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수협회장 매일경제 인터뷰] 바다 떠나는 어민들…어촌 중산층 복원 급해요
[이종구 수협회장 매일경제 인터뷰] 바다 떠나는 어민들…어촌 중산층 복원 급해요
  • 수협중앙회
  • 승인 2013.01.24 11:16
  • 호수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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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 A28 1월 19일자 - 매경이 만난 사람 WEEKEND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은 “지금 우리 수산업은 중국어선 불법조업과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등 어려운 수산여건과 함께 자원 감소, 양극화가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어촌 경제민주화가 필요하고 어촌 중산층 복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이를 위해 “공익성이 강한 수산업의 다원적 기능을 깊이 있게 인식하고 영세 어업인을 보호할 수 있는 현행 제도만이라도 올바르게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은 지난 14일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수산업 현주소를 이렇게 진단하면서 해법까지 제시하는 등 수산업에 대한 평소 신념과 철학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매일경제신문 2013년 1월 19일 토요일자 A28면 전면에 걸쳐 소개된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전재했다.


동북아 수산메카로 노량진시장 키울 것
지금 가장 큰 문제는자원 감소와 양극화
해수부 부활 다행이지만 수산정책에 더 신경써야

배 밑에서 찰랑찰랑 하는 바닷물 소리가 듣기 좋았다. TV 뉴스 첫머리를 장식하던 수산 뉴스를 보며 ‘`대한민국 대표 어부`’의 꿈을 키웠다.

한때 어려웠던 가업을 일으켜 세웠고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경남 진해시(현 창원시 진해구) 웅천 지역 어촌계장을 맡았다.

해군의 모항 진해에서 성공한 어부로 자리매김한 그는 37세의 나이에 전국 최연소 지역 수협조합장을 맡아 다섯 차례 조합장을 역임하고 2007년 수협중앙회 회장 자리에 올라 연임했다.

수협은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의 ‘2012년 반부패 경쟁력 평가’`에서 기타 공공기관 부문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이종구 수협중앙회장(62). 거듭된 승승장구에도 이 회장의 마음은 홀가분하지 않다. 이 회장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동안 그가 한평생 외길을 걸어온 수산업이 쇠락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의 걱정은 끝이 없다. 중국 어선들은 우리나라 서해에서 불법 조업을 일삼고 있었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가 본격화하면 중국 어선이 잡은 우리 물고기가 우리나라로 수입될 판이다.

하지만 수산 정책은 방향을 잡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어촌 출신의 변변한 정·관계 인사 한 명 없는 상황에서 이 회장이 매일경제신문 카메라 앞에 서게 된 이유다.

그는 국내 수산업의 최대 문제로 자원 감소와 양극화를 꼽았다. 14일 서울 신천동 수협중앙회 회장실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어촌에서도 경제민주화가 필요하고 어민 중산층을 복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 당선인 공약에 따라 해양수산부가 부활된다. 수협이나 어민들에게는 호재일 텐데….

▶글쎄… 단언하기 어렵다. 있던 정부 조직이 다시 생겼을 뿐이다. 부활된 부처에서 일하는 분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정책을 펴느냐가 중요하다. 어업인들이 영세한 빈민으로 전락하지 않고 최소한의 소득을 유지하면서 어촌에서 풍요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어쨌든 해양환경과 수산 업무를 한 군데서 도맡아 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197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래 우리나라 수산업의 역사를 함께해 왔다. 40여 년의 역사를 자체적으로 기술해본다면.

▶피해의 역사다. 1950~1960년대에 수산업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산업화의 밑거름이 됐다. 문제는 산업화로 어민들이 피해를 입게 됐다. 공장 오폐수와 원전 온배수가 바다로 흘러들어가고 수출입 화물선에 작은 어선들이 ‘로드 킬(road kill)`’당한다. 어업인의 입장을 제대로 생각해주는 정책과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바다가 육지의 4.5배지만 육지보다 바다에 무관심하다. 정치권에 진출한 수산인도 없다. 농업 농촌 얘기만 나오고 어업 어촌 얘기는 안 한다.


-지금 우리나라 어촌의 가장 큰 문제는.

▶연안이 오염되고 어장이 줄어드니 어민들은 더 비싼 비용을 들여 먼바다로 나가야 한다. 경비도 부담이지만 자원 감소 현상이 나타나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어로에서 양식으로 대세가 바뀌면서 양극화 문제가 추가됐다.


-정부의 수산 정책에 안타까움이 많겠다.

▶(이런 얘기하면 정부가 좋아하겠나?) 양극화를 해소하는 정책이 나와야 하는데 양극화를 더 부추기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채를 탕감해줘서 사람들에게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켰다. 면허 허가를 남발해 자원 감소에 불을 붙였다.
자원 보호를 위해 보조금을 써가며 소형 어선을 줄였지만 자원은 불어나기는커녕 줄어들었다. 합법적인 대형 어선들이 불법과 편법적으로 자원을 남획했기 때문이다. 소형 어선을 없애면서 어촌 인구만 크게 줄어들었다.


-사회 전체적으로도 중산층을 키우자는데….

▶어촌의 양극화는 심각하다. 연안에 있는 영세 어민들, 그러니까 굴 따고 바지락 캐고 부부 단위로 조업하러 나가는 영세 어민들의 소득은 날로 줄어들고 기업형 어업인들은 수십억, 수백억 원씩 벌어들인다. 격차가 너무 커졌다. 이래서는 어촌과 수산업이 유지되기 힘들다. 수산 인구가 어촌을 떠나면 어디로 가겠나? 도시 빈민 되는 거지.


-대형 어선 남획 규제가 필요하다는 얘기인가.

▶별도로 더 규제를 가할 필요도 없다. 지금 있는 법대로만 집행해도 된다. 그래야 영세 어민들이 먹고살 수 있는 자원이 유지되고 어촌 사회의 중산층이 두꺼워진다.


-FTA 체결 논의와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 조업도 문제인데….

▶한·중 FTA는 미국과 칠레 같은 다른 나라 FTA와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과 칠레에서는 냉동·냉장품이 들어오겠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에서는 활선어가 바로 들어올 수 있다. 숫자 좀 들어봐라. 중국 어선은 107만척인데 우리는 7만6000척이다. 중국은 세계 1위 수산물 생산국가다. 1년에 5700만t 생산한다. 우리는 330만t에 불과하다. 우리 수산업이 붕괴될 수도 있다. 이미 우리나라 수산물 무역수지 적자 19억달러에서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가 8억달러로 40%를 넘는다. 우리 물고기를 중국 어선들이 잡아서 우리나라에 되파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오면 우리 어민들은 고사하는 셈이 된다.


-한·중 FTA에 반대하나.

▶FTA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대세다. 한·중 FTA에서 수산물 부문 양허를 제외해 달라는 건의를 정부에 하고 있지만 이게 안 된다면 특단의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


-중소기업도, 농민들도 힘들다며 정부 지원을 바란다. 수산업에 특별히 지원이 필요한 이유는.

▶수산업은 바다라는 공유재에서 무주물인 수산물을 어민들이 채취해서 우리 국민에게 식량으로 공급하는 일이다. 지금 우리 어민들은 자비를 들여서 소위 3국 간 자원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가 안 잡으면 일본 사람들이 잡거나 중국 사람들이 잡는다. 물고기는 경계 없이 헤엄쳐 다니기 때문이다. 자원을 빼앗기면 비싼 외화를 들여 사먹어야 한다. 계획생산이 가능한 농민과 달리 어민들은 풍랑과 태풍에 재산과 목숨까지 잃기 일쑤다. 고기 잡는 방식에 대한 규제가 많은데 이는 곧 수산업의 공익성이 강하다는 얘기다. 이런데도  ‘개인 사업 아니냐’`고 치부하면 곤란하다.


-어촌도 고령화가 심각한데….

▶고령화에 젊은 사람들마저 살기 힘들어서 어촌을 떠나버리면 어업 종사자가 없어진다. 그럼 국외 어선원을 갖다 쓰면 되는 것 아니냐 하는 얘기도 나오는데 안일한 생각이다. 우리 어민들이 북한 잠수정도 찾아내고 문화재도 발굴한다. 어촌의 다원적인 기능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우리 어민들이 있어야 한다.


-세계적인 양식업 전환 추세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키워서 먹을 수 있는 치어를 양식 사료로 쓰고 있는 바보짓을 하고 있다. 양식 기간이 다소 늘어나더라도 생사료가 아니라 외국에서 어분을 수입해 사료를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형 양식장만 소득을 얻고 영세 어민들이 잡을 고기가 없어진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에 착수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은 수도권 수산물의 40~50%를 공급한다. 생산자들의 수산물이 소비자들에게 바로 돌아갈 수 있도록 유통 기반을 갖출 생각이다. 이것이 1단계이고 2단계에서는 시장과 연계해서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복합테마파크를 조성할 생각이다. 우리가 베이징과 상하이, 도쿄, 오사카 같은 수산물 소비가 많은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 이렇게 수산 한류로 벌어들인 수익을 영세 어민들을 지원하는 데 쓰면 된다.


-유예되긴 했지만 바젤Ⅲ 조치로 자본금 확충이라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공적자금을 쓴 이후 지금껏 예금보험공사와 맺은 MOU를 단 한 차례도 어기지 않고 성실하게 지내왔는데 느닷없이 바젤Ⅲ 얘기가 나왔다. 용역을 줘서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행히 회원조합들의 경영이 많이 개선돼 현재 이들로부터 300억원가량의 출자를 받은 상태다.


▶▶ He is…
△1951년 경남 진해 출생 △1987~1996년 13ㆍ14ㆍ15대 진해시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 △1995~1996년 경상남도 도의원 △2000~2007년 17ㆍ18대 진해시수산업협동조합 조합장 △2003~2004년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 △2004년 경남대 행정학 석사 △2007~2009년 농어업ㆍ농어촌 특별대책위원회 위원 △2007년~현재 수협중앙회 제22ㆍ23대 회장 △2007년~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위원회 위원 △2008~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 △2009년~ 어업인교육문화복지재단 이사장 △2009년~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수산위원회 위원장 △2011년 국제협동조합연맹 로치데일 파이어니어상 △2012년 금탑산업훈장


中어선 불법조업 범칙금 300억, 어민복지에 활용을…

깊고 잔잔한 이종구 회장의 목소리가 이따금 높아질 때가 있었다. 화제가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 조업으로 돌아갈 때였다.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 조업은 국내 어업인들의 조업에 피해를 가져다줄 뿐 아니라 어업자원의 조성과 관리까지 위협하기 때문이다.

금어기를 설정하고 조업 어선을 줄인 만큼 넉넉해진 어업자원은 불법 중국 어선들의 몫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지난 6년간 연평균 468건의 중국 어선이 불법 조업을 하다가 적발됐다. 실제 불법조업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수협은 보고 있다.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조업을 하다 적발된 중국 어민들은 5000만원(50t 미만)~1억원(160t 이상)의 담보금을 한국에 납부하면 풀려난다. 최근 5년간 300억원에 달하는 담보금이 국고에 들어갔다.

이 회장은 이 담보금을 국고로 귀속시키지 말고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으로 피해를 본 어민의 소득 향상을 위해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불법 행위로 피해를 입은 어민들에게 범칙금이 돌아가야 한다”며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을 지속적으로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이 제시한 방안은 담보금과 관련된 ‘배타적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행사에 관한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정부 입장은 회의적인 편이다. 이 회장은 2009년 설립한 어업인교육문화복지재단기금으로 불법 담보금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담보금이 어민들에게 돌아가도록 관련 법이 개정될 경우 국고 대신 어업인교육문화복지재단으로 담보금이 귀속되도록 하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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