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지켜온 손맛의 비밀 공개
수십 년 지켜온 손맛의 비밀 공개
  • 김상수
  • 승인 2011.06.30 13:59
  • 호수 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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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진양횟집 오징어순대

▲ 오징어순대 삼대째 안주인 이영숙씨
오징어순대의 기원에는 여러 설이 있다. 풍랑을 만나 바다 위를 떠돌던 오징어잡이 어업인들이 식량이 떨어짐에 잡아두었던 오징어로 배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했다는 얘기.

기왕에 명태순대란 음식이 존재했던 함경도 어촌에서 그 비슷하게 오징어 몸통에 온갖 소를 채워 먹었던 게 시초라는 얘기 등등인데, 속초가 요즘 오징어순대의 본고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종합 건강식품

이런 속초에서 토박이들이 시장하던 참에 오징어순대 생각이 나면 찾는 집이 있으니 속칭 아바이마을 입구 중앙동에 있는 진양횟집이다. 옥호(屋號) 뒤에 붙은 것은 횟집인데, 이 집에서 손님들이 주로 찾는 음식은 오징어순대다.

본디 안주인이던 이정해 할머니(81)는 함경남도 북청군 신포 출신으로 처녀 적부터 함경도 음식 손맛이 살아있다는 칭찬을 들었다던가. 그때 이미 명태순대며, 오징어순대 요리법을 모친으로부터 배워 익혔다니 몇 십 년째인가? 지금은 그 딸에게 주방장 자리를 넘겨주었으되, 조리실을 드나들며 내는 꼬장꼬장한 잔소리는 여전하단다.

▲ 손님상에 오른 진양횟집의 오징어순대
“원래 순대란 음식이 소 돼지의 창자 속에 여러 가지 재료로 소로 만들어 넣어 삶거나 쪄서 먹는 음식이잖아요. 그 창자 대신 오징어 몸통을 이용한 것이 오징어순대죠. 먹통 등 내장 들어내고 그 안을 찹쌀밥과 순살만 골라 다진 소고기며 온갖 계절야채 등등을 혼합한 소를 넣고 쪄서 만드는 겁니다.”

손맛 삼대를 이은 딸 이정해 씨(58)의 오징어순대 정의인데, 내온 오징어순대 속을 보는 순간 조리법이 단순하지 않을 것이란 짐작이 든다. 소를 품고 있는 오징어 몸통 살부터 두툼하다.

한 조각 입에 넣으니 담백한 소고기 맛도 나고, 버섯도 씹힌다. 찹쌀밥 알갱이도 쫀득거리고, 당면의 미끈함도 느껴진다. 신선한 깻잎 향이 나는가 하면, 시금치에 김치 맛까지 난다. 바다 맛을 기본으로 땅 위의 다양한 소출이 함께 들어있는 종합음식이 오징어순대였다.

오징어순대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렇다 하고 특별히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게 기자의 주장이었다. 요즘엔 ‘공장’에서 대량생산되어 나오는 형편이니, 그저 식성에 따라 적당한 재료를 넣으면 된다는 것이 보통으로 하는 이야기 아닌가. 그러나 달랐다. 진양횟집 오징어순대는. 말 그대로 종합건강식품, 군것질 감이 아닌 한 끼 식사에 술안주까지 되어주는 제맛 나는 ‘요리’다.

감출 것 없다며 밝히는 삼대 째 비법과 손맛을 들어보자. ‘싱싱한 오징어의 배를 가르지 않고 내장을 빼내고 가볍게 씻어 물기를 빼놓는다. 다진 소고기, 풋고추, 당근, 마늘, 양파, 깻잎, 표고버섯과 새송이버섯 등을 잘게 썰어 곱게 다진다. 김치며 시금치도 넣고, 파란콩은 통째 넣는다. 보기도 좋지만, 씹는 맛을 더해주기 때문이다.


이리 배합된 소를 볶다가 물기가 나오면 계란을 풀어 줄여준다. 마른 당면도 이때 넣는다. 당면이 육수를 흡수해 맛이 배어들기 때문이다. 고실고실하게 쪄낸 찹쌀에 살짝 데쳐 물기를 뺀 시금치를 넣고 양념장으로 간을 해 버무리다가 밥알이 거무스레해지면 나머지 소를 넣는다’등등. 주 재료인 오징어는 수 십 년간 속초시수협에서 냉동오징어를 받아쓰고 있단다. 生오징어는 삶았을 때 껍질이 벗겨져 보기 좋지 않기 때문이란다.

오징어 몸통에 소를 넣을 때는 가득 차지 않게 하고, 다 넣은 후에는 소가 빠져 나오지 않게 끝을 꼬치 등으로 저며 둔다. 찜통에 넣고 5분 정도 쪄내면 오징어순대가 완성된다. 너무 오래 찌면 살이 얇아지고 질
▲ 속초시 중앙동에 위치한 진양횟집
겨 좋지 않다. 쪄낸 오징어순대는 꼬치를 빼고 2~3분 간 김을 뺀 다음, 썰어야 속이 빠져 나오지 않는다.

진양횟집에서는 소를 채워 얼음에 보관해 두었다가 손님 주문에 맞춰 바로 쪄낸다. 이래야 통통한 오징어의 육질과 맛깔스런 소의 맛이 살아나기 때문이란다.

전화  033) 635-9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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