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소에 내준 바다 그러나 여전히 바다는 삶의 터전
제철소에 내준 바다 그러나 여전히 바다는 삶의 터전
  • 배석환
  • 승인 2022.07.06 20:10
  • 호수 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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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75년 발행된 ‘새어민’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매월 2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중층침설식 가두리 양식을 준비하고 있는 어업인
중층침설식 가두리 양식을 준비하고 있는 어업인
정치망 어선이 활어 경매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정치망 어선이 활어 경매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우럭출하가 한창인 양식장
우럭출하가 한창인 양식장
공급량이 초과 돼 쌓이고 있는 오징어
공급량이 초과 돼 쌓이고 있는 오징어
위판장을 가득채운 정어리
위판장을 가득채운 정어리

1997년 
포항시는 본디 땅과 그 앞바다에서 얻어내는 소출만으로도 아쉬운 것을 몰랐던 지역이다. 70년대만 해도 울산 장생포와 더불어 고래잡이 포경어업이 득세를 하기도 했고 방어가 넉넉하게 나는 어항으로도 모자람이 없었다. 
하지만 영일만에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 포항시는 그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게 됐다. 잘 나가던 경북 어업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 것이다. 대표적인 어종이 방어다. 포항제철이 들어서면서 방어가 사라지게 되자 포항지역 어업인들은 먼바다로 눈을 돌렸다. 바로 근해 오징어채낚기 어업이다.
그런데 6월 중순께부터 시작되는 본격적인 오징어 조업철을 앞둔 요즘 포항의 채낚기 어업인들은 오나가나 그저 한숨만 쉰다. 오징어 파동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오징어 잡이가 예년에 없이 호조를 보이면서 연말 재고량이 10만 톤을 넘어선데다 올들어서도 원양오징어 생산량이 지난해 수준을 크게 웃돌면서 가격폭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친데 덮친격으로 숙련된 채낚기 어선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여서 아예 출어포기를 하는 어업인이 늘고 있다. 실제 포항에는 근해 조업이 가능한 50~100톤 급 이상의 채낚기 어선이 110여 척이 있는데 이들 어선이 출어를 하기위해서 필요한 인원이 1200여 명 가량이지만 현재 확보된 인원은 절반정도라고 한다.
오징어와 달리 문어는 포항시 어업인들에게 여전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수산물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통발로 문어를 잡는데 하루전날 바다에 나가 통발을 드리워놓았다가 이튿날 새벽에 다시 바다에 나가 통발을 거둬 들인다.
이렇게 잡은 문어는 산채로 포항수협 위판장을 그득 메운다. 포항시를 비롯한 경북 사람들은 집안 대소사에 삶은 문어를 즐겨 쓸뿐더러 그저 가까운 친구끼리의 술자리에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안주다. 
6월 한 달 포항수협의 문어 위판량은 615톤, 87억 원어치의 물량이고 지난해 총 위판량이 4669톤으로 우리나라 문어 생산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문어통발은 대단한 효자사업이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351호(1997년 7월 발행)

경매가 진행중인 송도활어위판장
경매가 진행중인 송도활어위판장
죽도위판장에서 문어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죽도위판장에서 문어 경매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포항수협의 주요 위판어종인 문어
포항수협의 주요 위판어종인 문어
가자미를 한가득 담아 경매 준비를 하고 있는 어업인
가자미를 한가득 담아 경매 준비를 하고 있는 어업인

2019년
포항을 대표하는 영일만항. 역사자료에서도 영일만항이 등장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현재는 물류단지로 변모했기 때문에 우리들이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어선들이 즐비한 항구의 모습은 아니다. 어업인들 터전의 역할을 하고 있는 항은 포항시의 북구와 남구해안을 아우르고 있는 과거 ‘동빈내항’이라 불리던 곳이다.
동빈내항에서 수산물 경매가 이뤄지는 곳은 2곳이다. 포항 최대 수산시장인 죽도시장에서 선어경매와 문어경매가 진행이 되며 죽도시장 맞은편으로 동빈대교를 건너면 활어위판장이 자리하고 있다. 
활어위판장의 경매시작 시간은 새벽 5시 30분. 활어의 특성상 선도가 생명이기 때문에 경매시간이 빠른 편이다. 이미 한 시간 전부터 조업을 끝마치고 돌아온 어선들과 싱싱한 수산물을 가득 담은 수조차들이 위판장 주위로 빼곡히 들어차 있다. 보통은 경매가 끝나고 수조차가 들어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곳은 경매 시작 전에 수조차들이 대열을 맞춰 경매가 진행되는 위판장 안에 늘어서 있다. 
경매시간이 다가오자 위판장은 더욱 분주해 졌다. 선어경매의 경우 크기와 무게가 중요하지만 활어는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더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각자의 차례가 오기 직전까지 해수가 쏟아지는 호수로 산소 공급에 여념이 없다. 노란색과 푸른색 대야안에 들어 있는 어종 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는 종은 도다리와 가자미다. 그리고 입을 크게 벌리며 못생김을 과시하고 있는 아귀도 제법 많은 양이 어획되었다. 민물고기의 왕이라 불리는 가물치와 비슷한 생갬새의 어종도 보이는데 ‘장치’라고 불리는 것으로 최근 많이 잡힌다고 한다. 
그런데 유독 인기 있는 어종은 따로 있었다. 생긴 것은 도다리와 가자미, 그리고 광어를 섞어 놓은 듯했다. 낙찰 가격도 다른 어종과 비교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포항 어업인들은 이 어종을 ‘이시가리’라 부른다. 일본말인데 돌가자미 혹은 돌도다리라고도 부른다. 계절마다 시세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kg당 15만 원에서 18만 원 사이에 거래된다고 한다. 
마지막 수산물의 경매가 끝난 시간이 6시를 조금 넘겼다. 금방 끝나버린 줄 알았던 경매는 다시 새로운 물건들로 위판장이 가득 채워졌다. 2차 경매가 시작된 것이다. 어종이 다른 것은 아니다. 경매에 참가한 어업인들 인원이 많기 때문이다. 연안조업 어선들 경매가 끝나면 곧바로 정치망 어선의 경매가 기다리고 있다. 보통 10시 정도가 돼서야 끝난다.
죽도시장의 선어경매는 같은 활어위판장과 같은 시각에 시작돼서 조금 더 일찍 끝난다. 문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선어다. 수신호로 진행되는 경매현장은 단체로 군무를 펼치고 있다. 군대의 오와 열을 맞추듯 경매물건들이 순서에 맞게 차례대로 줄지어 서있다. 경매속도는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그 이상으로 빠르게 진행된다.
경매가 끝난 위판장은 일반 시민들로 북적댄다. 수산시장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경매가 이루어지는 위판장은 본래 어시장이 들어서면 안되는 곳이다. 하지만 지역과 상생의 차원에서 포항수협에서 상인들에게 자리를 마련해 준 것이다. 
지금은 포항을 찾은 이들뿐 아니라 포항시민들에게도 하나의 관광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죽도시장은 포항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 수산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점포수만 1200여개 정도이니 구경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48호(2019년 3~4월 발행)

2022년
1914년 영일어업조합 창립이 효시인 포항수협은 1300여 명의 조합원이 바다를 터전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많은 어획량을 보이는 어종은 문어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많이 나와 죽도위판에서 거래되는 위판량의 절반 정도를 문어가 차지하고 있다. 이밖에도 어업인의 주 수익원이 되는 어종은 가자미와 아귀다. 오징어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위판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가을이 지나야 본격적인 조업이 이뤄지고 있다
지금의 죽도위판장과 송도활어위판장은 2011년 현대화사업을 통해 개장됐으며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포항수협 위판금액은 615억 원 가량이며 올해 4월말까지 219억 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도 포항수협은 판매사업을 통해 지난해 845억 원, 가공사업으로 174억 원의 수익을 올리며 2019년부터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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