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봄맛 출발점
제주 봄맛 출발점
  • 김상수
  • 승인 2012.04.19 11:42
  • 호수 1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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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포 해녀의 집 소라구이

▲ 제철을 맞아 인기를 끄는 제주 소라
전복과 바꾸지 않는다는 '봄 구쟁기'

제주 소라제철은 언제인가 바로 지금 봄철이다. 요즘 겨우내 바다 속에서 뒹굴뒹굴하며 속살을 찌운 소라들이 성산포 해녀의 집 식탁에 올라와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중이다.


제주 갯마을 토박이들은 ‘봄 구쟁기’는 전복과도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봄철 제주 사람들이 구쟁기라 부르는 소라엔 단백질, 타우린, 비타민D와 E, 아연 등 영양분이 풍부할 뿐더러 사계절 중 꼬들꼬들한 속살 맛이 가장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주 우도에서 해마다 열리는 소라축제도 봄철에 맞춘다.

‘봄에 걸린 병의 약은 소라가 제일이다’는 말도 제주에 있다. 예로부터 제주에선 봄철에 걸린 병은 물론 큰 병을 앓을 때 소라로 죽을 만들어 먹고 병이 나았다거나 병후 구완 음식으로 소라요리는 물론 그 속에 든 국물까지 먹여 병치레로 잃었던 입맛을 되찾게 했다는 얘기다.

▲ 성산포 당번 해녀의 소라잡이
소라는 산란기를 제외하고는 독성이 없으며,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갈증을 멈추게 한다. 이 때의 갈증은 단순한 목마름 뿐만이 아니라 당뇨 증세 중 하나로 갈증이 심할 때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소변이 잘 나오게 하며 술을 많이 마셨을 때의 주독도 풀어준다니 술 좋아하는 장년들에게 특히 고마운 패류다.

제주도는 세계가 인정하는 청정 바다요, 소라는 전복과 함께 그 바닷속에서 너풀대는 미역이나 감태 등 신선한 바닷말을 먹고 자라는 천연 건강 먹을거리다. 이를 일찌감치 눈치챈 세계 최장수국 일본인들이 요즘 일삼아 제주로 찾아와 전복 대신 소라만 찾을 정도라는 게 성산포 해녀의 집을 이끌어 가는 고송환 어촌계장의 귀띔이다.

“관광객중 어떤 이는 소라구이를 할 때 국물을 흘려버리는데 실은 그 소라 삶은 국물이 보약이나 마찬가지라. 정신을 맑게 하고 기억력도 좋게 해준다고 전해오거든. 모르긴 해도 ‘제주 할망’들이 치매환자 중에서 숫자가 가장 적을 거라.” 해녀의 집 ‘주방할망’ 말씀인데 시험을 앞둔 손자들에게 부러 찾아 먹인다던가. 게다가 ‘떨어진 간 기능 회복과 갱년기 시력회복, 당뇨병 예방, 콜레스테롤 증가 억제 등등’ 소라가 몸에 좋다는 말씀만 늘어놓는다.

▲ 01 스며나온 국물을 흘려버리지 말고 속살을 먹은뒤에 마시면 좋다 02 꼬들꼬들 씹히는 맛에 자꾸 손이 가는 소라회 03 구수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살아있는 소라구이

이리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은 소라는 날것은 날것대로 불기를 쐰 것은 또 그대로 좋으니 소라구이, 소라물회, 소라죽, 소라꼬치구이, 소라젓 등등.

그 재료가 되는 활소라는 성산리어촌계 잠수회 120명의 해녀들이 매일 번갈아 물질을 해서 잡아낸 싱싱한 것들이어서 요리되어 식탁 위에 올라도 육질이 여전히 꼬들꼬들 씹히는 맛이 대단하다.

강회나 물회를 청해도 뚝딱 조리해 내온다. 국물 없이 썰어내고 양념을 해서 무친 게 강회요, 소라 살 썬 것에 다진 마늘, 부추, 풋고추, 깻잎을 썰어 날된장과 식초로 버무린 후 냉수를 부어서 먹는 게 소라물회다. 초고추장 양념이 아니라 된장으로 간을 맞추었다는 게 다른 지방과 차이점이다.

▲ 성산일출봉 아래 위치한 해녀의 집
▲ 막 채취해낸 성산포 소라

소라물회를 만들 때 속에 든 즙도 버리지 않는다. ‘동의보감’에 등장할 정도로 몸에 좋기 때문이란다. ‘소라의 뚜껑을 열고 그 속에 황련이라는 약재를 넣어두면 즙이 생기는데 이 즙을 눈이 아프고 잘 낫지 않을 때 이용하면 효과가 있다’는 게 바로 동의보감에 기록된 ‘소라즙’ 얘기다.

성산리 해녀의 집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 104-1   ☎ 064-783-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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