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군 수산업의 보루 장고항
당진군 수산업의 보루 장고항
  • 김상수
  • 승인 2011.05.09 11:17
  • 호수 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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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갓진 어촌의 특별한 맛
▲ 장고항 전경. 실치잡이 등 낭장망 어업이 장고항 어업인들의 주업이다


경기도 바다에서 충남 바다로 막 넘어가는 길목에 위치한 당진군. 대부분 어촌이 올록볼록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을 끼고있다 보니 별난 관광지들이 많다.

서해일출로 유명한 왜목마을이 대표적. 이 왜목마을은 그 특이한 지형 덕분에 서해안에서 일출을 볼 수 있음에 연말연시면 장사진을 이룬다.

당진군 어촌관광지로 새롭게 떠오르는 도비도는 충청지역 생태자원을 활용, 관광명소로 개발 중이어서 유명세를 탄다.


물론, 장고항처럼 조용한 갯마을을 찾아오는 관광객도 드물지 않다. 방파제 곁에 차를 세우고 봄 바다를 가슴에 담고 가는 것이다. 반면, 주변의 유명 어촌관광지 못지 않게 밀려드는 인파를 감당하느라 장고항 어업인들이 애쓸 때도 있으니, 바로 실치 철이다. 앞 바다에 실치가 몰려드는 봄날, 이 시즌만 맛볼 수 있는 실치회를 찾아오는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는 얘기다.

▲ 장고마을 아낙네가 실치를 건조대에 널어 말리고 있다
용무치해안 너머 나지막한 섬 국화도에 눈길을 두고 달리다 보면 불현듯 길 왼쪽으로 포구하나가 다가서니 장고항. 1월, 해가 포구 사이로 떠오르는 때라야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데, 이 봄날 줄줄이 늘어선 차량으로 마을에 이미 빈틈이 없다. 당진군 바다의 봄 진객, 실치를 찾아온 인파였다.

실치는 10여 년 전부터 미식가들로부터 봄철 미각을 돋아주는 별미로 인기를 끌기 시작해 이를 테마로 축제까지 여는 오늘에 이르
▲ 실치축제를 앞두고 장고항 주변에 들어선 즉석 실치회 포장마차
는데, 당진군 석문면 장고항 마을이 원조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현재는 ‘당진 8味’ 중 하나로 꼽힐 정도. 당진군의 특색음식으로 이미 자리를 굳힌 것이다.

당진과 보령 등 서해안 어업인들의 실치잡이는 3월 말경부터 시작해 5월 중순까지 두 달간 이어진다. 이 무렵의 장고항 어업인들은 수시로 그물을 거두러 바다와 포구를 오가는데, 회로 먹을 수 있는 실치는 4월초부터 5월초까지 잡히는 실치라 했다.

그 이전에는 육질이 너무 연해 회로 먹기 어렵고, 5월 하순부터는 뼈가 억세어져서 실치포로 말려낸다는 것이다. 뱅어포로도 알려진 실치포는 양념을 발라 구워 먹거나 쪄 먹는 것이 보통. 한때는 도시락 반찬으로 그보다 좋은 게 없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 절경 아래서의 한끼
“어디나 그렇겠지만, 장고항 인근 바닷속의 뻘은 특히 질이 좋아 온갖 큰 고기들이 산란 터이자 제 집으로 여겨 들고나고 하면서 그물에 그득하게 들곤 했었죠. 그뿐인가요, 바지락도 지천이었고…. 요즘은 실치가 많이 잡히니 다행이라 여기며 바닷살이를 합니다.”

즉석 실치회집 재영이네 남정네의 말인데, 관광객들은 나날이 늘어나는데, 횟감은 넉넉하지 않아 값은 비싸고 해서 ‘값비싼 회 대신 온갖 야채와 양념에 버무려낸 실치회’를 관광객들이 별미 삼아
▲ 당진군수협 장고항어촌계 민원안내센터와 횟집단지
먹어보더니 썩 괜찮아 하며 다시 찾아 오늘에 이른다고 덧붙인다.

한편, 실치가 많다는 것은 장고항 주변 바다에 실치를 먹이로 삼는 큰 고기가 많다는 얘기도 된다. 장고항 어업인들은 오늘도 그 ‘큰 고기’들이 그물에 그득 들기를 기대하며 바다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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