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가공·유통 ‘세 마리 토끼를 잡다’
양식·가공·유통 ‘세 마리 토끼를 잡다’
  • 김병곤
  • 승인 2012.12.06 10:41
  • 호수 16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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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수산신지식인 우수상 이나영 하나수산 대표

▲ 이나영 하나수산 대표
“아직도 수산업계 일부에서는 여성들의 참여를 터부시하고 사회풍토 역시 여성이 ‘수산업처럼 억센 분야’에서 일을 하면 좋지 않다는 시각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만, 이제는 많은 여성 어업인들이 다양한 수산분야에서 제약 없이 함께 활동했으면 합니다.”

2012년 농림수산식품부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여성 수산인’ 이나영(39·여) 씨. 전남 고흥군 소재, 하나수산 대표라는 직함을 지닌 그녀는 여성 수산인에게 갖는 사회적 편견에 대해 이렇게 일갈했다. 15년 여 동안 김 양식 어업인으로 살며 수산인경영인이 되었고, 이어 가공유통 사업을 해오면서 느낀 바를 토로했다.

이나영 대표는 뒤늦게 수산업에 뛰어들었다. 결혼을 하면서 시댁에서 김 양식업을 처음 접했다. 그것도 남편은 어업이 아닌 다른 사업을 했기에 시댁식구들과 함께 김발을 매는 일 부터다.

그 때 나이 스물넷. 이렇게 겁 없이 뛰어든 바다에서 맹렬 여성어업인으로의 삶을 살았고, 지금은 젊은 나이에 성공한 사업가의 길을 걷고 있다. 

“당시 고흥군 관내에는 50여개소의 김 가공업체가 가동 중이어서 양질의 김을 생산하면 충분한 가격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 했습니다. 하지만 기존 가공업체들의 과도 경쟁으로 생산은 물론 유통 판매에서부터 가격 조절이 난관에 부딪쳐 마른 김 생산 가격 조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가공공장 건립을 추진했습니다.”

1998년 물김 250책을 시작으로 5년 여간 직접 김 양식을 했고, 2003년 수산업경영인으로 선정됐다. 이후 지속적인 김양식에 매진했으나 가격 불균형으로 초기 사업이 부진해 고흥군 수협 물김 중매인(18번)으로 가입, 물김 수매 가공공장인 하나수산을 설립하기에 이른 것이다. 지난 2006년의 일이다.

▲ 철저한 물김 수매
하지만 이 또한 쉽지는 않아 또 한번의 난간에 부딪쳤다. 초입김 생산에 따른 시설인 수동형 기계설비에서 이물질이 다수 발견돼 상품가격 하락으로 마른 김 단가 하락의 요인이 됐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별 시설의 낙후로 초입 김의 품질 저하에 따른 경영비 증가로 이어졌다.

“마른 김 생산에서 이물질 제거는 상품을 평가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국내 여러 곳의 마른 김 생산업체 현지를 방문해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한 기계설비도 많이 제작해 사용했지만 효과는 미비했습니다. 그래서 지난 2010년 일본의 김 가공업체를 어렵게 연결 해 일본에서 사용 중인 원심분리형 이물질선별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 했습니다.”

이 대표의 발품을 판 노력은 톡톡한 효과를 얻고 있다. 현재 국내의 마른김 이물질 혼입기준은 6% 기준이나 원심형 이물질선별기 도입 후 기존 이물질 혼입율이 2.8%에서 1.6%로 크게 개선된 것이다.

뿐만 아니다. 방문자 누구든지 사무실에서 현장을 언제 어디서나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에 의뢰해 스마트온라인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개발, 공장에 직접 설치했다. 이와 연계하여 소비자가 직접 인터넷상 김가공 작업 공정을 실물로 볼 수 있도록 설비해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발돋움 하게 됐다.

그녀의 기술과 시스템 투자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김밥 김’ 선도유지를 위해 회사 자체적으로 화입(수분제거기)라인도 구축했다. 김밥 김의 선도를 유지하고 파래 자반공장에도 5단 자동건조라인을 설비하고 이물질에 대한 선별 효율을 높이기 위해 화상이물질선별기도 설치한 것이다.

이 결과 하나수산은 마른김 수산물품질인증서를 획득했고 지난 2008년 설립한 (주)창출푸드는 김밥김 전문 브랜드 업체로 명성을 얻었다. 이들 회사는 유통 . 판매 . 직거래 . 홍보 마케팅으로 국내 조미김 OEM 산지생산업체로 부각 했다.

▲ 물김 위판장에서의 정보교환
▲ 생산라인에서

하나수산의 경우 초기 마른김 판매는 부진했지만 지속적인 직거래와 마케팅으로 (주)풀무원의 김밥김 산지 OEM생산 지정공장으로 선정됐고, 이후에는 (주)동원산업. (주)사조 등에 직접적 접촉과 홍보로 김밥 김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 받아 현재 김밥 김 산지협력업체로 등록됐다.

“회사설립이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점차 경영이 안정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생산은 한시적으로 공장을 돌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연중 가동을 위해 다양한 해조류 생산을 위해 찾던 중 제주도 해안가에 방치되는 구멍갈파래를 연구하게 됐습니다.”

김 대표는 2011년 일본 후코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수산물의 원료 수급 불균형에 따라 일본 수산물 가공업체들이 우리 나라의 수산물 수입에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연한 기회에 우리 나라의 청정해역에서 자연 서식하는 신선하고 안전한 원료인 구멍갈파래를 찾은 것이다.

“구멍갈파래는 분말로 만들어져 일본인들의 기호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제품입니다. 그동안 우리 나라에서 원료채취 후 건조한 상태에서 일본에 수출했지만 원료채취에서 가공, 분말, 포장까지 전 단계를 우리 회사에서 도맡게 된 것입니다.”
이 대표는 일본인들이 구멍갈파래를 ‘웰빙식품’으로 선호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제주에서 원료를 수급, 가공하기 위해 자반건조기를 확보하고 분말건조기를 설치했다. 일본 코아사(김가공 유통업체)와 연결해 버려지던 구멍갈파래를 가공, 자반으로 만들기 위한 자문을 구하고 일본기술진과 협력해 제품화에 성공한 것이다.

▲ 창출푸드 전경
이처럼 이 대표는 직접 김 양식에서 물김 생산 가공 . 김밥 김 . 자반 김 . 파래분말 등의 제품을 생산해 국내는 물론 해외 일본·중국에까지 꾸준한 수출해 오고 있다. 작은 체형, 앳된 얼굴의 이나영 대표는 이 지역에서는 ‘해조류의 박사’란 별명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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