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인들이여 무소의 뿔처럼 가자
어업인들이여 무소의 뿔처럼 가자
  • 김병곤
  • 승인 2012.01.19 14:23
  • 호수 1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어업인들은 어떤 모습일까. 단순하게 바다에 나가 생선을 잡는 사람들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전부 일게다. 물론 망망대해에서 수차례의 높은 파고를 넘으며 목숨을 걸고 우리에게 생선을 공급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우리 국민이 먹는 동물성 단백질 40%이상을 우리 어업인들이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식단에 단백질을 공급할 뿐 아니라 국토를 수호하고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건현장의 최일선에 있다는 것을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얼마전 어업인들이 귀중한 생명을 또 구했다. 인천 자월도 해상에서 일어난 ‘두라호’ 폭발사고를 안강망 ‘광복호’가 발견해 신고하고 5명의 선원을 구조한 것이다. 이 뿐만 아니다. ‘천안함’의 함미를 처음 발견한 것도 어업인 이었고 수색작업에 참여했던 ‘98금양호’도 어선이었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수색 참여 후 돌아가다가 침몰한 금양호의 경우 선체는 물론 많은 선원들의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 군인과 선원의 죽음에 정부의 차별과 차등을 보고 씁쓸함도 맛봐야 했다.

또한 어업인들은 동서남해에서 수많은 의아선박을 발견하고 긴급보고를 해오고 있다. 몇년 전 강원도에서 어업인이 북한 잠수함을 발견했을 때는 한 해군장교가 “적 잠수함 발견은 상당부분 어업인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실토했었다. 한반도 면적보다 넓은 동해를 방어하기 위해 기동중인 함정은 십수척에 불과하지만 어선은 매일 1000여척이 출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선들이야말로 가장 좋은 방어망이라는 것이다. 지난 2000년부터 현재까지 의아선박 등을 발견하고 해군에 긴급보고를 한 것은 509건에 이르고 있다.

우리 어업인들은 문화재 발굴에도 일조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충남 태안 앞 바다에서 고려시대 청자를 발견한 것도 어업인이었다. 해삼 채취를 위해 수중작업을 하던 어업인이 고려청자 61점을 발견해 태안군에 신고했다.

이렇게  어업인들은 국가를 위해 기여하고 있는 일들이 다양하지만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 평가 이전에 정부로부터 존재의 가치조차 인식되지 않고 있다. 어업인 삶의 터전인 바다와 갯벌을 국가개발에 양보해 왔다.

중국 어선의 노략질로 바다가 황폐화되고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벌어지는 중국 어선의 약탈과 만행과 행패에도 어업인들은 정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늘 규모의 논리에 밀려 농업의 뒷전에서 제대로 된 부처 하나 갖지 못하는 실정이다. 우리 어업인들은 이처럼 삶의 터전을 유린당하면서도 말 한 마디 못하고 있다.

삼면이 바다인 한반도에서 어업인은 선사시대부터 존재했다. 그러나 수산물 생산량이 아무리 많다 해도 그것만으로는 인간의 삶을 지탱할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농산물과  타업종과의 교환이 필요했다. 그러기에 어업인들은 변방인으로 인식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 수산업은 농산물에 비해 수출에 분명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규모는 농업 분야의 10%도 채 안되지만 수출은 수출액 기준으로 농산물의 40% 수준을 넘는다. 이제 정부는 수산업의 강점을 살린 정책이 필요하다.

어업인들이여. 비록 많은 것들을 인정하지 않는 주변인으로 머물망정, 씩씩하고 당당하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