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과 렌즈에 담는 황홀한 일몰
가슴과 렌즈에 담는 황홀한 일몰
  • 김상수
  • 승인 2009.12.30 15:52
  • 호수 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남 태안 꽃지마을 일몰

▲ 솟대와 할미,할아비 바위 위로 내려앉는 꽃지해안의 일몰
12월 주말이면 태안군 안면도 끄트머리 꽃지 해안에는 카메라를 둘러맨 여행객들이 부쩍 늘어난다. 서해안에서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바다. 특히 황홀하기까지 한 일몰풍경 한 컷을 건져보려고 찾아오는 사진 애호가들이다.
일명 ‘똑닥이 디카’를 든 아마추어든 프로든 날씨가 좋고 운까지 맞는다면 장비와 큰 상관없이 어슷비슷한 일몰작품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다른 곳 제쳐두고 꽃지마을로 찾아오는 것이다.

자연이 마련한 퍼포먼스
어느덧 한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12월. 왠지 모를 아쉬움에 길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 연말에 어울리는 겨울바다 정취와 아름다운 낙조가 잘 어우러지는 안면도 꽃지 해안은 지나온 한해를 되돌아보며 정리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다.
이런 생각에 한적한 겨울바다를 찾아 왔던 혹은 안면도에서 겨울 먹을거리로 유명한 대하구이나 굴요리를 맛보러 왔던 그 본래의 여행목적과는 상관없이 해지기 한 시간전 쯤이면 여행객들이 모여드는 곳이 한결같이 이 장소다. 바로 꽃지와 방포해변을 잇는 꽃다리나 할미·할아비 바위를 코앞에 둔 해변으로 집합하는 것이다.

▲ 꽃지포구의 오후

일찌감치 와서 촬영 포인트를 잡고 삼각대를 설치한 사진가들은 벌써부터 긴장상태다. 과연 작품을 건져낼 정도의 일몰이 돼줄까 하는 초조감에서다. 반면 연인들은 느긋한 자세로 시간을 기다리며 대자연이 마련해주는 퍼포먼스를 즐기기만 하면 돼 표정부터 다르다.
이윽고 할미·할아비 바위 사이로 해가 내려앉는다. 다행히 수면 위에는 구름 층이 없다. 탄성이 터져 나오면 일몰이 제대로 되고 있다는 신호. 하늘과 바다도 붉은빛으로 채색되는 그 장엄한 자연의 모습에 감탄사가 이어지고 셔터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진다.

▲ 촉지해안 겨울관광객들의 여러모습

▲ 촉지명물 할미,할아비 바위 앞에서 열린 새벽 간이어시장

 

 

 

 

 

 

 

 

 

 

 

 

 바다 위에 솟아있어 그림같은 분위기의 일몰을 연출해주는 할미·할아비 바위는 국가가 지정한 명승지. 신라 때 전쟁에 나간 지아비를 평생 기다리다 바위가 됐다는 가슴 아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다. 관광객을 모아주는 이 바위는 꽃지와 방포마을 어업인들에게 있어 더없이 귀한 보물이기도 하다.
한편 꽃지의 본래 명칭은 ‘화(花)지’. 해변을 따라 해당화와 매화꽃이 많이 피어 있어 불렸던 이름이고 이를 한글로 바꿔 더욱 아름답게 들린다. 꽃지는 겨울이면 꽃무리 대신 백사장과 갯벌 위에서 부서지는 햇살이 무척 곱다.이튿날 아침 물때가 맞는다면 백사장을 거쳐 할미·할아비바위까지 산책을 해보는 것도 좋다. 꽃지해수욕장은 백사장의 길이가 3km 정도. 산책을 마칠 무렵이면 갯마을 아낙네들이 바지락과 굴 등 신선한 바다 먹을거리를 들고 나와 간이어시장이 형성되기도 하니 아침 찬거리 준비에 보탬이 된다. 본격적인 먹을거리를 찾으려면 꽃다리 건너 방포마을에 먹자촌을 찾아가면 된다. 태안에서 나는 온갖 수산물을 맛보기에 부족함이 없는데다 신선도까지 좋으니 금상첨화다.

▲ 일몰 무렵의 관광객 해안나들이

▲ 꽃다리에서 본 이웃 방포마을

귀경 길, 태안에 들러 볼만한 곳이 여러 곳이지만 서쪽 해안의 바람아래와 밧개~샛별해안으로 이어지는 코스를 추천한다. 이름만큼 해안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시간이 넉넉하다면 내친김에 안면자연휴양림 안에 있는 소나무 숲까지 들렀다 가면 좋다. 부드럽게 굽이도는 길을 따르다보면 훌쩍 자라난 소나무들이 뿜어내는 좋은 기운과 솔향이 거침없이 몸 안으로 스며드니 기분이 더없이 상쾌해지는 까닭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