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산, 들의 절묘한 조화
바다, 산, 들의 절묘한 조화
  • 김병곤
  • 승인 2012.03.08 13:30
  • 호수 1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비로운 곰소항


일제 수탈에 슬픈 역사의 항구

변산반도 해안도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누구나 이 도로를 달려보면 왜 아름다운지 온몸으로 느끼고도 남을 법하다.
산봉우리가 펼쳐지는 내변산과 해안가의 외변산으로 대별되는 변산반도는 산, 바다, 들 모두 절묘한 조화가 신비롭고 오묘하기가 그지없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변산반도 해안선을 따라 진득한 갯벌과 염전을 만날 수 있는 곳이 곰소항이다.


곰소항은 전라북도 부안군 진서면 진서리에 있는 항구다. 일제강점기인 1938년 인근 전북 4대항이었던 줄포항이 토사로 수심이 낮아지자 이를 대체하기 위해 제방을 축조해 만든 항구다.

곰섬을 중심으로 범섬과 연동, 서쪽의 까치섬과 작도리를 이었고 곰처럼 생긴 두개의 섬이라는 말에서 지명이 유래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일제가 이 지역 농수산물의 반출을 위해 만들어진 슬픈 역사를 품고 있는 항구이기도 하다.

곰소항은 싱싱한 활어 보다는 건어물과 젓갈로 유명하다. 근해에서 나는 싱싱한 어패류로 각종 젓갈을 생산하는 대규모 젓갈단지가 조성돼 있고 곰소젓갈발효식품센터, 젓갈 상가단지가 들어섰다.

곰소에 젓갈이 유명한 것은 곰소항 인근에 곰소염전이 있기에 가능했다. 곰소염전은 천일염전이다. 곰소항의 젓갈은 곰소염전의 천일염으로 담근다. 곰소염전은 1970년대만 해도 규모가 컸지만 지금은 줄었다. 염전 옆으로는 10여개의 허름한 소금창고들이 늘어서 있다.

곰소염전과 곰소항 주변엔 까나리액젓, 멸치액젓, 갈치속젓액 등 젓갈을 파는 70여개의 상점이 즐비하다. 지금도 조성중에 있는 젓갈단지는 겨울철에는 갈대밭을 구경할 수 있고 봄에는 유채꽃을 심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곰소항 앞 방파제는 단순 이미지를 볼거리로 부각시키고 항구 주변을 색다른 관광 명소로 탈바꿈 하기위해 방파제 위에 항공모함 형태의 대형 조형물을 설치했다. 모형 선체는 야간에도 식별이 가능한 특수 조명등을 설치해 선박 안전운항을 위한 항로상의 등대 구실도 겸하고 있다. 하지만 해안과 항공모함(방파제) 간 거리가 60m에 달해 일반인들의 선상 접근이 불가능하다.


곰소항은 일출과 일몰을 함께 조망할 수 있다. 건너편 선운사가 보이는 고창에서 떠오르는 일출과 서해로 넘어가는 일몰은 장관이다. 곰소항에서 격포 방향으로 약 10㎞쯤 가면 진서면과 변산면을 잇는 아홉 구비재(쌍개재)가 나온다.

고개마루에 서면 곰소항을 비롯해 바다 건너 고창 선운산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바로 이곳이 바다와 갯벌을 품고 떠오르는 서해일출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곰소만은 만이 아니라 강과 같다고 말한다. 갯벌에 강처럼 깊숙하게 고랑이 파여 영락없는 강 하류다. 그래서 속 깊은 사람을 ‘곰소 둠벙 속같이 깊다’고 한다는 속담이 유래하기도 한다.

갯벌에 강처럼 나있는 고랑을 비추며 서쪽으로 넘어가는 일몰은 가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해안절벽, 생명의 갯벌, 염전과 그 소금으로 만든 젓갈, 계절의 변화에 따른 멋과 맛이 각기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곰소항으로 달려가 보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