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어가 돌아와야 완성되는 가을 풍경
연어가 돌아와야 완성되는 가을 풍경
  • 김상수
  • 승인 2011.11.03 13:40
  • 호수 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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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바다와 남대천



어머니의 강에서 빛나는 은빛 비늘


동해 바닷물은 양양군 손양면 조산리와 가평리 사이 물골에서 민물과 만난다. 그냥 바닷물과 민물만 만나는 게 아니다. 가을이면 먼 바다에서 돌아온 은빛 찬란한 연어 떼가 고향을 찾아 물골을 거슬러 오르는 것이다.
연어 뱃속에 든 알만 수천 개, 이를 자신이 태어난 남대천에 풀어놓아야 천명(天命)이 끝나는 것이다.


이런 연어 떼에게는 ‘불가의 법수(法水)가 흐른다’는 양양군 법수치리도 좋고, ‘물고기가 밭을 이룬다’는 어성전(魚成田)이면 더 바랄 게 없을 터. 어미가 남대천 그 맑은 물을 찾아 오를 때까지 겪어야 했던 수십 수백 차례의 사투 끝에 알로 태어났다.

수백 대 일의 확률 속에 어렵사리 부화했고 다시 그 과정을 잇기 위해 찾아온 연어다. 남대천을 떠난 뒤 하루 15킬로미터, 한 해에 5,000킬로미터를 넘게 헤엄쳐 북태평양 베링해나 오호츠크해 바다까지 건너갔던 귀한 몸들. 이런 연어 무리가 돌아와야 남대천과 양양바다의 가을풍경이 완성되는 것이다.

물골에 다다르기도 전에 그물에 걸려 올라온 연어는 제 모양과 제 색을 잃지 않은 체 양양군수협 남애위판장 바닥에 깔려 설악산 단풍구경 차 왔다가 들른 관광객들에게 주목을 받기도 한다.

정치망 그물 등 어업인의 손길을 피한 연어 무리는 곧 소상을 시작한다. 남대천과 주문진 연곡천 물길을 따라서요, 싫든 좋든 결국 두 곳에 설치한 재포용 장벽그물에 들어 한살이를 마쳐야 한다. 천을 가로막 듯 설치해 놓은 이 그물을 뚫거나 뛰어넘는 놈은 단 한 마리도 없다던가.

제 고향 물길, 남대천에 접어든 연어는 거죽 색과 모양부터 바뀐다. 바다에서의 찬란했던 은빛은 민물에 닿자마자 잠깐 사이에 혼인색으로 바뀌어 얼룩덜룩한 무늬가 거죽에 덧 씌워지는 것이다. 입 모양도 바뀐다. 수컷의 경우 양 턱의 앞 끝이 튀어나오면서 구부러져 보기에도 밉상이 되는 것이다. 더불어 막상 바다에서 강으로 접어든 연어 무리들은 곧 ‘산란절식(産卵節食)’에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민물이 몸에 닿으면서부터는 아무 것도 입에 대지 않는다는 것이다.

남대천에서 자연산란, 부화하는 연어는 매우 드물다. 연어연구센터 직원들이 그 일을 대신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해마다 성어(成魚)포획에서부터 채란(採卵)과 수정을 거쳐, 치어(稚魚)를 생산하고 이를 다시 방류하는 ‘방류재포양식(放流再捕養殖)’을 반복하면서 이 나라 연어 생산량과 회귀량을 늘려가고 있는 것이다.

연어는 성(性)이 평(平)하고 그 고기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진주인 듯 빛나는 연어의 알은 분홍색으로 맛이 매우 좋다’는 것은 허준이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밝힌 연어에 대한 생각이고, <난호어목지蘭湖漁牧志>에서는 ‘연어(年漁)는 동해에서 잡히는 물고기의 하나인데, 큰 것은 세 자나 된다. 비늘은 잘고 푸르며, 그 살은 담적색이다. 알은 밝은 분홍빛에 구슬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는데, 소금에 절이면 빨갛게 변하며, 알은 서울 사람들이 특히 좋아한다’고 남기고 있다.


한편, 올해 남대천 연어축제장에서도 바다에서 잡힌 연어는 맨손잡기 체험거리로, 산란 방정을 끝낸 뒤의 연어는 먹을거리로 등장했다. 행사장인 남대천 한쪽에 풀린 연어는 은청색 거죽을 유지한 체 반가운 ‘물 냄새’로 하여 싱싱한 몸짓을 보인다. 물론 잠시 동안이다. 곧 민물에 닿은 거죽은 은청색을 버리고 혼인색으로 뒤바뀐다.

게다가 연어잡이 체험이 시작되자 한 구획 당 백 수십 명이 넘게 첨벙대며 들어오는 관광객들로 하여 혼비백산한다. 잠시 이리저리 피해보지만, 생각뿐인 듯 외국인 관광객 손에도 잡혀 올라오고 천방지축 아이들도 쉽게 한두 마리씩 잡아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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