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에게 봄은 정녕코 오는가
어업인에게 봄은 정녕코 오는가
  • 김병곤
  • 승인 2013.03.14 14:12
  • 호수 18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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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다. 봄이 왔다. 삼봉(三峯) 정도전은 “봄이란 봄의 출생이고 여름은 봄의 성장이며 가을은 봄의 성숙이고 겨울은 봄의 갈무리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작과 출발로 상징되는 봄의 계절적 의미를 이렇게 함축했다.

세상사에 있어서도 가장 좋은 시절을 봄으로 표현한 만큼 봄은 분명코 희망과 꿈을 가져다주는 계절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다.

하지만 춘래불사춘 (春來不似春)이다. 봄이 와도 봄이 오지 않았다. 우리 수산계와 어업인들에게는 자연속에서 봄이왔지만 마음속에는 봄이 오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 수산계는 아름답고 행복한 희망을 담아주길 바랬다. 전국 어업인들이 추운 겨울에 서울 광장에 결집해 해양수산부 부활을 약속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새 정부 출범이 한참 지났는데도 끝이 없는 여야간 신경전으로 정부 조직 개편안조차 통과되지 않고 있다. 장관은 선임됐지만 해양수산부 신설은 아직 표류중이다. 그래서 수산인의 여망과 열망이 담긴 수산정책은 어정쩡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행정공백의 장기화는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울하고 답답하다.

더구나 어선 침몰과 화재로 귀중한 선원들이 실종되거나 사망하는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린다. 어업인들의 안타까운 일에 몸과 마음 모두 스산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어업인들의 사고를 보고 더더욱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대형 상선이 몇 백배나 차이가나는 조그만 어선을 들이 받고 뺑소니치는 사고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어선들이 로드킬을 당하고 있다. 거기에 선원들을 구제조차 하지 않고 도망치는 어처구니없는 사실에 치가 떨릴 뿐이다.

어업인들을 들짐승들만큼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모든 도로에 야생동물 보호구간이 만들어져 짐승들의 길을 터주고 있다.

그러나 상선들은 조업 현장을 지나면서 주변도 살피지 않아 무참하게 짓밟고 지나면서 어선을 동강이 내고 있다. 심지어 어둠을 틈타 선원들이 바다에 빠진걸 알면서도 구하려는 생각도 없이 뺑소니치는 인면수심(人面獸心)의 행동을 했다는 것이다. 어이가 없고 분노를 넘어 울분이 치솟는다.

문제는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어선사고가 터질 때 마다 언론보도는 구석진 곳 한켠에 단순 소식만 전하고 있다. 10여명의 생명이 피해를 입었는데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조차 우리 어업인들의 삶에 대한 이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업인들의 부대끼는 애환을 알아 달라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어업인들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며 아파하는 것이 언론의 사명이자 기본이 아니겠는가.  

어업인의 삶은 실로 척박하다.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파도를 헤치고 산업의 역군으로 묵묵하게 일익을 담당해오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마저 무시당하고 죽음에 당면하고도 조명 조차 받지 못한다.   

물론 우리 어업인들은 국토를 지키는 호국용사는 아니다. 그러나 접경지역에서 영해를 지키며 최일선 안보를 책임지는 용감한 국민의 한사람이다.

그래서 어업인들이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 못지않게 진정어린 국민들의 존경과 고마움을 느낄 때 그들의 가슴에 남아 있는 통한의 잔설이 조금씩 녹아내릴 것이다.

봄이 왔다는데 아직 봄을 기다리고 있는 어업인들의 크고 작은 한숨소리를 정부와 국민 모두가 진정으로 들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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