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마을 어장의 위기와 가치의 재인식 (1)
특별기고>> 마을 어장의 위기와 가치의 재인식 (1)
  • 수협중앙회
  • 승인 2011.03.03 13:39
  • 호수 7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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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수산경제연구원 객원연구원

어촌계는 마을어장을 기반으로 공동생산과 분배의 공동체
자원 고갈, 환경오염, 개발, 시장개방 등에 위협받아

최근 들어 어촌계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협동조직체의 뿌리조직으로 역할도 강조되고 있다. 특히 어촌계 중심의 자율관리 공동체가 형성되면서 마을 어업을 보존하고 개발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마을 어장의 위기와 가치의 재인식’의 필요성을 두 차례에 걸쳐 요약 연재한다.

 

왜 마을어장인가
어촌에서 마을어장과 어촌계는 마을 정체성을 결정하는 두 축이다. 두 요인이 공동생산과 사회자본으로 상호결합 해 큰 영향을 미친다. 게다가 마을어장은  농촌에 비해 공동체성이 강하다. 이러한 특징을 일부 전근대사회의 유물로 접근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을어장 운영 원리는 생산양식보다는 ‘사회적 실재’로서 주목해야 한다. 마을어장을 기반으로 어촌계가 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어민간 어촌계간 국가와 연결된 네트워크와 어장의 균등한 이용과 소득분배라는 생산영역의 강한 신뢰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을 최근에 ‘사회자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어촌사회는 경제적 강제보다는 ‘공동체적 규제’가 우선했기 때문에 사회자본이 강하게 나타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마을어장을 기반으로 경계가 명확하고 폐쇄성이 강해 성원간의 의무이행, 기대, 상호감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제사적으로는 마을어장의 운영원리는 근대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대상이다. 결국 갯벌과 마을어장은 규모화되고 산업화돼야 할 전근대사회의 유제에 불과하다. 하지만 오히려 마을어장은 시장에 노출이 많아지고 국가개입이 강화되면서 공동체성이 더욱 강화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마을어장이 형성되면서 어촌공동체가 재구성되기도 한다. 바로 이점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마을어장과 어촌계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어촌공동체를 역사적 퇴행이나 박물관에 쌓인 유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최근 마을어장은 지구온난화, 어업자원고갈, 어장오염, 남획 등 여러 가지 위협요인으로 그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어장의 규모화와 기업화가 추진되면서 어촌계의 사회적 기능이 위협받고 있다.


마을어장과 어촌계
어장은 면허를 받아 어업을 하는 일정한 수면을 말한다. 마을어업은 일정한 지역에 거주하는 어업인의 공동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어촌계나 지구별수산업협동조합(이하 "지구별수협"이라 한다)에만 허용된 어업이다. 보통 만조시 해안선으로부터 500미터(서해안은 1000미터)의 수면이 해당된다.

이곳을 조간대라 칭하며 그곳에 서식하는 수산동식물들을 양식하거나 채취하는 어업이다. 갯벌어업은 대부분 마을어업이다.

육지에 마을간 경계가 있듯이 갯벌에도 마을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 법률상 영역이 아니라 이웃마을이 서로 승인하는 영역이다. 행정기관에서도 이를 인정하여 ‘지선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한다. 마을주민이 있듯이 바다에도 같은 영역을 공유하는 ‘지선민’이 있다.

그 영역을 ‘지선어장’이라 한다. 이 지선어장이 곧 ‘마을어장’이다. 마을어장에는 마을에서 면허를 얻어 하는 ‘마을어업’, 신고를 하고 하는 ‘맨손어업’이 있다. 수산업법이 개정되기 전의 관행어업이 이에 해당한다. 지선어장은 법이 정하는 경계가 아니라 마을과 마을 사이에 합의와 관행으로 승인된 영역이다.

어장은 그물어업을 하는 사람과 양식어업을 하는 사람, 채포어업을 하는 사람에 따라 공간인식이 다르다. 그물어업을 하는 사람에게 어장은 그물을 설치하는 바다를 말한다. 양식을 하는 사람에게 어장은 양식장을 말한다. 김양식장, 꼬막양식장, 굴양식장 등이다.


어촌계의 형성과 마을어장
어촌공동체는 마을어장을 기반으로 공동생산과 공동분배 그리고 생활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체이다. 마을어장은 대부분 갯벌이 발달한 곳에 분포해 있어, 어촌공동체는 갯벌어업이 발달한 곳에서 강하게 나타난다.

마을어장은 개인자본이 투자되지 않고 소득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분배량을 결정하는 구성원의 자격에 대한 논의가 엄격하며 외부인을 막는 진입장벽들이 매우 높다. 이를 두고 어촌의 ‘폐쇄성’이라 한다. 내부적으로도 마을어장을 이용하는 방식과 운영원리에 대한 규제가 강하다. 이를 어겼을 때 그 피해가 개인만 아니라 마을구성원에게 모두 미치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어촌공동체를 유지시켜왔다.

어촌공동체의 뿌리는 일제강점기 이전의 어촌마을 자치조직인 각종 어업계에서 찾을 수 있다. 2009년 어촌계는 모두 1993개이며 조합원은 16만7869명이다.

최근에는 정부주도의 수산자원관리에서 어업인이 스스로 어업질서를 만들고 자원을 관리하고 조성해 지속가능한 어업생산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자율관리어업’이 시도되고 있다. 자율관리어업은 어촌계간, 마을간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다.


마을어장의 위협요소들
지난 수십년 동안 마을어장은 바지락, 낙지, 김, 굴 등을 생산하며 어민들의 경제활동을 책임졌다. 산업화와 근대화 속에서 논과 공장부지와 산업단지 등을 제공하며 적응과 변화를 해온 것이 마을어장이며 갯벌이었다. 이렇게 어촌마을의 생활과 생산영역을 지켜온 마을어장이 최근에는 어업자원 고갈, 환경오염, 개발정책, 시장개방 등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

첫번째는 어업자원에 대한 고갈의 문제이다. 반세기 전만 해도 패류나 해조류 생산만 아니라 민어, 조기, 농어 등 고급어종에 속하는 고기들도 배로 한 시간 이내의 마을어장이나 연안에서 잡을 수 있었다. 어류만 아니라 패류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김양식을 했던 마을어장들은 더 이상 김양식을 지속할 수 없다. 어장이 노후화되고 규모화 되어 경쟁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마을어장의 어자원은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있다.

둘째, 지구온난화로 인한 마을어장의 변화이다. 수온이 1도 올라갈 때 대기 온도는 10도 올라간다. 지난 40년 동안 동해안은 0.8도 내외 남해안은 1도 정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해수온도의 변화는 어장에도 큰 변화를 주고 있다.

해파리와 급격하게 늘어나는 불가사리의 피해도 크다. 어류양식장에서 쏟아지는 먹이와 패류양식에 의해 뿌려대는 치패들은 불가사리의 좋은 먹이이다. 문제는 이를 퇴치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셋째, 개발로 인한 갯벌의 파괴이다. 우리나라의 갯벌면적은 산업단지, 농경지, 택지 등 개발을 위한 매립으로 1910년대 해안선의 길이에 비해 전체적으로 약 1900km(26%)의 해안선이 줄어들었다.

갯벌면적의 감소가 마을어장의 파괴로 직결 된다면 해안선 길이의 감소는 갯벌형성 요인 자체를 제거한 것이다. 마을어장에 기대어 사는 어민들은 무방비한 상태로 삶의 터전을 잃게 된다. 정부나 지자체의 어촌개발이나 도서개발정책도 마을어장의 축소를 부채질해 왔다. 각종 개발사업들은 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넷째, 무분별한 어촌체험이나 어촌관광도 마을어장의 기능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어촌관광(Blue Tourism)은 어자원 고갈로 인한 어촌의 수입원을 다각화하여 어촌의 경제난을 해소하고, 이를 통해 어촌의 사회문화적 자부심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추진되었다.

이들 체험은 대부분 생태교육을 통한 갯벌의 가치 혹은 어촌의 이해보다는 바지락 캐기나 고기잡기 등 흥미중심의 프로그램이다. 이 경우도 갯벌생물들을 잡는 방식과 생물의 크기 등을 고려하지 않는 등 무분별하게 운영되고 있어 마을어장의 갯벌생태계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어촌의 입장에서 단순하게 입장료 정도만 받고 있기 때문에 어촌수입원 다각화와는 거리가 멀다.

흥미 위주로 갯벌 어패류나 해양 수산자원을 무분별하게 채취하거나 포획할 경우 자원 고갈로 어촌체험은 물론이고 마을어장을 지속하는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전문가들의 컨설팅을 통해 마을어장을 어촌관광의 대상으로 이용할 경우 어장의 생태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과학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갯벌이나 마을어장에 대한 어민들이나 시민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어장에 대해 개인의 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공유수면이기 때문에 공유자원의 성격이 강하다. 이기적인 인간(어민)과 공유자원(어장)의 결합은 어자원 고갈과 싹쓸이 어업이라는 ‘공공재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으로 이어졌다. 단순히 마을어장을 시장질서에 맡길 수 없는 이유이다.

최근 마을어장의 배타적 이용이나 민간자본이 투자된 규모화가 시도되고 있다. 그 동안 마을어장의 공공재 비극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어촌공동체가 만들어낸 ‘공동체 규제’ 때문이다. 이러한 규제는 경제적 규제와 달리 마을관행에 의존한다. 법과 제도로 혹은 경제적 가치로 어촌이나 어장의 원리를 유지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요인은 양식품목의 선택과 규모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갯벌생태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요인이다. 건강한 갯벌을 유지하기 위해서 갯벌이나 해양생태계를 고려한 증양식이 이루어져야 한다.

마을어장의 운영원리가 ‘시장 규제’로 대체되면서 마을어장의 갯벌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다. 어민들은 오직 생계수단으로 도시민들은 체험대상으로 만 갯벌을 접근하기 때문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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