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책임 있는 조합원에 대한 제명 ‘정당’
부실책임 있는 조합원에 대한 제명 ‘정당’
  • 김병곤
  • 승인 2011.08.25 11:35
  • 호수 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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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협중앙회, 신안군수협 소송에 보조참가해 결실

전 흑산도수협 ‘조합원제명처분무효확인’소송 1심판결 뒤집어
특수채권 보유, 회생 및 개인회생절차 진행중에 있는
조합원에 대한 부실책임 인정


광주고등법원은 지난달 29일 조합원제명이 무효라는 확인을 구하는 전 흑산도수협 제명 조합원 47명이 낸 청구(2010나5587호 조합원제명처분무효확인 청구의소)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여 신안군수협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사건의 발단은 부실이 심화된 흑산도수협이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경영개선명령에 따라 신안군수협과 합병을 추진하는 과정에 시작됐다.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은 2009년 10월 6일 흑산도수협의 부채가 자산을 초과하는 등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등의 사유로 흑산도수협에 대해 2010년 4월 30일까지 다른 조합과 합병을 완료할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경영개선명령을 시달한 바 있다. 또한 합병과정에서 인수조합이 요청하고 상호금융예금자보호기금의 관리기관인 수협중앙회가 타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조직 및 인력을 추가 감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흑산도수협은 신안군수협을 합병할 조합으로 선정하고 합병을 추진하던 중 신안군수협으로부터 흑산도수협 조합원 913명(2008년말 기준)의 45%인 410명 정비를 요구받았다. 따라서 흑산도수협은 지난해 1월19일 흑산도수협 정관 제26조 제5호(특수채권 보유자로 상환의무 미이행)를 근거로 총 조합원 744명(2009년말 기준) 중 216명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으며, 이들의 채무액 합계는 무려 96억 6000만원에 이르렀다.

제명된 조합원 가운데 신용회복과 회생절차가 진행 중인 96명의 조합원 중 52명(소송진행 중 5명 소송적격 상실)이 제명처분은 부당하다는 것을 이유로 흑산도수협 관리인을 상대로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9월 14일 선고된 1심에서 재판부는  ‘개인회생 및 파산에 관한법률’에 의거 회생절차가 개시되어 채무를 변제중인 조합원에 대해 정관을 변경하여 제명 처분한 것은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한편, 지난 2010년 6월 1일 합병후 흑산도수협의 소송을 수계한 신안군수협은 신안군수협의 소송 관련 사항은 모든 조합이 당면한 현안사항이고 숙제임을 감안해 회원조합을 지도·감독하는 수협중앙회가 직접 소송 수행의 주체가 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상호금융예금자보호기금의 관리기관인 수협중앙회는 대다수의 정상적인 조합원 및 예금자보호와 타조합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이번 소송에 보조참가할 것을 결정하고 신안군수협과 더불어 적극적으로 소송에 임한 결과 마침내 고등법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승소하기에 이른 것이기에 그 의미가 더욱 크다.

수협중앙회는 항소에 따른 보조참가 이유서에서 “부실심화로 농림수산식품부장관의 경영개선명령을 받아 합병을 추진 중인 흑산도수협의 추가부실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함으로써 전체 조합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제명 처분한 것이며 타 조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제명처분은 불가피한 조치였음을 적극 주장했다.

특히, 수차례 변론과정을 통해 흑산도수협은 조합원들이 권리만 주장하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부실이 심화되어 결국 정부의 행정처분(합병명령)으로 소멸한 것이며, 경영상의 긴박한 상황에서 원고 조합원들에 대한 제명처분은 정당한 것이라는 논리를 지속적으로 전개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크게 4가지인데, 첫째, 채무자회생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흑산도수협이 경영개선명령을 받게 된 것은 부채가 자산을 현저히 초과해 정상적인 경영이 어렵게 된 것이며, 원고들처럼 특수채무를 부담하는 조합원들의 책임이 있고, 특히 정당한 사유없이 회생절차 또는 개인회생절차 중에 조합원들에게 채무변제를 요구하고 제명이라는 불이익한 처분을 한 것은 채무자회생에관한법률을 위반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둘째, 소급입법금지 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재판부는 흑산도수협이 4회에 걸쳐 특수채권을 변제하지 않으면 제명될 수 있다고 안내했고, 조합원 제명과 관련하여 변경한 정관규정은 시행 이전에 특수채권을 보유하고 있던 조합원이었던 사실에 대해 적용한 것으로 제명결의가 소급입법금지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명시했다.

셋째, 흑산도수협의 설립목적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한 사항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당시 흑산도수협은 부채가 자산을 초과해 정상적 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부실조합으로 결정되어 경영개선명령을 받은 상황이었고  흑산도수협의 존립을 위하여는 인력을 감축하고 출자금을 일괄 감액하는 조치 이외에도 조합원의 정비가 불가피했다고 판단했다. 부실조합이 된데 대해 책임이 작지 아니한 원고들을 포함한 특수채무를 부담하는 조합원들을 제명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반드시 부당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등을 종합해 제명된 조합원들에게 비록 불이익이 있다하더라도 흑산도수협의 존립 자체가 문제되는 긴박한 상황에서 다수의 조합원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흑산도수협의 설립목적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마지막으로 수산업협동조합법의 제한범위를 위반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사항이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수협법에는 경비의 납입과 그밖의 수협에 대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조합원 및 정관에 금지된 행위를 한 조합원에 대하여 제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흑산도수협 정관에 조합 특수채권을 보유한 자가 상환의무를 미 이행할 때는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정관규정이 수협법에 규정된 제명사유 범위를 위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고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은 개인회생 등 부실책임이 있는 조합원에 대한 제명처분의 당위성을 확보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사건이다. 이 같은 판결로 최근 채무면탈을 목적으로 한 개인회생 신청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책임이 있는 조합원에 대한 제명처분의 당위성을 확보하게 되어 신안군수협 뿐만 아니라 전체 수협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번 광주고등법원의 판결결과는 판결문 도달후 2주일이 되는 시점까지 원고측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을 경우 확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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