지 않고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그런 상상속의 섬이었다. 소설, 시, 민요 등에 이어도는 그렇게 묘사되고 있다.

바다 속에 잠겨있는 이 섬은 큰 태풍이 치지 않는 한 그 모습을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물속에 잠긴 암초(暗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어도는 마라도에서 서남쪽으로 149㎞, 중국의 퉁다오 동북쪽 247㎞ 그리고 일본 도리시마 서쪽으로 276㎞ 거리에 위치해 있다. 수심은 평균 50m이며 가장 높이 솟아있는 봉우리가 바다 밑 4.6m에 위치하다 보니 웬만한 파도에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길이는 남북으로 1.8㎞, 동서로는 1.4㎞, 면적을 따지면 37㏊(0.37㎢)에 이른다.

이 섬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00년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의 상선인 소코트라(Socotra)호가 처음 발견하였는데, 그래서 배 이름을 따 소코트라 암초라 명명되었다.

이후 1910년 영국해군이 이어도에 대한 측량을 실시하였고 1938년 일본의 인공 구조물 설치계획이 있었지만 태평양전쟁으로 무산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51년 국토규명사업의 일환으로 이어도 탐사를 시작하였으며 이어도를 확인한 후 ‘대한민국 영토 이어도’라는 동판 표지를 바다 속에 가라앉히고 돌아왔다.

1987년에는 해운항만청에서 이어도 등부표를 설치하고 국제적으로 공표하였는데 이 등부표는 이어도 최초의 구조물이다. 이후 1995년 해저지형 파악과 조류 관측 등 현장조사를 실시해 왔으며 2001년 공사 시작 후 2003년 6월에 완공된 ‘이어도해양과학기지’는 명실공히 이어도에 대한 우리나라 국가관할권의 명확한 행사였다.

한편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나라는 이 이어도에 대해 오랜 예전부터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전해오는 전설, 설화, 민담들에는 분명 현재의 이어도와 위치, 특성 등이 상당부분 확인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주변수역은 조기, 민어, 갈치 등 다양한 어종이 서식하여 예로부터 우리 어업인들이 주로 조업하는 ‘우리 바다’였다.

현재에도 우리나라 어업에서 이어도 주변해역은 황금어장으로 빈번한 이용이 이루어지고 있다. 2012년을 기준으로 해당 해역에서 조업한 어선은 9780척에 달하고, 어획량은 3만 톤 수준으로, 이 양은 제주도 어획량의 절반이 넘는다.

이러한 이어도를 최근 매스컴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중국정부의 방공식별구역(ADIZ :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 확대와 관련된 논란의 중심에 이어도가 있는 것이다. 방공식별구역의 기점을 이어도로 설정한다는 것인데 이에 대한 국제법적 제약이나 위반사항은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향후 국제정세의 변화에 따라 이해당사국들이 향후 국가관할권과 관련된 각종 협상 시 이어도를 전략적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 어업인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우리 어업인들은 이어도 인근 해역의 이용과 관리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어업인은 우리나라 해양영토 수호에 항상 앞장선 첨병의 역할을 해왔으며, 파수꾼으로서 생활해 왔다.

어업인은 그들이 가지는 본연의 역할 즉, 수산업을 통한 국가 경제 발전, 식량생산이라는 활동만으로도 매우 큰 가치를 가진다. 여기에 더해 우리나라 해양영토의 수호자라는 역할은 어업인의 가치를 한층 더 크게 하고 있다.

국민들이 수산업과 어업인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질 때 어업인들은 더욱 신명나게 생활할 수 있다. 이러한 관심 속에 국가경제 발전, 식량 생산, 해양 파수꾼으로서 어업인의 가치가 더 빛날 수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