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의 일모도원(日暮途遠)
해양수산부의 일모도원(日暮途遠)
  • 김병곤
  • 승인 2013.04.11 14:35
  • 호수 18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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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수산부가 표류하고 있다. 수산인들의 여망을 담아 기대 속에 탄생된 조직이 장관 인선이 늦어지면서 겉돌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해는 지고 갈 길은 먼’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 했던가.

춘추시대의 초나라 사람 오자서가 초나라의 평왕이 자신의 아버지와 형을 죽이자 원수를 갚기 위해 오나라로 도망가서 권토중래 끝에 초나라로 쳐들어가지만 이미 평왕은 죽고 난 뒤라 그의 시신을 무덤에서 파내 채찍질을 한 데서 유래했다.

이러한 행실을 지적하는 친구에게 오자서가 던진 말이 “해는 지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오자서의 이런 도행역시(倒行逆施)에 역사의 비난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신설된 해양수산부가 가야할 길은 너무 멀다. 하지만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되면서 5년 만에 부활한 해양수산부가 출범부터 발목이 잡히는 등 파행을 빚고 있다. 해양수산부의 ‘수장 공백’에 따른 업무 파행 장기화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우선 신설 부처인 해양수산부의 최종예산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박근혜 정부는 복지예산지원을 목표로 부처별로 예산의 10~20%를 삭감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예산확보에 시간이 없었던 해양수산부의 예산삭감이 현실화되면 해수부의 활력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여론이다.

모든 업무일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업무보고도 순연됐고 최근 세종정부청사로 이전 후 현판식을 갖고 공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이마저도 차질이 생겼다.

해양수산부가 풀어야 할 숙제들이 너무나 많다. 다시 합쳐지는 수산과 해양·해운·항만 분야 융합이 필요하다. 개발을 위해 바다파괴가 불가피한 해양과 바다를 이용하면서 기름유출과 어선과의 충돌이 비일비재하는 해운분야와 수산의 상생관계를 우선 풀어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수산업의 융성을 위해 척결해야 할 문제도 많다. 복지를 내세운 정부인만큼 사회적으로 가장 열위에 있는 어업인들 삶의 질 향상에 귀 기울여야 한다.

각국과의 FTA 추진으로 인한 어업인 피해를 최소화하고 경쟁력 있는 수산업 육성도 절실하다. 무분별한 개발로 바다의 황폐를 막고 바다모래 채취와 매립·간척사업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각종 세제 등 농업과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체계적인 어업통계도 이끌어 내야 한다.

수산과 해양환경은 불가분의 관계임으로 해양수산정책의 일원화를 통해 수산정책의 방향을 수산자원 환경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산물 유통활성화를 위해 산지 거점 유통센터와 소비지 대규모 분산 물류센터를 구축하는데 적극적인 재정 지원도 요구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국어선의 불법조업과 북한 수역 입어로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중국어선 불법조업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하고 중국어선 북한수역 조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위해 중국과의 대외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 해결로 수산의 미래 산업화를 위한 청사진을 이른 시일 안에 보여줘야 한다. 출범 초기에는 조직 안정과 업무추진 기반 구축이 시급하다.

이제 더 이상 다시 시작하는 해양수산부를 정치적인 문제로 흔들지 말고 본연의 업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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