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전통어업을 찾아서
제주 전통어업을 찾아서
  • 김상수
  • 승인 2012.01.05 13:40
  • 호수 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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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마을 원담

▲ 이호해수욕장의 어업명물 쌍원담. 450미터 정도의 규모인데 제주에서 가장 큰 원담이다

육지에 독살이 있다면 제주에는 원담이 있다. 원담 역시 해안 조간대 일부를 돌담으로 막아 만든 돌그물로 제주 전통어업이다. 제주 해안은 온통 현무암 돌밭이요, 바닷속에도 돌밭이 많다.

뭍과 마찬가지로 돌이 많고, 만(灣) 안에 여가 있으며 물때에 따라 완만하게 드러나는 해안지형에 눈길을 둔 제주 옛 어부들이 원담, 원 혹은 개라 부르는 이 돌그물을 고안해 낸 것이다.


제주 원담은 뭍의 독살 등과 조업이치가 같다. 밀물 때 바닷물을 따라 들어왔던 물고기가 썰물이 되어 바닷물이 빠져나갈 때 슬그머니 돌담 안에 갇히게 함으로써 살아있는 채로 잡아낼 수 있는 것이다.

차이점도 있다. 제주의 원담은 협동심을 근간으로 한 마을 공동소유라는 것이다. 뭍의 독살이 한 집안이 혹은 이웃주민들과 울력으로 쌓은 개인어장인 반면 제주 원담은 온 마을 어업인들이 함께 축조하고 함께 조업하며 어획물을 나누는 협동어업 형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원담은 제주 어촌 곳곳에 들어서 있으나 대표적인 어촌명물로 떠오른 곳은 이호해수욕장의 쌍원담이다.

여름이면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어촌체험거리로 제공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는데두 개의 원담이 잇대어져 있으니 ‘모살원’과 ‘몰쏘원’ 雙원담이다. 그 바다 밑바닥이 주위보다 낮고 우묵하게 패어있음에 썰물 때도 물이 고이는 형태니 원담으로 완벽하다.

제주 원담의 주 어획대상은 멸치다. 떼로 몰려다니는 멸치가 밀물 때 큰 고기를 피해 해안으로 몰려들었다가 자연스레 가두어지고 썰물 때 어업인들이 이를 뜰채 모양의 ‘족바지’로 거둬들이거나 어획량이 많을 때면 양동이로 퍼 올려 마을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이다.

뭍과 만찬가지로 제주에서도 공유수면의 매립 간척과 해안도로 개설 등으로 이런 원담이 파손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호동 쌍원담도 본디 있던 자리에 다시 쌓아 복원한 것이라는데 제주식 원담이 고스란히 이어져오고 있는 어촌은 제주시 연대마을 원담과 구좌읍 하도리 원담 정도란다.

한편, 원담이 있는 곳은 바닷속이 돌밭인 경우가 대부분. 눈 밝은 관광객이라면 이런 원담에서는 또 다른 제주 전통어업 현장도 만날 수 있으니 바로 ‘고망낚시’다. 제주 말 ‘고망’은 구멍을 이르는데 원담 주변 갯바위 사이사이 구멍에 낚시를 들이밀어 물고기를 잡는 어법이다.


채비라야 1미터 정도의 가는 대나무 낚싯대가 전부. 그 끝에 줄을 묶고 추도 없이 낚시 바늘만 꿰면 준비 끝. 주변 바닷속에서 고둥 따위를 잡아 미끼로 쓰기도 하는데 이런 고망낚시는 썰물 때라야 손재미를 볼 수 있단다.

한 개의 돌구멍에는 한 마리의 물고기가 사는 까닭에 한번 잡은 곳은 한동안 낚시를 들이밀지 않아야 한다는데 겨울철엔 돌우럭이 낚시대상. 돌구멍에 들어있던 돌우럭이 미끼를 물면 대나무가 딸려 가는듯한 느낌이 오거나 그 끝이 흔들리기에 알 수 있다는 설명이다.

▲ 적토마 백토마 등대가 이색적인 이호해수욕장
원담 끝에서 고망낚싯대를 드리운 이호 아낙네의 양동이 속을 들여다보니 손바닥 정도 크기의 돌우럭과 ‘보들락(베도라치)’ 몇 마리가 들어있다. 간혹 문어도 잡혀 올라온다는데 이 돌우럭은 제주 어촌 전통음식인 우럭조림에 적당하다 했다.

돌우럭은 크기는 작지만 주로 해조류를 먹고 자라 육질이 부드러우니 먹고 난 자리가 깨끗할 정도로 인기라던가. 관광객들도 채비만 준비하면 할 수 있을 정도로 단순하니 겨울 제주를 찾아가면 시도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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