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FTA, 우리 수산업 ‘고사(枯死)’ 위협
한·중 FTA, 우리 수산업 ‘고사(枯死)’ 위협
  • 이명수
  • 승인 2012.02.16 13:35
  • 호수 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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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FTA-③ 한·중 FTA 수산업 피해는?

“수산분야 협상 제외해야 한다” 지적도
피해규모 파악 등 선제적 대응이 절대적


정부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개시를 위한 국내절차 규정에 따라 공청회 개최 공고를 지난 9일자로 관보에 게재했다.

외교통상부는 2월 24일 오전 10시부터 5시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컨벤션센터 3층 홀E(연기시 2월 28일 같은 시간 코엑스컨벤션센터 1층 그랜드볼룸 104~105호)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한·중 FTA 추진 경과 보고와 그 의의 및 효과, 분야별 검토와 종합 토론이 있을 예정이다.

한·중 FTA 협상 추진을 위한 국내 절차를 본격화하겠다는 의미다. 공청회를 통한 의견수렴과 대외경제장관회의 의결절차를 밟고 국회 보고 등 국내절차가 마무리되면 한·중 FTA 협상 개시가 선언될 예정이다. 빠르면 4월경이라는 조심스런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교통상부가 이 과정에서 세미나, 토론회, 전문가·업종별 간담회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한다고도 한다. 또한 모든 국내 절차가 끝나면 중국측과 FTA 협상 진행방식, 협상 내용 등을 협의한 후 협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중 FTA 개시를 서두른 것은 우리가 가져올 경제적 파급효과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수산업계를 비롯 1차 산업계는 정부의 이같은 협상개시 움직임에 1차산업 붕괴를 우려하면서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업계에서는 한·중 FTA 협상 분야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심각성을 표출하고 있다.

한·중 FTA 체결로 인한 수산업 등 1차산업 피해는 지금까지 그 어떤 FTA보다 치명적이라는 사실이다. 무역역조 현상이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한·중 FTA는 사실상 1차산업 기반을 무너뜨릴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1992년 10억달러였던 농림수산물 적자가 2010년에 들어서는 35억달러로 급증하는 등 대규모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무역역조에다 고관세와 낮은 가격경쟁력 때문에 한·중 FTA 체결시 대규모 수입이 예상되는 등 1차산업계가 입는 피해는 예측을 불허할 정도로 초토화 수준이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 의존도가 높은 중국이 한·중 FTA를 통해 무역수지 적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집요한 한국시장 공략으로 국내 시장을 교란할 것이 너무도 자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한·중 FTA가 중국시장을 선점하는 효과가 있어 한국경제에 더 유리하다는 일반적인 전망과는 달리 상당한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는데다 지나친 대중의존도가 한국경제 자체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요소라는 점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한·중 FTA를 단순히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다보면 실패할 가능성이 적잖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국내어업 붕괴에다 식량위기 직면

수산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중 FTA 체결시 수산피해는 관세 일시 철폐시(18%→0%) 최대 연간 피해금액이 1조10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약 7조여억원을 넘고 있는 국내 어업생산액의 15% 수준으로 피해규모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또 우리나라는 중국으로부터 수산물을 가장 많이 수입한다. 2009년~2011년 3개년 평균 대중국 수산물 수입액은 10억7000만달러로 전체 수산물 수입액의 30.4%를 차지했다. 반면 대중국 수산물 수출액은 2억8000만달러로 전체의 15%에 그치고 있다. 3개년 평균 무역적자가 연간 7억9000만달러에 이른다.

한·중 FTA는 이 무역역조 현상을 심화시켜 국내 시장의 중국화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이들 수산물이 우리와 경합을 벌이고 있는 어장에서 생산된 동종의 수산물인데다 FTA시 활선어 수입 급증으로 인한 직접적 피해가 엄청날 전망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이 낳은 불법어획물까지 겹친다면 국내시장 질서교란은 불보듯 뻔하다. 

지난해 적발된 중국어선 불법조업은 537건에 달했다. 이들 불법조업선들이 어획한 어획물은 자국으로 다시 가져가 유통시킨다.

우리 어장에서 잡은 도둑고기를 무방비로 유통시킬 경우 인접국인 우리로서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어장훼손은 물론 불법유통물의 국내 반입도 배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한·중 FTA로 관세인하 등 낮은 가격의 수산물이 무차별적으로 수입될 경우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피해가 예상된다.

주요 피해 어종은 갈치, 오징어, 조기, 게, 낙지, 넙치, 농어, 돔, 문어, 민어, 바지락, 뱀장어, 볼락, 새우 등 국내 선호 어종 대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요인들은 우리 어업인들의 어업생산량 감소를 가져오고 어업적자 발생으로 어업을 포기하는 어업인을 속출시켜 어업생산기반이 붕괴되는 것이다.

또한 식량자급률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중국 등 수산물 공급국가의 인위적 조작 등에 의해 수입품의 가격폭등에 앉아서 무방비로 당할 수 밖에 없다. 식량위기를 맞을 수 있는 대목이다. 한·중 FTA는 직접적인 피해뿐만 아니라 우리 수산업의 다원적 기능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다.

중국의 불법 조업은 연안수역 관리와 국토의 균형이용 상실, 바다환경 파괴 등 현재 우리 수산업이 역할하고 있는 다원적 기능을 없애 국가적으로 편익 감소와 간접비용 증대를 몰고 온다. 

중국이 보유한 어선 100만여척에 비교도 안될 한국 어선수는 7만7000여척에 불과하다. 또 2009년 FAO 자료에 의하면 중국 수산물 생산량 4970만톤에 비해 한국 수산물 생산량은 233만톤 수준이다.

세계 수산물 생산량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은 특히 양식수산물 생산량에서 세계 생산량의 62% 이상을 점유하면서 한국 양식생산량의 60배 이상으로 엄청난 규모를 보이고 있다.

여기다가 양식기술 또한 세계적 수준이어서 물량과 기술 경쟁력을 갖고 국내시장에 덤벼 들면 시장 잠식은 시간 문제이다. 결국 이같은 직간접적 위협요소와 함께 거대 수산국의 양적 질적 공세가 이어지면 대한민국 수산업의 존립마저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부딪친다.


수협 ‘한·중 FTA 수산업 대책위원회’ 가동

한·중 FTA 협상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우리 어업인들은 수산분야 협상을 아예 제외하라는 주장이다. 수산물은 우선적으로 관세인하 협상대상에서 제외시키라는 지적이다. 만약 FTA 협상 포함시에도 품목수를 기준으로 30% 정도의 양허제외 전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다.

또한 지금까지 사후 약방문 격인 수산피해 대책도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어업구조조정 등 FTA 추진 이전에 반드시 선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한·미 FTA 발효를 앞두고 1차산업에 대한 지원강화를 내용으로 하는 추가보완대책을 마련해 시행키로 했다. 재정지원 확대와 수산직불금 신규도입 등 분야별 대책을 세워 한·미 FTA에 대응토록 했다.

하지만 이 연장선에서 한·중 FTA 대응책을 마련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수산업계 등에서는 지배적이다. 한·미 FTA보다 배이상의 피해규모가 예상되는데다 직접 피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정부는 한·중 FTA 협상개시전 수산분야 협상을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의견수렴과정에서 수산피해 규모를 관련산업 등 전방위로 파악해 재정규모 확대와 어업경쟁력 강화방안 등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선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이미 정부 예산에 반영됐지만 수산물산지종합처리장(FPC) 건설을 확대해 노후화된 산지위판장을 대폭 개선토록 해야 한다. 또한 수입 수산물 등으로 인한 유통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수산물 계통판매제 전환이 필요하다.

수산발전기금 확충도 시급하다. 한·중 FTA 예상피해를 고려해 3조원 이상의 수산발전기금 재원 마련이 요구된다.

이와 함께 중국어선 불법조업 적발시 불법어획물의 어업인 지원 시스템 구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중국 불법어획물을 압수해 어획물로 재원이나 기금을 조성해 피해 어업인에게 돌려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중 FTA는 철저한 사전준비를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은 이 과정에서 수산분야 협상여부를 깊이 있게 고민해야 한다. 수산경제연구원 등 전문가 그룹이나 실질적인 피해어업인들을 대상으로 한·중 FTA에 대비한 대응책 마련도 선행돼야 할 것이다.

한편 수협중앙회는 한·중 FTA 협상개시에 앞서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2010년 ‘한·중 FTA 수산업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회원조합 등 지역별 어업인단체와 수산계 대표를 주축으로 구성된 이 위원회는 한·중 FTA 협상시 수산업과 어촌 현장의 의견을 수렴, 협상 대응방안과 후속대책을 마련, 대정부 건의 등에 나설 예정이다.

위원회는 한·중 FTA 협상개시 방침에 따라 더욱 발빠르게 가동에 들어갔다. 정확한 피해규모 산출과 어업인 여론 수렴, 대책 수립 등 다양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현재 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은 지난 3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중 FTA 수산협상은 제외돼야 한다”며 수산피해의 심각성을 적극 알리기도 했다. 위원회는 우리 수산업 기반 붕괴 우려 등 한·중 FTA로 인한 피해 문제를 보다 적극 부각시켜 대응책을 이끌어 내는데 주력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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