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한중 FTA 협상개시, 수산업 고사 선언이 아니길
정부의 한중 FTA 협상개시, 수산업 고사 선언이 아니길
  • 수협중앙회
  • 승인 2012.05.10 11:07
  • 호수 1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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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용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실장

이웃간의 두 사람이 처음에 서로 뜻을 같이하는 뭔 일을 잘해 보자고 약속을 했다. 막상 시작해보니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하던 계획을 중도에 그만 두기는 쉽지 않다. 약속에 대한 신뢰도 문제거니와 먼저 그만 두자는 쪽이 이유를 대어 빠져나올라 치면, 꽁해진 상대에게 다른 일에 딴죽을 걸 수 있는 빌미를 주기 때문이다. 사인간의 관계도 이렇듯 쉽지 않다. 하물며 국가간의 관계에서야 두말 할 게 없겠다.

5월 2일은 참으로 안타까운 날로 기억될 것 같다.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중국을 방문해 협상원칙이 담긴 양국 통상장관간 공동선언문에서 중국과의 FTA를 개시한다고 발표했다. 그간 정부는 한중 FTA시 발생할 농수산업의 위기를 잘 알고 있고, 적절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해 왔다. 그래서 협상을 2단계로 나누어 1단계 협상에서는 상품, 서비스, 투자분야의 협상지침인 모델리티를 먼저 합의하겠다고 한다.

1단계 협상에서 농수산업의 민감성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선조치하고 난 후 다음 2단계로 넘어가 합의된 모델리티에 기초하여 전면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1단계에서 충분한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2단계 협상으로 넘어가지 않겠다. 도저히 어려우면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게 통상교섭본부장의 의지라 들었다. 그러나 중국의 속내는 어떨까? 모르긴 해도 “일단 시작하고 보자. 밀어붙이게.” 아닐까?

수산업의 한중 FTA는 사각링에서 초등학생과 헤비급 선수가 맞붙는 격이다.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다. 우리 수산업의 생산기반이 무너지면 평생 고기잡이로 잔뼈가 굵은 우리 부모형제는 갈 곳이 없다. 사회적 비용만 오히려 엄청나게 증가한다. 수입에 의존해 먹으면 수산물의 안전성은 누가 책임지는가. 생산기반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어야 국제적 수산물 가격 변동과 장난에 휘둘리지 않고 식량안보를 지킬 수 있다. 수산업과 어촌, 어업인을 유지해야 거기서 파생되는 다원적 기능을 도시민이 누릴 수 있다. 이래서 한중 FTA를 우리는 결사 반대한다.

늘 들어오던 옛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이말 제대로 들여다 봐야 한다. 옛날에는 거대 토목공사가 없었다. 산을 깍아 공장단지, 신도시를 만들 일도 없었다. 쌀이 최고인 시대라 논마지기라도 늘려볼 요량은 가질 수 있었겠으나, 장비가 없으니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게다. 실제로 옛날의 산천은 100년이 가도 변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10년 강산이란 말이 생겼을까?

‘사별삼일즉갱괄목상대’라는 말이 있다. 선비가 사흘 후에 대하면 그 동안 늘어난 학식에 놀라 눈을 비비며 다시 살펴봐야 한다는 뜻이다. 사람 사이의 내면의 관계, 특히 학문의 길에서 시간의 중요성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말이다. 괄목상대라. 하물며 10년이면 얼마나 긴 세월인가. 여기에서 실제와는 다르게 역설적으로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10년의 세월은 길까? 턱없이 짧다. 장구하게 영원무궁토록 이어가야할 우리 수산업. 10년은 일순간이다. 지금까지 발효된 아세안, EU, 미국 등과의 8차례 FTA를 보자. 10년 정도의 관세철폐 기간을 확보하면 장기간의 철폐로 특정 품목의 보호가 가능하다면서 협상을 잘한 것으로 평가해 왔다.

그러나 아니다. 10년은 금방이다. 개인의 삶도 되돌아 보라. 10~20년. 순간이지 않는가. 하물며 국가간의 관계에서 10년이란 얼마나 짧겠는가. 장기 철폐는 수산업 보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직 제외만이 살길이다. 수산물 모두.

정부가 협상단계를 구분하여 취약산업 보호를 기하겠다는 의지는 대단한 것 같다. 최선을 다해 계획대로 1단계 협상에서 기필코 막아주기 바란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다.

다행히 수산물의 민감성이 인정받는다고 해도 중국의 민감 산업에 대한 반대급부를 내 줘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제 우리나라 내부 산업간 줄다리기가 된다. 다른 협상도 그렇겠지만 특히 FTA 협상은 정부, 피해산업, 수혜산업이 어우러져 3+3=6자 회담과 같은 형국이다.

중국과의 FTA에는 수산업의 명운이 걸렸다. 단순히 수산업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산업은 식량산업이다. 생존의 문제이다. 협상에서 한시라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내적으로도 식량산업과 다원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수산업의 민감성 보호에 산업간 충분한 이해와 양보가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외교부의 수산업 보호에 대한 굳건한 의지와 타 산업의 이해를 기대한다. 이번 FTA 개시 발표가 결과적으로 ‘수산업 포기·고사 선언’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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