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中 漁村(산중 어촌)
山中 漁村(산중 어촌)
  • 김상수
  • 승인 2011.12.15 15:49
  • 호수 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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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대관령과 용대리 황태덕장이 있는 겨울풍경

▲ 인제 용대리 덕장에서 얼말려지는 황태

▲ 바닷가에서 북풍에 말려지는 코다리
동해안에는 일출구경을 위해, 서해안에는 일몰구경을 위해 관광객이 몰려드는 연말이다. 동해안 최북단 어항이자 동해의 출발점이라는 대진항, 철지난 대진해수욕장이며 명호리 통일전망대에 들렀던 관광객들은 러시아 바다에서 잡혀와 바닷가에서 북풍을 맞으며 꾸덕꾸덕 말려지는 ‘명태코다리’에 눈길을 두다가 제철 맞은 황태를 떠올리며 귀경 코스를 잡는다.


영하 10도와 북풍

황태덕장 구경은 물론, 기왕에 눈이 내렸음에 설경을 보자고 진부령이나 대관령으로 귀경길을 잡는 것이다. 백두대간을 넘어가는 진부령은 강원도 인제군과 고성군 간성읍을 잇는 고개다. 주변의 미시령, 한계령에 비해 고개가 완만한 편이어서 눈길 운전도 그리 어렵지 않다던가.

고성군 바닷가에서 이 백두대간을 넘어야 인제군 용대리가 나오고, 강릉을 거쳐 대관령을 넘어야 ‘하늘 아래 첫 동네’라는 횡계마을이 나온다. 두 마을 모두 한겨울이면 황태덕장이 들어서면서 ‘육지 속 漁村’으로 변모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매서운 산바람이 내려와 덕장에 덮인 눈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햇볕이 내리쬔다. 대관령 아래 횡계와 용대리 황태덕장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통나무와 각목으로 얼기설기 엮은 덕장에 수만 마리의 ‘속없는’ 명태가 영하 날씨에 코 꿰인 채 주렁주렁 걸려 얼말려지고 있다. 알은 명란젓, 창자는 창란젓  아가미는 아가미젓갈 재료로 어촌 아낙네들에게 내주고 왔기에 ‘속없는 명태’요, 온밤 내내 얼었다가 낮이면 녹아내리니 ‘얼말림’이다.

▲ 얼말려지는 황태
▲ 대관령 아래 횡계 황태덕장 전경

해마다 12월에 들어서면 사흘 멀다하고 폭설이 내리고, 연일 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면서 사람 살기는 어려워도 황태덕장으로는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되는 횡계와 용대리에  황태덕장이 들어선 때는 한국전쟁이 끝난 이듬해라 했다.

▲ 용대리의 겨울레포츠 매바위 빙벽타기
이 무렵 원산 등에서 월남한 ‘함경도 아바이’들이 북에서 꾸몄듯이 산자락과 주변 언저리에 황태덕장을 마련했으니 대관령 횡계마을이 먼저라 했다. 횡계리 일대의 높음직한 산세며 한겨울 날씨가 함경도와 비슷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고성이며 속초 등 동해안 어촌과 가깝기 때문이라던가.

그 무렵의 명태는 ‘網太(그물태)’라 하여 고성 등 동해안 어업인들이 그물로 잡아 올린 것이었다니, 러시아 바다에서 잡힌 요즘 북양태와는 천지차이 맛이었을 터. 생물이면 생태, 얼리면 동태, 말리면 북어 또는 건태로 바뀌어 불리던 우리 명태 말이다.

12월 중순부터 다음달까지, ‘덕장애비’들은 러시아에서 잡혀와 할복 세척 작업까지 거친 북양태를 덕장에 올려 거는 상덕작업을 하느라 추위 속에 생고생을 해야 한다.

산바람 세고 적설량 많은 육지 속 어촌, 횡계와 용대리 겨울 기온은 평균 영하 15도. 눈도 많다지만, 햇볕도 좋음에 이 두 마을 덕장애비들이 겨우내 마흔 번 안팎의 손질 끝에 얼말려낸 황태는 봄날이면 그야말로 황금빛을 띄는 것이다. 이때면 대도시 건어물상에서 앞 다투어 실어 내가지만, 관광객들이 찾아오면 식탁에 올릴 정도는 남겨둔다 했다.

▲ 인제 북천에 내린 눈
한편, 동해안 바닷가에서 말려지는 명태코다리는 황태처럼 속없는 놈이 아니다. 아낙네들의 할복작업을 거치지 않고 세척만 끝내면 그대로 코를 꿰어 덕장에 걸고 북풍에 말려내는 것이다. 그것도 황태처럼 바짝 말리는 게 아니라 졸여먹고 찜해 먹기 좋을 정도로 꾸덕구덕 말렸다가 관광객 손에 넘어가는 것이다.

이 겨울, 황태를 먹던 명태코다리를 먹던 선택은 자유지만, ‘육지 속 漁村’ 횡계와 용대리 황태덕장마을 구경은 놓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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