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애국자 98금양호 선원들이여! 이제 편히 잠드소서
진정한 애국자 98금양호 선원들이여! 이제 편히 잠드소서
  • 수협중앙회
  • 승인 2012.04.05 14:24
  • 호수 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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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용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실장

기억하십니까? 2010년 3월 26일. 앞만 봐서 그런지 벌써 2년이나 흘렀나 싶네요. 죄송스럽게도 2주기 추도라는 방송 듣고 알았습니다. 서해 백령도 바로아래 버젓이 우리 땅 우리 바다에서 구구절절한 애환을 남긴 46명의 우리 아들 손자 친구들이 천안함과 함께 산화한 날이었습니다.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은 감사함도 덜 하다는 것이겠지요. 영령들께 죄송하고 유족들에게 미안합니다. 바다 지켜 주심에 새삼 다시 감사드립니다.

누군가 열사와 의사에 무슨 차이가 있는 지를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차이가 있다는 것 자체를 염두에 두지 않았으니 당연히 몰랐습니다. 들어보니 열사는 의로운 신념을 가지고 목숨을 마다하지 않은 사람, 의사는 평소의 신념과는 관계없지만 의로운 일에 목숨까지 내버린 사람이랍니다. 딱 들어맞지는 않겠지만, 이 분들이 있어 우리 사회가 온전히 이어져 왔고 또 가는 것만은 확실합니다.

경제학에서 말하길 개개인은 모두 이기적인 존재라 합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살아가는데 그러다 보면 시장의 보이지 않는 힘이 결국 조화를 이루게 만들어 전체가 무난히 잘 살아가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닌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는 개인의 이기심만 있는 것이 아니고 더 아름다운 나눔, 봉사, 배려, 희생이 늘 함께 해 왔고 사회의 빈자리를 채워왔습니다.

아니 빈자리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더 큰 자리인지도 모르지요. 시멘트와 모래를 하나로 만들어 비로소 콘크리트를 완성시키는 물 같은 존재라고 할까요! 그런 분들의 고귀한 희생이 있어서 인간사 공동체는 살만한 세상이었고, 허물어지지 않고 더 탄탄해져 온 것입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46용사 2주기 추도에서도 잊혀 진 분들이 있었습니다. 천안함 실종자 찾기와 증거 수집을 위해 수색을 도왔던 98금양호 선원들입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소중한 물증을 찾아주고 귀환하던 중 화물선에 부딪혀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9명의 어선원도 모두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지요.

특히 우리를 가슴아프게 했던 것은 3D 업종의 고된 승선생활 탓에 외국적 어선원 2명을 제외한 우리 선원 7명 모두가 장가도 못간 외로운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시신이라도 수습해줄 제대로 된 가족조차 없었다는 것입니다.

고귀한 목숨을 내 놓은 선한 뱃사람들의 먼 길을 챙겨준 이는 수협이었습니다. 주검도 다 수습하지 못해서 더욱 비통한 장례식이었지요.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을 장래 위원장으로, 전국 92개 회원조합장을 장래 위원으로 하는 ‘수협장(水協葬)’이 치러졌습니다. 이들의 북망산행을 어업인 대표들이 위로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 수협이 참으로 잘했다 싶습니다.

장래후 희생 선원들의 의사자 처리를 두고 되니 안되니 말들이 많았습니다. 결국 수색 자체에서 희생된 것이 아니라 수색 후 귀환하다가 일어난 사고라 현행 규정상 의사자는 될 수 없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었습니다.

국가의 부름에 나서지 않았다면 그리로 갈일도 없었을 게고 돌아오다 화물선에 부딪히는 불상사도 없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의로운 죽음이 그래서 더 묻혀 버리게 되었고 아린 심정은 더 했습니다.

아! 그런데 참으로 다행입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3월 29일 드디어 당신들을 의사자로 인정했습니다. 그 의로운 뜻은 길이 아로새겨 질 것입니다. 이제 우리사회는 더욱 밝을 것이고 또 더 밝아질 것이라 굳게 믿습니다. 일은 반드시 옮게 돌아갑니다. 아니 꼭 돌아가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들이 있기에 우리는 행복합니다. 내가, 우리 자식이 더 아름답고 살 만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살아서도 애국자요 죽어서도 진정한 애국자이신 98금양호의 영령들이여! 이제 천국에서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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