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이라뇨?
‘유감’이라뇨?
  • 이명수
  • 승인 2011.12.15 15:15
  • 호수 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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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해바다를 지키던 해양경찰이 불법조업 중국어선 선장이 휘두른 흉기에 맞아 순직했다. 불법어업 단속과정에서 빚어진 직접적 살인행위는 이번이 처음이다.

3년전 중국어선원이 휘두른 둔기에 맞아 추락사한 해양경찰과 지난 11월 불법조업 현장 순시중 순직한 정갑수 군산해경서장에 이어 세 번째 죽음이다.  

하늘과 바다, 사람이 보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는가. 천인공노(天人共怒)할 일이다. 아무런 이해관계나 원한도 없는 우리의 고귀한 생명을 무참히 짓밟는 행위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사고 직후 살인자를 감싸는 듯한 중국측의 태도는 우릴 격노케 했다. 우리 외교부 당국자가 주한 중국대사관측 관계자를 불러 이번 사태에 대해 엄정한 항의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자국 선원 인권과 조업권을 운운하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자세를 취했다. 참으로 개탄할 노릇이다.

사고 발생 다음날 이명박 대통령의 강경한 대응입장 표명과 한 시민의 주한 중국대사관 차량돌진 등 우리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자 중국 정부가 마지못해 ‘유감’을 표시했다.

웃기는 시츄에이션이다. 무엇이 잘못됐고 무엇을 반성해야 하고 어떻게 할 것인지도 없는 유감이라니. 늘상 대국이라 자처하던 중국의 태도는 졸렬 그 자체다.

자국민의 인권이 중요하면 상대 국민의 목숨은 그 이상 존귀한 것이다. 국제법까지 어기고 상호 어업협상도 무시한 채 대한민국 해양주권을 밥 먹듯이 침해하는 게 무슨 대국인가.

이번 사태로 본 중국은 흉포화한 자국 불법조업을 마치 방치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이런 자세는 불법조업이 끊이질 않는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다.

우리 관계당국은 그동안 중국측에 수차례에 걸쳐 불법조업 개선을 요구했지만 개선은 커녕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인명살상까지 서슴지 않는 극악무도(極惡無道)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 정부의 뒷북 대응도 섭섭하다. 중국어선 불법조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때 뿐이고 사람이 목숨을 잃고 다치면 특별대책이니 하며 관심을 보이는 정도다.

급기야 참다 참다 못한 우리 어업인들이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섰다. 어업인들은 지난 14일 수협중앙회 2층 강당에서 궐기대회에 이어 가두행진을 벌이고 중국 불법조업 근절을 위한 중국측의 책임있는 대책을 촉구했다. 우리 정부의 강력한 대응도 주문했다.

조업현장에서 중국어선으로부터 직접적 피해를 입고 있는 어업인들의 생존의 목소리를 알린 것이다. 거친 바다와 싸우면서 비무장으로 생명에 위협까지 느끼고 생계에 종사하고 있는게 어업인들의 현실이다.

우리 해경 역시 빈약한 장비로 목숨마저 담보한 채 불법조업 중국어선과 전쟁을 치르고 있는 게 실상이다. 

국가는 깊이 뉘우쳐야 한다. 육상이 아닌 바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 즉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소홀히 대하는 점을 말이다.

국가와 국민은 바다를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바다의 중요성도 깊이 새겨야 한다. 맨손으로 중국어선과 조업경쟁을 벌이는 어업인이나 고작 고무탄 발사기, 전자충격총으로 중국 불법조업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해경을 보는 시각이 달라져야 한다.

육상이 아니라고, 경제규모가 작다고 더 이상 소외시켜서는 안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들에 대한 아낌없는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이다.

나아가서 총기사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외교적 마찰을 감수하더라도 강력한 외교력을 보여야 할 시점이다. 해양 주권을 지키지 못하면 국가와 국민은 존재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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