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거는 기대
신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거는 기대
  • 이명수
  • 승인 2011.06.09 11:38
  • 호수 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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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2일 취임했다. 농업계는 농정에 잔뼈가 굵은 정통 관료출신으로 농정에 대한 이해가 빠른 전문가로서 적잖은 기대를 하고 있는 듯 하다.

조직 내부에서는 농정 업무에 너무 빠삭해 직원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취임직후 서 장관의 첫 행보가 관심을 모았다. 취임 다음날인 3일부터 4일까지 이틀간 수산과 농업현장을 둘러보았다.

현장 농정을 살피겠다는 차원에서 예상된 일정이었지만 수산현장이 포함된 것은 다소 이례적이었다. 서 장관은 4일 부산공동어시장과 국제도매시장을 방문해 어업인과 수산 관계자들을 만나 간담회를 갖고 현안을 청취했다. 과거 신임 장관이 수산현장을 방문하는 사례는 시간을 두고 이뤄지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취임직후 수산현장 방문을 놓고 일부 수산인들은 서 장관이 수산도 적극 챙기겠다는 다소 섣부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런 해석이 맞다면 어업인들로서는 당연히 반길 수 있는 대목이다. 농업에 대한 이해가 높듯 동등한 수준에서 수산에 대한 이해도 높았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하다.

서규용 장관은 취임사에서 “처음 공직생활을 시작할 때의 초심으로 돌아가 ‘다함께 잘사는 행복한 농어촌 건설’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밝혔다. 수산업과 농업의 최고 책임자이자 신임 장관으로서 책무를 집약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어업인들은 자신들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 신임 장관이기를 기대하고 있다. 어업인들의 희망은 결코 대단한 것이 아니다.

수산업의 중심에 있는 어업인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어업인들은 현재 ‘위축’, ‘소외’, ‘홀대’, ‘상대적 박탈감’에 매우 친숙해 있다. 항상 주변인으로 치부돼 왔다. 열악한 수산업 환경만큼 자긍심이란 찾아 볼 수 없다. 이 땅에 설자리가 없다.

서 장관은 이를 치유하는 일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는 게 어업인들의 소망이다. 서 장관이 적어도 농정에 대한 이해도가 빠르다면 어업인들의 소망을 들어 줄 해법도 바로 찾을 것이다.

해법은 수산업에 대한 가치부터 완벽히 인식하는데서 출발해야 한다. 수산업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독자적 산업이란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농(農) 자에 수(水)자를 붙여 놓은 부속적인 개념의 산업이 아니란 점을 십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 식량자원 제공, 안보 지킴이 등 다원적 기능을 갖고 있는 수산업의 특징과 특수성을 인식하고 정책 수행을 해야 한다. 소프트웨어는 이같은 하드웨어적 사고가 기반이 돼 개발돼야 한다는 점이다.

수산업은 자유무역협정(FTA)/세계무역기구(WTO)·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등 농업이 겪고 있는 이상으로 현안이 산재해 있다. 갈수록 애를 먹고 있는 어업과 어촌에선 희망의 불씨를 찾을 길이 없다는 낙담스런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어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제도는 마련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루 하루 벅찬 게 어업인과 어촌의 현실이다.

우리는 이를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장관이기를 재차 기대한다. 어촌 현장에서 몸소 체감하는 방법도 좋지만 수산업이 중요산업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수용 자세가 뒤따라야 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최근 대대적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오는 15일부터 시행되는 이번 조직개편은 전임 장관이 마무리한 것이지만 앞으로 운용의 중심에는 서규용 장관이 된다. 통합의 시너지 창출이라는 명분아래 기존의 ‘농촌정책국’을 ‘농어촌정책국’으로 개편했다. 수산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중장기적으로 수산부문 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섞인 예측을 하고 있다.

서 장관은 비단 일례이지만 수산계의 예측이 틀렸고 수산계가 이해할 수 있는 합리적 인력 운용의 모습도 보여줘야 한다. 서 장관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법적이나 규정상으로 문제가 없었다고 해도 농어업인에게 마음을 아픔게 했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죄송하다”고 밝혔듯이 이에 반드시 보답해야 한다.

먼 장래 어업인에게 기억될 장관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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