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어가 보리를 먹었나? 보리숭어?
‘아빠!~ 이 물고기 이름이 뭐야?’ 자녀들의 이러한 물음에 당황하는 부모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국민 1인당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산물을 소비하고 있지만 구별하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이는 수산물의 생김새가 비슷해 구별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명칭 자체가 생소하기 때문이다. 이에 어업in수산은 실생활에서 잘못 알려지거나 구분하기 힘든 수산물에 대한 소소한 상식을 소개한다.
숭어류는 가격이 저렴한 탓에 고급 횟감으로 쳐주지는 않지만 맛은 일품인 생선이다. 실제 횟감으로 먹었을 때 돔과 자주 비교가 될 만큼 탄탄한 식감을 자랑한다. 또한 비타민 A, 비타민 B군이 풍부해 피로회복에 좋아 영양적으로도 나무랄데 없다. 그럼에도 귀한 대접을 받지 못했던 이유는 숭어류가 제철인 겨울부터 봄에 다른 어종도 많이 나오기 때문에 숭어류를 일부러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장 단계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고 다양한 방언을 가지고 있다. 분류학상 숭어아목 숭어과에 속하고 전 세계적으로 75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숭어, 알숭어, 등줄숭어, 가숭어 등 4종이 있다. 이중 가장 흔히 볼 수 있고 즐겨 먹는 종은 숭어와 가숭어다.
하지만 지역별 명칭이 달라 뜻하지 않게 혼선이 생기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표준명 숭어는 보리숭어, 개숭어, 참숭어 등으로 불리고 표준명 가숭어는 참숭어, 밀치 등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특히 숭어가 많이 어획되는 지역에서는 숭어를 참숭어로 부르고 가숭어가 많이 나오는 지역은 가숭어를 참숭어로 부르고 있어 혼란이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숭어가 숭어보다 맛이 좋아 찾는 이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가숭어는 양식을 통해 대량생산을 하지만 숭어는 양식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명확하진 않다. 또한 가숭어가 많이 나는 곳이 서해인데 서해 특성상 펄 속에서 먹이를 찾기 때문에 펄냄새가 많이 난다고 알려져 있으며 동해에서 잡히는 숭어가 더 맛있고 가숭어는 양식으로만 먹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제법 많다.
전남 지방의 경우 보리가 자라는 시기인 3월부터 5월까지 어획되는 숭어를 보리숭어라 부르고 맛을 최고로 쳐주는데 실제 이 시기 맛있는 종은 숭어가 아닌 가숭어다. 숭어는 회유성 어종으로 산란기는 겨울이고 먼 바다에서 산란을 한 뒤 다시 내륙으로 돌아오는데 이 시기가 봄이다. 다시 말해 산란을 끝내고 난 뒤이기 때문에 살이 꽉찬 상태가 아니다.
반면 가숭어는 봄이 산란철로 알이 꽉차있고 기름지다. 숭어 알로 만든 어란에 사용되는 숭어가 바로 가숭어다. 다만 회유성인 숭어가 먼 거리를 헤엄치기 때문에 육질이 차진 것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보리숭어가 맛있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이야기일 것이다.
▲ 숭어
숭어의 산란기는 지역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보통 10월에서 2월까지다. 이 시기 숭어는 산란을 위해 먼 바다로 나갔다가 산란을 끝내고 다시 바다의 얕은 곳으로 돌아오는 시기가 4월경이다. 이때 잡히는 숭어를 ‘보리숭어’라 부른다. 4월은 보리싹이 나고 자라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몸이 둥글고 긴 측편형으로 머리는 아래위로 납작하다. 비늘이 단단한 편이며 눈꺼풀은 몸 길이가 5㎝ 정도 자라면 완성되고 계절에 따라 크기가 달라지는데 늦여름부터 차츰 커지기 시작해 겨울에는 하얗게 백탁된 눈까풀이 거의 눈 전체를 덮어 맹목과 같이 된다.
가슴지느러미는 비교적 작고 몸의 중앙에 위치한다. 몸은 비교적 큰 둥근비늘로 덮여 있으며 머리는 주둥이 끝에만 비늘이 없다. 아가미는 상엽과 하엽의 경계가 마치 활처럼 휘어져 있으며 짧고 가느다란 새파를 가진다.
▲ 가숭어
머리는 비교적 납작한 편이지만 몸은 측편돼 있다. 눈은 크며 앞쪽에 치우쳐 있고 미약하게 기름눈까풀이 나타난다. 2쌍의 비공이 있는데 모두 칼로 찍은 듯한 형태다. 몸에 비해 입은 매우 작고 위턱의 뒤끝은 눈의 앞가장자리에 겨우 달하거나 미치지 못한다. 양턱에는 식별 곤란한 조잡한 이빨이 1줄로 나있으며 등은 회색, 배는 우유 빛을 띠며 숭어에 비해 전체적으로 약간 누런 빛을 띤다.
연안성 어류로 치어의 경우 강 하구에서 생활하며 내만의 탁한 물에서부터 하천의 기수역에 걸쳐 서식한다. 바다의 모래나 진흙 속의 유기물을 섭취하며 밀물 때에 표층에서 미세조류 등을 먹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