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탓 수산물 재고 1만t 쌓여… 어민들 죽을 맛인데 아무도 책임 안져”
“가짜뉴스 탓 수산물 재고 1만t 쌓여… 어민들 죽을 맛인데 아무도 책임 안져”
  • 김병곤
  • 승인 2023.08.24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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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안 인터뷰 -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인터뷰 = 조해동 경제부 부장
정리 = 박수진 기자

해수욕장·회센터 발길 끊기면서
1만5000원 하던 우럭이 7000원
수산업계 전체 생계 위협 내몰려

2011년 일본 원전 사고 당시에도
우리 수산물 안전엔 문제 없어
방사능 검사 건수 약 2배로 늘려
국민에 과도할 만큼 안전성 홍보

추석 기점으로 소비정상화 목표
2100억 편성 산지수매 등 추진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지난 23일 문화일보(문화일보 8월23일자(수) A23면)와 현안인터뷰를 가졌다.
노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오염처리수 방류 최대 피해자는 어업인과 수산업 종사자들이며 수협의 사활의 문제가 걸린 만큼 어업인들을 지켜내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수산물 소비감소는 국가 경제에 막중한 피해다”며 “이를 정치 쟁점화 해서는 안된다”고 호소했다. 문화일보 인터뷰를 전제한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가 24일 개시되는 가운데,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수산물 소비 감소는 어민과 수산업뿐 아니라 우리 국가 경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며 “정치 쟁점화를 멈추고 후속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일본 후쿠시마 오염처리수 방류가 24일 개시되는 가운데,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문화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수산물 소비 감소는 어민과 수산업뿐 아니라 우리 국가 경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며 “정치 쟁점화를 멈추고 후속 대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어업인이 부자 되는 어부(漁富)의 세상’을 기치로 내세워 지난 3월 당선된 노동진(69) 수협중앙회장은 취임 후 지난 5개월간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자본 적이 없다. 활력 있는 어촌 건설, 어업인 경영 부담 완화와 소득 증대, 바다 환경 보전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했지만 일본 후쿠시마(福島) 오염처리수 방류가 단단히 발목을 잡았다. 오염처리수 방류가 시작도 되기 전이고 정부가 이중 삼중 검역·검사 강화 조치를 취하고 나섰지만 확인되지 않은 괴담은 국민 불안을 높였고, 어업인 소득 기반이자 어촌 경제 활성화의 핵심인 수산물 소비에 침체를 불러왔다. 전국을 돌며 우리 수산물 안전성을 알리고 정부·공공기관·민간기업·정치인들을 만나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등 총력 대응하고 있지만, 방류가 임박하면서 수산업계의 위기감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오염처리수 해양 방류를 사흘 앞둔 지난 21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만난 노 회장은 절박한 목소리로 “오염처리수 방류로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되는 당사자는 수산업 종사자들”이라며 “어업인과 수협의 사활이 걸린 이번 사태에서 어업인을 지켜내는 게 임기 내 가장 큰 임무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수산물 소비 감소는 수산업을 넘어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다”며 “이번 사안이 정치 쟁점화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오염처리수가 실제 방류되면 혼란이 커질 것 같은데 수산업계와 어민 분위기는 어떤가.
“예민한 상태다. 방류 전인데도 올여름 해수욕장이 한산했고 회센터 손님도 많이 줄었다. 실제 방류 후 수산물 소비 침체 가능성에 고민이 크다. 우리 국민들이 그간 미국 광우병·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를 거치며 가짜뉴스와 선동에 훈련이 돼 왔지만 정치권이 논란을 키우며 지금과 같은 폐단이 발생하고 있다. 여태껏 국내 수산물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그만큼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정치권이 이번 방류를 정치 쟁점화하는 바람에 심리적으로 수산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늘었다.”

―과학적으로는 수산물 안전에 문제가 없다고 보나.
“나를 포함해 어업·수산인은 과학자나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심판’ 역할을 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 당시 ‘원액’이라고 볼 수 있는 오염처리수가 방류됐을 때도 우리 수산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우리 수산물은 이번에도 100% 안전하다고 장담한다. 만에 하나 1%의 문제라도 발생한다면 우리 정부가 가만히 있겠나. 한·일 양국 책임자인 대통령이 문제 발생 시 방류를 중단한다고도 약속했다.”

―과학과 별개로 심리적 문제도 큰 것 같다.
“괴담에 의한 소비 위축이 가장 큰 고민이다. 1만5000원 하던 우럭 가격이 7000∼8000원까지 떨어졌다. 재고만 1만t 쌓였다. 어업인들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어도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 정치권에 대한 원망이 크다. 오염처리수 방류에 찬성하는 사람 우리나라에 누가 있나. 아무도 없다. 그럼에도 상황이 이러니 이제는 후속 조치를 고민해야 할 때다. 대책은 안 세우고 방류하면 큰일이 날 것처럼 선동만 하니 내가 밤에 잠이 안 온다. 이 혼란에서 어민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수협 차원의 대책은 뭔가.
“추석이 한 달 앞이다. 한가위, 전 가족이 모이는 식탁에 수산물이 올라가도록 하고 추석을 기점으로 소비 정상화를 이루는 게 목표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히면 국민들도 받아들일 거다. 지난 5월부터 ‘일본 원전 오염수 대책 위원회’를 꾸리고 6월 소비자 단체가 참여하는 ‘우리 수산물 지키기 운동본부’를 조직해 대응 중이다. 수산물 급감에 대비해 2100억 원 규모 자체 예산을 편성했다. 산지 수매, 조합 지원, 수산물 할인 쿠폰·시식회 등에 쓸 예정이다.”

―기업과도 자주 만나는데.
“주요 기업과 ‘수산물 소비 활성화 챌린지’를 벌이고 있다. 7월 호반건설, 금호건설을 시작으로 22일 무궁화금융그룹, HD현대중공업을 만났다. 이 밖에 롯데, 이마트 등 대형 마트를 만나 협조를 부탁하고 있고,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장에게 기업이 출연·운영하는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내 수산물 소비 활성화 사업 신규 편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이 급식이나 명절 선물에 수산물을 많이 활용해 준다면 소비 진작에 큰 도움이 될 거다. 국방부에도 국군 장병 급식에 전복 등 수산물을 더 늘려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오죽하면 용산 대통령실에도 추석 선물을 수산물로 해달라고 건의했다. 전국을 돌며 판촉 행사도 하고 시식회도 하고 있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상 명절 선물 가액 기준이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상향돼 다행이다.”

―민간기관으로는 최초로 수산물 안전성 검사 기관으로 지정됐다.
“11일 수협중앙회 내 수산식품연구실이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수산물 안전성 검사기관으로 지정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방사능 분야 공인 시험·검사 기관 지정을 신청했다. 지정되는 즉시 수협중앙회, 회원조합, 자회사 등 수협 계통 조직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착수할 예정이다. 검사 건수도 지난해보다 약 2배 늘린 500건으로 계획하고 있다. 일반 업체가 신청을 할 경우에도 방사능 검사에 착수하고, 검사 공인 시험성적서도 발급할 방침이다. 수산물 안전이 투명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국민에게 알린다면, 수산물 신뢰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협뿐 아니라 앞으로 민간 영역에서 더 많이 지정받을 경우 수산물 방사능 검사 체계가 더욱 촘촘해져 수산물 안전관리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검역·안전성 검사 강화는 중장기적으로는 김, 굴, 전복 등 우리 수산물 수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파리채로 파리 잡고, 비린내 나는 위판장 이미지를 이번에 싹 다 없애고 위생적으로 유통되도록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겠다.”

―지금 시점에서 정치권과 정부의 할 일은.
“국민들이 갖고 있는 수산물 안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잠재우지 못해 수산물 소비가 크게 감소될 경우 그 여파는 수산업을 넘어 국가 경제에까지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믿음을 줘야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방류 이후로도 철저한 검사로 안전하게 지켜지고 있는 우리 수산물만큼은 먹어도 된다는 메시지를 과도하다 할 정도로 국민에게 충분히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방류가 시작되면 매일 철저히 모니터링하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먼저 나서줘야 한다. 그럼에도 수산물 소비가 감소해 수산업 종사자들에게 직간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생활 안정을 위한 자금 수혈이 필요하다. 특히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경우에는 기준치를 초과하는 수산물에 대해선 전량 폐기가 불가피함에 따라 이에 대한 보상금이 확실히 지원될 수 있는 선제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어업인이 부자 되는 어부의 세상’ 실현이 취임 일성이었는데 어떻게 달성할 건가.
“보다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필수다. 배당과 복지가 늘도록 조합 경영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재정이 열악한 조합을 중심으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9월 중 수협은행 영업점 공간을 활용해 여신 업무를 볼 수 있는 복합 점포를 개설하는 것도 이 같은 차원이다. 수산물 소비 활성화 역시 소득 창출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직거래 같은 유통 구조를 늘려나가고 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일선 수협이 수산물 직거래를 하는 로컬 매장을 24곳 운영 중인데 올해 추가로 22곳을 신설할 예정이다.”

―어촌 소멸 대응은.
“어촌 소멸은 우려가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위판장을 깔끔하게 정리하니 비린내도 없어지고 전망도 참 좋더라. 청년층에게 그런 자리를 제공하고 관광객을 불러모아 국민들이 힐링하는 장소로 가꿔볼 생각이다. 생활·교육 등 인프라를 획기적으로 늘려 청년 인구 유입이 증가하도록 예산을 확대 편성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춰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 도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돈을 벌고 자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면 젊은 층 인구가 늘어날 수 있다. 생산력이 떨어지는 어르신들에게도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 예컨대 요즘 해양 쓰레기가 큰 문제인데 노년층에게 쓰레기 수거 등의 일자리를 주면 어촌 환경도 개선하고 소득도 증대할 수 있다.”

―미래 수요인 아동·청소년 수산물 소비 확대 방안은.
“MZ세대 공략에 실패할 경우 수산물 소비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수 없다. 최근 가구 형태가 1∼2인의 소가구로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고, 식품 형태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요리해서 먹으려 하는 수요도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추세에 맞춰 젊은 층을 겨냥해 밀키트와 가공제품 같은 간편 조리식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원물 상태를 판매하는 것보다 부가가치가 높아질 뿐만 아니라, 특히 해외 수출도 용이하다. 자체 개발된 제품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7개국 10개소의 무역지원센터를 통해 각국 현지 바이어들과 수시로 수출 상담을 실시하며 판로를 개척하고 있다.”

“비은행 M&A·금융지주 설립 통해 지방은행 능가하는 실적 낼 것”

노 회장의 수협 미래전략

전문가들과 바다 훼손에도 대응
낡은 총허용어획량 규제 철폐도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은 어업인 소득 기반 확충과 어촌 활성화를 위해 비은행 금융회사 인수를 통한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전환도 추진 중이다. 지주사 설립 시 지방은행을 능가하는 실적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동진(69) 수협중앙회장은 지난 2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수협은행 미래혁신추진실에서 비은행 금융회사 인수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자 이익에 집중된 수협은행의 구조하에서는 어업인과 회원조합 지원에 획기적인 변화를 이끌 수 없고, 결국 비이자수익원 다각화를 위해서는 비은행 인수·합병(M&A)과 금융지주회사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는 지방은행들이 먼저 비은행 M&A와 금융지주 설립을 통해 수협은행보다 좋은 실적을 내고 있지만 향후 비은행 M&A 및 금융지주 설립에 성공한다면 지방은행보다 높은, 국내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을 보유한 수협은행은 지방 금융지주 실적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양 쓰레기, 바다모래 채취, 해상 풍력발전 등으로 인한 바다 환경 훼손 가능성에도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 노 회장은 “바다는 어업인 것만이 아닌, 온 국민이 누릴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공익을 목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진행되는 개발을 막을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개발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어업인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충분한 보상도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선 강력한 목소리를 내는 게 어업인 대표로서 의무”라고 말했다. 수협은 이와 관련해 지난달 11일 변호사, 감정평가사, 대학교수 등 바다 환경 전문가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다.
어족 자원 보호를 위해 설정하는 총허용어획량(TAC·연간 잡을 수 있는 어획량 상한선)에 대해 노 회장은 “수산 자원 보존을 위해 도입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15개 특정 어종, 17개 업종에만 실시하다 보니, 제도 적용을 받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 간의 형평성 문제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며 “특히, TAC 참여자는 금어기, 금지체장 등 다른 규제가 이중으로 적용되는 상황 때문에 제때 수산물을 잡지 못해 경영난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정부와 여당에서 어업 선진화를 위해 1500개에 달하는 어업 규제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결정에 대해 어업인이 환영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규제 철폐는 어업 활동의 자율성과 효율성을 높여 수산물 생산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1954년 출생 △창신대 중국어학과 졸업 △창원대 행정대 최고관리자 과정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 △진해수협 조합장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회장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위원회 위원 △국제협동조합연맹(ICA) 이사 △수협중앙회장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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