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의 가을
순천만의 가을
  • 김상수
  • 승인 2011.10.27 17:17
  • 호수 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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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다가 꾸며낸 정원

▲ 하늘과 바다, 갯벌이 마련한 정원 순천만 전경

 ‘생명의 땅 순천만을 날다’

동쪽으로는 여수반도가, 서쪽에서는 고흥반도가 바람을 막아주는 순천만(順天灣)의 다른 이름은 여자만. 고흥군에 드는 여자도(汝自島)가 만의 입구에 있기 때문인데, 순천만과 여자만의 경계는 명확하지 않단다. 한편, 순천만의 공식 캐치프레이즈는 ‘하늘이 내린 정원’이나, 실은 하늘과 바다, 갯벌이 꾸며낸 정원이라야 옳다.


이런 순천만이 제 색을 찾는 것은 단연 가을이다. 잿빛 갯벌 위에 황금빛 갈대밭이 펼쳐지는 가을이라야 온전한 갯벌과 갈대밭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하여 갯벌과 갈대를 주제로 열리는 순천만갈대밭축제도 초가을인 요즘 열리고 있는 것이다. 올해 주제는 ‘생명의 땅 순천만을 날다’라 했다.

바다에 그리고 갯벌에 찬바람이 불어오면 그 바람결에 여행객들의 가슴과 엉덩이가 들썩대기 마련이요, 여행께나 한 이들이 첫손에 꼽는 가을 여행지 중 한곳이 바로 순천만 갈대밭이다.

버스에 올라 잠시 한눈을 팔고 있으면 어느새 남도 갯마을 순천 대대포에 닿는다던가. 부러 때를 맞춰 해질녘에 용산전망대에 오른 여행객들이 덤인 듯 얻어가는 풍경이 있으니 이른바 ‘S자 물골의 일몰’이다. 더도 덜도 없이 병풍에서 막 벗어난 한 폭의 그림이랄까.

한 해를 두고 일곱 번 옷을 갈아입는다는 찬사를 받는 순천만 갯벌의 일등공신은 무채색 갯벌 위를 슬며시 덮어주곤 하는 염생식물 칠면초와 나문재, 그리고 갈대다. 바닷가 갯벌에서 무리 지어 자라는 칠면초와 나문재는 줄기는 곧추 세우되, 위로 갈수록 가지가 많이 갈라지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처음에는 녹색이지만 점차 붉은빛이 도는 자주색으로 변하면서 한 해에 댓 번쯤 갯벌을 유채색으로 모양 나게 해주는 것이다. ‘황금 갈대’는 순천만 풍경의 마지막 주인공이다. 가을, 사람 키를 훌쩍 넘어서는 갈대와 낙조가 풍경 주인공이 되어 몰려드는 여행객들의 카메라 세례를 받는 것이다.

한편, 밖에 사람들에게는 갈대밭이 이런 저런 풍경에 지나지 않을는지 모르나, 본디 이 갈대숲은 대대포구 갯마을 사람들에게 있어 더 없이 좋은 텃밭이기도 했고, 파내도 파내도 줄지 않는 곳간이기도 했다. 순천만 갈대밭은 39.8킬로미터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이어지는데, 그 갯벌의 넓이는 21.6평방킬로미터요, 갯벌 위에 갈대숲은 5.4평방킬로미터나 된다.

이른바 ‘전국에서 가장 넓은 갈대밭’이다. 갯마을 사람들은 진작부터 이렇게 드넓은 갈대밭 아래 갯벌을 헤집어 꼬막이나 새꼬막에 맛조개며 장뚱어를 잡아내 갯살이에 보태왔던 것이다.

지금도 순천만 주변 갯벌에 기대어 사는 어업인들은 적지 않다. 이를테면, 별량면에 드는 화포마을이 그렇다. 봄이면 진달래 개나리를 비롯한 토종 꽃이 무리를 이룬다 하여 얻었다는 이름이 화포다. 썰물 때 드러나는 너른 갯벌 위에 ‘뻘배’를 타고 오가는 아낙네들이 여전하고, 뻘 위에 둘러놓은 각망에서 거둔 어획물을 싣고 오는 어업인들의 모습도 예전과 다를 바 없음에 그 모습을 담느라 사진가들의 발길이 이어지기도 한다.


갯벌에 모여드는 게 어디 사람뿐일까. 철 따라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철새들이 제집인 듯 날아들어 한 철을 보내는 것도 각종 패류 등 입맛에 맞는 먹이가 즐비한 갯벌이 있고, 그 갯벌에서 몸을 숨겨줄 갈대밭이 있음이다. 이런 철새들이 화포 등 순천만 주변 갯마을 어업인들에게 있어 반가운 존재만은 아닐 터. 잘 자라난 꼬막이며 새꼬막을 캐먹으려는 순천만 철새들을 쫓으려 손을 휘휘 내젓다가는 그저 헛웃음을 짓고 마는 어업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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