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50년을 투망하다④] 섬과 갯벌 생명이 숨 쉬는 바다
[바다 50년을 투망하다④] 섬과 갯벌 생명이 숨 쉬는 바다
  • 수협중앙회
  • 승인 2012.09.20 13:34
  • 호수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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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준 ㅣ 전남발전연구원

▲ 신안 다도해 섬과 갯벌

몇 년 전 장흥에 작은 섬과 육지를 연결한 방조제를 걷어내고 바닷물이 소통하도록 다리를 놓았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악취가 나고 조개와 갯벌생물들이 살지 않던 주변 갯벌에 바지락이 자라고 망둑어와 낙지가 나타났다.

오직 물길만 열었을 뿐인데 이렇게 큰 변화가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런데 어민들은 알고 있었다. 옛날부터 그곳은 최고의 바지락 밭이었고 낙지들의 터전이었기 때문이다.

새만금과 시화호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갯벌을 잃고 섬이 사라진 땅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바닷물이 통하지 않는 갯벌과 갯벌이 없는 섬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곳은 어민들과 섬사람, 도요새와 칠게들, 낙지와 숭어들이 기대어 사는 터전이다.


● 섬과 通하다.

UN해양법 협약에 ‘바닷물로 둘러싸여 있으며, 만조일 때에도 수면 위에 있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육지지역’을 섬이라 규정했다. 이 중 유인도는 두 세대 이상거주하고 물과 나무가 있어야 한다. 지구상에 있는 섬은 50만 개가 넘는다. 남한에는 3,000여개, 북한에는 1,000여개의 섬이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섬을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겨우조선 세종 이후 『지리지』에 본격적으로 섬 이름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불과 몇백 년 되지 않는다. 당시에도 겨우 목장, 수군진 정도로 관심을 가졌을 뿐이다.
인구가 증가하면서 농사지을 땅을 일구고 마을이 형성되면서 본격적인 섬생활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물론 섬에서도 선사시대 유물들이 패총 등에서 확인되기도 하지만 현재 생활하는 사람들과 관련성을 찾기는 어렵다.

이제 바다와 섬은 단순히 어업자원을 넘어서 경제수역(EEZ), 해양자원, 해양산업 등으로 해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섬에 대해 새롭게 주목을 하고 있다. 섬 영유권 분쟁의 이면에는 계량할 수 없는 자원을 차지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 뿐만 아니라 해양을 활용한 다양한 레저활동이 새로운 관광유형으로 주목받고 있다. 폭넓게 해양레저와 해양문화를 포괄하는 해양관광이 육지관광에 싫증을 느낀 사람들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이렇게 섬과 바다의 가치는 자꾸 올라가는데 섬사람들은 자꾸 밖으로 나오려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자꾸 섬을 사려는 사람은 늘어 가는데 정작 수백 년 동안 섬을 지켜온 섬사람들은 왜 그곳을 떠나려 하는 것일까.

허물없이 지내는 섬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면 “니가 섬에 살아봐”라는 말로 정리한다. 정말 어쩌다 섬에 들어가 풍랑주의보라도 내려 사나흘 갇혀 있어 보면 그 심정 이해할 것 같기도 하다.

또 원하는 날에 들어갈 수 없을 때는 더 미칠 지경이다. 접근성과 생산기반이 열악하고 교육과 문화기회가 부족해 젊은 층의 이도현상이 심각하다.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지 오래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정책의 문제이고 정치의 영역이다. 섬과 육지를 동등 위치에 놓고 정책을 결정할 때 섬은 늘 소외된다. 또 섬을 개발할때도 육지 시각으로 접근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일본의 어느 섬에는 “기선도 도로다”라는 말이 있다. 도로는 SOC 영역이다. 국가에서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이다. 우리 뱃길은 어떤가.

▲ 갯벌과 생명
▲ 갯골 생명을 품다

● 갯벌과 通하다.

‘개’는 ‘바다’를 의미하고 ‘벌’이란 육지의 너른 벌판을 의미한다. 갯벌은 바닷물이 빠지면 공기 중에 드러나고 물이 들어오면 바다가 된다. 수천 년 파랑작용과 조석차, 굴곡이 심한 해안, 강물 등으로 인한 퇴적현상으로 형성된다.

바람에 의해 형성된 해안가의 너울 ‘파랑’과 밀물과 썰물의 조석 차이가 만들어낸 것이다. 동해안은 파랑은 있지만 조석차가 적어 갯벌이 발달하지 못했다. 즉 좋은 갯벌은 바닷물이 들고 나면서 만들어 낸 소통의 결과이다. 바닷물이 막히면 섬이 사라지고 갯벌도 사라진다.

그러면 섬과 갯벌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느냐고 물을 것이다. 둘의 관계는 보통 사이가 아니다. 밀월관계다. 정확하게 가늠해 보지는 않았지만 우리나라 갯벌의 절반 이상은 내륙에 접해 있는 것이 아니라 섬 주변에 있다.

이를 두고 ‘섬갯벌’이라 정의하기도 한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서해와 남해는 리아스식 해안이 발달해 일찍부터 갯벌이 발달했다.

갯벌은 조류에 의해 운반된 작은 모래나 흙이 강 하구, 해안, 섬 주변, 바다 가운데 오랫동안 쌓여 생기는 평탄한 지형을 말한다. 바다의 너른 벌쯤으로 풀이하면 될 것 같다.

이를 두고 ‘간석지(干潟地)’라 한다. 사전에는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개펄’로 정의되어 있다. 갯벌과 개펄을 구분하기도 하지만 갯벌이 통용되고 있다. 이를 ‘연안습지’라고도 한다.

우리 갯벌은 강과 바다가 만나 만들어낸 영양 염류가 풍부하고 원시적인 생명성을 간직하고 있다. 다양한 서식 환경으로 생물 다양성이 높다. 한국의 서해 어류들은 70%가 서해갯벌에서 산란하고 자란다. 작은 규조류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생명들이 갯벌에 의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하천과 강과 갯벌과 섬과 바다로 이어지는 서해의 독특한 생태계는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낸다.최근에는 갯벌축제와 생태관광의 자원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외에도 수문학 및 수리학적 기능(자연댐, 수분조절), 기후 조절 기능, 수질오염 물질 제거 등의 기능을 한다.

갯벌이 가장 많은 곳은 전라남도와 인천이다. 왜 그럴까. 그곳에 큰 강이 있다. 그리고 다도해가 펼쳐져 있다. 서해안의 구불구불한 해안선이 직선으로 바뀌고 있다. 그 결과는 굴곡도에서 잘 드러났다. 서해안의 길이가 100년 전에 비해 40% 줄었다.

현재 서해안 굴곡도는 4.47이다. 1910년대에는 8.16이었다. 동해안의 0.97에 비하면 높지만 크게 줄었다. 간척으로 염습지와 갯벌, 사구와 하구, 좁은 만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내륙 연안에 갯벌이 점점 사라지고 그나마 모양을 갖춘 갯벌은 섬 연안에 남아 있다.

그러니 섬과 갯벌은 뗄 수 없는 밀월관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서해바다에서 서식하는 물고기 대부분은 갯벌에서 태어나고 자란다. 그래서 갯벌을 생물자원의 보고라고 한다. 지구상에 마지막 완전성을 갖춘 생태계다. 그래서 국제사회는 람사르협약에 의해 보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습지보전법을 제정해 연안습지 보호지역을 지정했다. 또 세계유산에 등록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갯벌의 종류에 따라 서식하는 생물이 다르다. 인간들도 갯벌 생물처럼 그 곳에 기대어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갯벌을 어민의 저금통과 반찬통만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곳은 칠게와 도요새와 인간이 더불어 살아야하는 터전이다. 우리세대에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도 누려야할 자원이다.

섬과 갯벌은 그 자체가 살림이다. 바닷물이 들고 나며 온갖 생명을 품는다. 어민들은 물때에 맞춰 고기를 잡았다. 어린 조개가 자라는 곳에서는 호미질을 하지 않았다.

죽방렴이나 독살, 그레나 가래를 이용해 필요한 만큼만 잡았다. 정월이면 갯벌을 모시고 풍어에 감사하고 마을의 안녕을 빌었다. 그것이 ‘갯살림’이다.

인간도 갯벌 생물이다. 갯벌에 등장한 최후의 생물이다. 어민들은 공전의 유전자를 갖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어부’라고 부른다. 그들은 인간이기에 앞서 갯벌 생물이었다. ‘어업경영인’보다 어부가 더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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