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마을 어장의 위기와 가치의 재인식 (2)
특별기고>> 마을 어장의 위기와 가치의 재인식 (2)
  • 수협중앙회
  • 승인 2011.03.10 14:00
  • 호수 8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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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수산경제연구원 객원연구원

마을어장은 어촌의 사회안전망, 지역문화의 기반, 대표 연안습지로의 가치 입증
갯벌을 지속시키는 것이 미래세대에 당연한 의무

최근 들어 어촌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협동조직체의 뿌리조직으로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특히 어촌계 중심의 자율관리 공동체가 형성되면서 마을 어업을 보존하고 개발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을 어장의 위기와 가치의 재인식’의 필요성을 두 차례에 걸쳐 요약 연재한다.


지속가능한 어촌 - 마을어장의 재발견

마을어장은 그 동안 가족노동중심의 어업인들에게는 생계를 보장하는 경제적,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어촌의 인구변화, 어장의 규모, 시장성, 어장의 형성과정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공동점유 → 순환점유 → 사적 점유 → 개별 소유’로 분화되고 있다. 양식어업이 발달하면서 갯벌은 어민들에게 육지의 논과 밭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김, 굴, 바지락 양식이 발달하면서 바다와 갯벌은 ‘재산’으로서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갯벌은 배타적인 소유가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용방식과 분배방식은 훨씬 체계화되었다.

이와 함께 최근 어업인 스스로 어업자원을 관리하는 ‘자율관리어업’이 도입되어 정착되고 있다. 그 동안 어업관리정책은 각종 면허 및 허가제도 등 정부주도의 정책이었다. 이러한 정책은 어자원 남획, 과잉시설, 경쟁조업 등을 막지 못했다. 게다가 국제적으로는 WTO체제와 UN해양법협약 등으로 어업환경이 어려워졌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어업인 스스로 어업자원을 관리하는 자율적인 어업자원 관리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이러한 정책전환은 갯벌이 갖는 공공성으로 인한 공유지의 비극을 줄이기 위한 적절한 방안이다.

정부는 자율관리어업이란 ‘수산관련 법령 테두리 안에서 지속가능한 어업생산 기반구축, 지역별 어업별 분쟁해소, 어업인들 소득향상과 어촌발전을 위한 어장관리, 자원관리, 경영개선, 질서유지 등을 어업인들이 자율적으로 참여하여 실천하는 운동’이라고 밝히고 있다.

자율관리어업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해역의 어업인들이 자율관리위원회를 만들어 규약을 정한다. 이를 ‘자율관리어업 공동체’라고 한다. 이는 어장의 국가관리에서 생산자단체 관리로, 지선어장 중심에서 해역 중심으로 관리의 주체와 영역이 전환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자율관리 사업의 내용으로 면허허가, 어획할당제 등을 도입했다.

무엇보다 지속가능한 갯벌과 바다를 유지하기 위해서 우선 ‘마을어장’에 대한 재인식이 요구된다. 이는 어업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시민들이 함께해야 한다. 그 방향은 갯벌공동체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해야 한다.

인간중심의 사고가 아니라 ‘갯벌생물의 한 종’으로서 인간이라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갯지렁이와 인간과 물새들은 모두 갯벌에 기대어 사는 생물이라는 갯벌공동체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생물다양성과 문화다양성이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마을어장을 둘러싼 제반의 논의를 전개했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사회문화적 측면에서 마을어장의 가치를 정리한다.

첫째, 마을어장은 어촌의 사회안전망(Social Safety Net)이다. 어촌의 고령화율이 심각하다. 섬마을의 고령화는 초고령 사회를 능가했다. 사회보장체계로 이들을 보살피는 것은 우리의 경제력이나 시스템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어촌과 섬마을에 고령자들이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마을어장’이 있기 때문이다. 고흥의 남성리 갯벌 한 뙈기면 대학생을 가르칠 수 있고, 장흥 수문리 바지락 밭 한 줄이면 사계절 반찬 걱정이 없다고 했다.

자식들에게 보내고 남은 것은 시장에 팔고 소일거리 하며 생활한다. 황도처럼 마을어장이 좋은 어촌은 칠순과 팔순이 무색하다. 정년퇴직이 없는 곳이 어촌이다. 어촌계원 중 은퇴했거나 은퇴를 강요받은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반대로 일을 못해도 지분을 가지고 있으면 활동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어장을 운영해 연말이나 연초에 결산할 때 지분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이보다 더 완벽한 사회보장시스템이 어디 있단 말인가. 실업을 동반한 성장보다 완전고용이 더 바람직하다고 한다.

둘째, 마을어장은 지역문화의 기반이다. 지역문화는 지역주민의 생계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그 지역 산업이 일차산업 비중이 높은 경우 절대적이다. 농사를 짓거나 어업활동의 비중이 높은 지역의 마을문화는 지속된다. 어업의 경우 규모화 되고 산업화된 마을의 어촌문화는 사라졌거나 흔적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마을어장이 활발하게 운영될수록 마을공동체 문화가 유지되는 경향을 보인다. 마을문화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당산제와 갯제 그리고 각종 개인의례가 유지되고 있다. 심지어는 마을어장이 되살아나면서 사라졌던 마을공동의례가 회복되거나 새롭게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 충청남도의 조개부리기제나 원산도의 부녀회가 중심이 된 용왕제 등이 그것이다.

셋째, 마을어장은 작은 민주주의의 교육장이다. 마을어장은 어촌계원이나 마을주민들의 제한된 생업활동의 공간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양식이나 어업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수심이 조금만 깊거나 조류가 거세면 이용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마을과 마을 사이에 경계가 있어 공유수면이지만 이용할 공간이 제한되었다.

이렇게 정해진 공간을 매년 커뮤니티의 구성원이 균등하고 형평을 잃지 않고 이용하기 위해 많은 장치들이 도입되었다. 공동노동 균등분배의 원리, 어장의 추첨, 회원의 자격과 의무, 신규회원의 인정, 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 등이 그것이다.

넷째, 마을어장은 마을주민에 의한 마을주민의 커뮤니티이어야 한다. 경제적 가치가 높은 마을어장은 공동체성과 폐쇄성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어장 운영방식은 더욱 체계화되고 제도화되고 있다.

자율관리 어업공동체처럼 자기진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마을주민이나 어촌계원을 중심으로 운영된 마을어장의 특징은 유지되었다. 하지만 최근에 갯벌을 산업자원으로 접근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고 있다. 마을어장을 포함해 갯벌을 규모화 하고 기업운영 방식을 도입하는 ‘갯벌산업’이 그것이다.

이는 어장의 효율적 이용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어촌공동체의 소멸로 직결되며 심지어 어촌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오래된 경험을 바탕으로 갯벌어업을 지속해온 어업인과 공동체 가치를 유지해 온 어촌사회의 지속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갖는다.

복잡한 생태계로 구성된 마을어장을 획일화된 산업영역으로 접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양식기술을 앞세운 기업화와 규모화는 어촌의 다원적 가치를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다섯째, 마을어장은 우리나라 대표 연안습지이다. 마을어장은 펄갯벌, 혼합갯벌, 모래갯벌, 자갈갯벌 등 다양한 갯벌과 갯바위, 수심이 낮은 바다 등 다양하다. 람사르 규정이나 습지보호법에도 마을어장은 대표적인 연안습지이다.

람사르습지는 바닷물 평균 저조수위 6m까지를 연안습지로 규정한다. 우리나라 갯벌은 물론 김 양식이나 가두리 양식어장도 습지에 포함된다. 즉 마을어장도 습지의 연장선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강과 바다가 만들어낸 서해 갯벌은 세계 5대 갯벌의 하나로 영양염류가 풍부하고 원시적인 생명성을 간직하고 있다. 이외에도 홍수조절(자연댐, 수분조절)과 기후 조절 기능(대기 중으로 탄소 유입 차단, 이산화탄소량 조절, 대기 온도와 습도 조절, 국지적 기후조절), 태풍과 해일 등 자연재해 예방, 수질오염 물질 제거 등의 기능을 한다.

갯벌은 자연의 콩팥이라 불릴 정도로 자연정화 능력이 탁월해서 갯벌 10㎢는 10만명이 거주하는 25.3㎢의 도시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하수종말처리장과 같다. 갯지렁이 500마리는 하루에 한 사람이 배출하는 2kg의 배설물량을 정화하고, 바지락 1개는 15리터의 오염물질을 정화한다.

여섯째, 마을어장을 지키는 것은 종 다양성의 출발점이며 문화다양성의 기반이다. 한국의 서해 어류들은 70%가 서해갯벌에서 산란하고 자란다. 특히 하천과 강과 갯벌과 섬과 바다로 이어지는 서해의 독특한 생태계는 다양한 문화를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지역축제와 생태관광의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마을어장인 갯벌은 지구에 남아 있는 마지막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지구의 모든 생명체는 거슬러 올라가면 서로 같은 조상으로 시작해 지구상의 빛, 물, 온도, 공기, 땅과 같은 물리적인 환경 속에서 적응해 왔다. 생물다양성은 물리적 환경을 유지시키는 근간이다.

갯벌이 건강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생물종이 갯벌에 서식(Species Diversity)하며 생물 종들 간에 다양한 먹이사슬과 상호작용(Ecosystem Diversity)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사슬구조의 정점에 인간(어업인)이 있었다. 지난해는 유엔이 정한 ‘생물 다양성의 해(2010 International Year of Biodiversity)’였다. 마을어장이 위협을 받고 갯벌과 바다가 위협을 받는 것은 인간 중심주의에 뿌리가 있다.

인간도 갯벌생물의 하나임을 인식해야 한다. 마을어장에 기대어 조개류와 해조류 그리고 각종 어류를 채취해 생활하는 갯벌생물이다. 따라서 인간은 물리적인 환경(갯벌)을 지속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이것은 미래세대를 위해서만 아니라 갯벌생물로서 당연한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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