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돌그물’이 있는 갯벌풍경
두 개의 ‘돌그물’이 있는 갯벌풍경
  • 김상수
  • 승인 2011.12.22 11:41
  • 호수 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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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장포리의 겨울
▲ 물빠진 장포리 갯벌에 가오리 한마리가 오른 형상의 할매바위

▲ 전형적인 형태의 돌그물 독살
서천군 비인면 장포리 앞 갯벌의 중뿔난 돌섬 하나. 주변에서는 ‘할미섬’ 혹은 ‘할미바위’라 부른다지만, 언덕 위에서 내려다본 관광객들에게는 갯벌에 오른 가오리나, 홍어 한 마리인 듯 보인단다.

여전한 현역으로 초가을엔 손톱만한 자하가, 겨울이면 숭어 등등 큼직한 물고기까지 드물잖게 갇히는 갯벌 위의 돌그물. 본래 명칭이 ‘독살’이라 기록되어있는 이 돌그물은 가오리 주둥이 쪽에 하나, 오른쪽 날개 끝에 다른 하나가 제각기 꾸며져 있다.


▲ 갯바위 틈새에서 하늘거리는 말미잘
뜻하지 않게 만나는 잘난 갯벌

비인면에 드는 장포리는 관광객들에게 낯설다 할 갯마을이다. 춘장대며, 동백정 등등 워낙에 아름다운 갯마을이 많고 도로나 대중교통 역시 이런 어촌관광지를 찾아가기 쉽도록 했을 터. 장포리는 그런 조건과 다르기에 여름 한철 잠시 찾아왔다 가는 관광객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밖에.

반면, 장포리 갯마을을 기억하는 이들은 대부분 자하젓 맛을 아는 사람들이라 했다. 장포리 갯벌 위, 대를 이어온 두 곳의 독살에서 잡아내 전통 손맛 낼 줄을 아는 아낙네들이 담갔다는 자하젓 말이다. 장포리 독살은 관광객들의 갯벌체험 중 하나로 부러 만들어 놓은 돌그물이 아니요, 오래전 임씨와 전씨 집안의 선조들이 마련, 대를 이어 물려 내리는 전통 어구인 것이다. 하여 요즘 서남해안 어촌체험 마을마다 드물지 않게 꾸며지는 돌그물의 생생한 모델이 되기도 했다던가.

임씨와 전씨는 지난 가을에도 자하를 잡아냈고 그런 자하로 젓을 담갔다 했다. 서천군 수산특산물 중 하나인 자하젓의 명맥을 지금도 잇는 것이다. 독살이란 바닷가에 마치 성을 쌓듯 빙 둘러 돌담을 쌓아놓은 것이다. 밀물 때 바닷물이 차면 이런 돌담의 윗부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바닷물이 찰랑찰랑 넘치지만, 썰물이 되면 한꺼번에 물이 빠져나가 독살 안에 있던 고기나 새우가 갇히게 되는 이치다.

독살 어업인은 바닷물이 완전히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채 빠져나가지 못한 고기를 뜰채로 떠내거나 촘촘한 뜰채로 이를 떠내면 되는 것이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찾았던 갯마을에서 서천군의 특산 수산물 중 하나인 자하젓을 만난 관광객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단골손님이 된다. 자하젓에 발목 잡힌 단골손님이 되는 것이다.


본래부터 독살이 두 개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 했다. ‘옛날에는 할미섬과 그 옆 쌍섬(쌍섬) 주변에만 이가네 독살, 박가네 독살, 김가네 독살 등등 여러 개의 독살이 있었는데 다 허물어져 버렸다’는 것이다.

한편, 할미섬 주변 갯벌과 갯바위에는 갯굴도 있고, 바지락도 심심찮게 잡힌다. 요즘 같은 겨울이면 장포리 할머니들은 이런 갯굴이며 바윗굴을 캐내 밥상 위에 올리기도 하고, 바지락탕을 끓여 할아버지 속풀이 국으로 삼기도 한다.

▲ 갯굴을 채취하는 장포리 할머니
이 겨울, 서천군 갯벌과 바다를 찾아가다가 길을 잘못 잡은 덕에 장포리로 접어들었던 관광객들은 할미섬 풍광에 혹해 갯벌에 내려서곤 한다.

이들에게 독살은 ‘뜻하지 않은 풍경’이 되기도 하고,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갯바위 사이 물속에서 촉수를 하늘거리는 말미잘은 ‘뜻하지 않은 볼거리’라 되며, 즉석에서 캐내 맛보는 바윗굴은 ‘뜻하지 않았던 맛’을 보여주기도 한다. 덤도 있다. 귀갓길, 운이 좋으면 별나게 아름다운 일몰풍경을 만난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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