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시대 수산업의 대응 방향
기후변화시대 수산업의 대응 방향
  • 수협중앙회
  • 승인 2011.08.11 11:40
  • 호수 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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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렬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올 여름 수도권과 중부지방에는 3일간 700밀리미터에 달하는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 유례없는 폭우로 귀중한 인명이 희생되었고 재산손실도 컸다. 기상관측 이래 최대의 강수량을 기록했다고 하니 과연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고 있음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변화를 현대과학은 이산화탄소 배출에 의한 오존층 파괴가 원인이 된 지구온난화 현상이라 설명한다. 이러한 전지구적인 평균기온의 상승은 인간 생활에 여러 가지 영향을 미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국의 경제학자들 중에서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겨울철 난방비를 절약할 수 있어서 경제적으로 이익이 된다는 입장을 보인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환경의 변화가 야기하는 예상치 못한 문제들의 심각성이 드러나게 되면서 기후변화가 주는 경제적 이익을 강조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즉, 기후변화는 평균기온의 점진적 상승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규모의 자연재해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하여 인류의 생명과 재산의 손실을 위협하게 되었으며, 온실효과로 인한 서식환경의 변화는 위기종의 멸종뿐만 아니라 각종 변이종의 발생을 초래하는데 이 중에서도 병원균과 바이러스의 변종에 의한 괴질의 확산 가능성은 인류를 공포에 떨게 한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기후변화로 인해 수산업은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그리고 어떤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기후변화의 수산업 영향에 대해서 ‘난류성어종의 증가와 한류성어종의 감소’라는 막연하고 단편적인 예측을 넘어서는 진지한 고민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마치 지구온난화가 난방비를 줄여주는 경제적 장점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해조류의 분포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어장은 바다의 사막화라는 백화현상으로까지 진행되어 심각하게 황폐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몇 년 전부터는 아열대 바다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해파리가 떼를 지어 남해안 일대에 출현하여 조업중인 어구를 훼손하고 어획물에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 밖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변화들이 수산자원과 어장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다. 이처럼 기후변화가 수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우리가 가진 지식은 불완전하며 따라서 현재까지 축적한 지식과 정보에 의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앞으로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인정하고 보다 근원적인 대응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태계의 저항력과 복원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즉 생태계가 전지구적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건강성을 길러야 한다. 현재와 같이 생태계의 건강성을 위협하는 요소들이 통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와 이상 현상을 자주 겪을 것이며 그 피해는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자연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수산업에 있어서도 생태계 기반의 관리를 도입해야 한다. 생태계 기반의 관리란 생태계기능에 의존하는 관리방법을 말하는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생태계가 제 기능을 유지하고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존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인류의 행위가 해양이라는 자연환경이 가진 자정능력과 해양생물자원의 자율갱신능력에 영향을 줄 수 없었던 과거에는 해양의 수용력이 무한하며, 생태계의 기능은 어떤 경우에도 훼손되지 않고 영원히 변함없는 작용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인구의 팽창과 과학기술의 발달에 기인한 생산과 소비규모의 급격한 증가는 해양이라는 거대한 자연환경을 변화하기에 이르렀고, 이로 인한 생태계 기능의 훼손이 전지구적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자연조건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도전할 것이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고 자연의 힘에 의존하는 겸허한 자세로 자연의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 생태계 기반의 어업관리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종묘방류나 해중림조성과 같은 인위적인 요소보다는 이러한 자연력의 회복을 위한 장기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먼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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