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수산물 문제없다" 알리는 게 정치권 역할
"우리 수산물 문제없다" 알리는 게 정치권 역할
  • 김병곤
  • 승인 2023.07.14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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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우럭이 헤엄쳐온다고?" 수협회장 분통터진 까닭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인터뷰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지난 11일 조선일보(조선일보 7월13일자(목) A4면)와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긴급 인터뷰를 가졌다. 
노 회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우리 수산물 문제없다’ 알리는 게 정치권 역할”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인터뷰에서 노 회장은 오염수 방류와 국산 수산물 안전 문제는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어 “어업인을 대표하고 있는 회장 입장에서 어업인의 삶의 터전인 바다에 원전 오염수 방류하는 것을 분명히 반대한다”며 강조하고 “하지만 결국 방류 막을 수 없다면 어업인들 지키고 수산물 안전하다고 알리는 후속 조치 철저히 준비해야 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수협의 입장에서 오염수 때문에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긴 수산물 있으면 단 한 마리도 경매를 하지 않겠다”며 “우리 수산물에 문제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위판장, 수산시장 전부 다 수시로 검역·검사해서 방사능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해 우리 국민들이 ‘이상 없구나’ 하는 인식을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수협 차원에선 전방위적 수산물 안전 홍보에 나서면서 ‘바다의 쿠팡’ 작전으로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고 유통 혁신으로 소비를 늘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고 했다. 조선일보 인터뷰를 전제한다.

“우럭 양식하는 한 수협 조합장이 ‘고기 잡아서 바다에 갖다 부어뿔랍니다’라고 합디다. (일본에서 ‘세슘 우럭’ 얘기 나온 뒤) 양식해봐야 팔리지도 않는데 안 내뿔라니 사료값만 축나지, 가공해 팔려니까 돈만 더 든다는 거예요.”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11일 인터뷰를 위해 본지 기자들과 만나자마자 앉지도 않고 선 채로 “내 요새 잠이 안 옵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오염수 논쟁 이후 어민들이 찾아와 ‘살리달라’고 합니다. 오염수 방류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정치권에서 벌써 무슨 큰일 나는 양 떠드니 어업인들이 그냥 고마 다 죽을라고 하는 거죠.” 경남 진해 어촌 출신인 그는 지난 3월 전국 91개 조합, 15만4000여 조합원을 이끄는 26대 수협중앙회장에 당선됐다.

◇ “일본이 오염수 방류하더라도 어민 지키는 게 정치권 역할”
평생 어민으로 살아온 노 회장은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를 놓고 최대 피해자인 어민들 입장은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권이 편을 갈라 싸우는 것에 대해 “정말 잘못됐다”고 했다. “정치권이 방류하니 마니 싸우니 국민 불안만 커집니다. 이게 어민을 위하고 국민을 위하는 일입니까. 정치권에서 앞장서서 ‘우리 수산물은 문제없다’고 해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자꾸 큰일 나니 마니 하니까 괴담 얘기만 떠돌아요.”
노 회장은 오염수 방류와 국산 수산물 안전 문제는 분리해서 다뤄야 한다는 입장이다. “내 어업인을 대표하는데, 어민 삶의 터전인 바다에 원전 오염수 방류하는 거 반대합니다. 그런데 내가 삭발하고 365일 시위한다고 해서 방류 막을 수 있습니까. 시위한다고 달라질 게 없고, 결국 방류 막을 수 없다카면 어민들 지키고, 수산물 안전하다고 알리는 후속 조치 철저히 준비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내 안 맞습니까.”
그는 “오염수를 방류했을 때 어민들이 괜한 피해 입지 않도록 정치권이 ‘국산 수산물은 문제없다’는 걸 알려야 하는데, 정쟁하느라 불안감만 키우고 어민들만 죽어난다”고 했다.

노 회장은 요새 부산 자갈치시장 인근에서 나눠준다는 홍보용 부채 하나를 꺼내들었다. 이 부채엔 ‘우리 바다 우리 수산물 안전합니다’란 글과 함께 해류(海流) 움직임을 그려놓고 오염수가 방류돼도 5~10년 후 0.001Bq/㎥(세제곱미터당 베크렐) 수준의 검출도 불가능한 극소량의 삼중수소가 돌아온다는 설명이 쓰여있었다. 노 회장은 “어떤 학자는 동해로 오염수가 7개월 만에 온다고 했다는데, 만약 7개월 뒤에 바닷물 채취해서 문제없으면 그간 당한 어업인들 피해 다 책임질 거냐”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괴담이 어민을 죽인다
노 회장은 “과학보다 ‘공포 심리’가 사람을 불안하게 하고, 소비를 위축시켜 어민에게 직격탄이 된다”고 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방사능에 오염된 우럭 같은 물고기가 한국 해역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노 회장은 “물고기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우럭은요, 먼 바다 헤엄쳐가는 어종이 아니에요. 일본 고기(우럭)가 오지도 못하는데 우리끼리 난리도 아입니다.”
멍게 어민들은 지난 4월 홍역을 치렀다.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3월 일본을 방문할 당시 일본 측에서 후쿠시마산 멍게 수입 재개를 요청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와전돼 생긴 일이다. 대통령실에선 아예 멍게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뜬소문에 어민들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었다. “4월엔 국산 멍게 생산이 절정인 달이예요. 굳이 일본산을 수입할 필요가 없는데도 괜한 얘기에 소비가 뚝 준 겁니다.”
소비가 줄자 가격도 뚝 떨어졌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멍게는 지난해 1kg당 6000원 안팎에서 올 3월 3452원으로, 전복(10마리 기준)도 지난해 6월 4만3000원에서 지난달 3만750원 수준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졌다.
노 회장은 “얼마 전에 한 대형 선망어선에 ‘소고기·참외, 이제 생선인가!’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린 사진을 봤다”면서 “괴담이 자꾸 국민들을 세뇌시켜 우리 어민만 큰일 났다”고 했다.

◇ “어부 세상 만든다는 약속, 지킬 깁니다”
노 회장은 ‘어업인이 부자 되는 어부(漁富)의 세상’이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중앙회장에 당선됐다. 취임 100일을 막 지났는데, 임기 초반부터 ‘오염수 방류’란 큰 암초를 만난 것이다.
“내 절박합니다. 어민들도 오염수 때문에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긴 수산물 있으면 단 한 마리도 경매 안 하겠다고 합니다. 만에 하나 (지금까지 수산물) 문제 있으면 내가 책임지겠습니다. 회장인 내가 책임진다 말입니다.”
IAEA(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를 믿지 못하는 일각의 입장에는 혀를 차며 말했다. “심판을 안 믿으면 누굴 믿습니까. 공식 검증 기관을 믿는 게 1번 아닙니까.”
그는 “대한민국 위판장, 수산시장 전부 다 수시로 검역·검사해서 방사능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우리 국민들이 ‘이상 없구나’ 하는 인식을 자꾸 줘야 한다”고 했다. 수협 차원에선 전방위적 수산물 안전 홍보에 나서면서 ‘바다의 쿠팡’ 작전으로 수산물 소비를 촉진하겠다고 했다. “수산물 많이 먹자고 한여름에 길거리에서 회 썰어 팔 수 없잖습니까. 1·2인 가구도 쉽게 사먹게 소포장한 해산물 딱딱 원하는 곳까지 전달해주는 유통 혁신으로 소비를 늘릴라 합니다.”
그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번 기회로 우리 수산물에 대한 위생도 유통도 철저하게 관리하고 개선해 국민들 안심시키면 어업인들에게 전화위복이 되지 않겠습니까. 어부(漁富)의 세상 만들겠다는 약속 꼭 지킬 깁니다.”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은
노동진(69) 수협중앙회장은 어촌인 경남 창원시 진해구 제덕마을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30년간 피조개 양식을 한 어업인 출신이다. 2015년부터 8년간 진해수협 조합장을 맡았고, 지난 3월 전국 조합장 투표로 중앙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취임사에서 “어업인들이 부자가 되는 ‘어부(漁富)’의 세상을 반드시 만들겠다”며 “수산물 유통 혁신 기반을 다지고, ‘바다의 쿠팡’과 같은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김성모 기자,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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