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기억에 남는 수산물’
‘올 한해 기억에 남는 수산물’
  • 배석환
  • 승인 2021.12.22 18:40
  • 호수 6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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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이야기방

‘독자 이야기방’은 어업in수산을 아껴주시는 독자들을 위한 것으로 매월 넷째주에 제시된 주제를 놓고 독자 여러분들의 보내주신 원고를 게재해 드렸습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성원에 감사드리며 어업in수산 617호를 마지막으로 ‘독자 이야기방’을 마감합니다. 앞으로도 어업in수산은 독자 여러분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알고 있던 조개 맛을 잊게 만드는 새조개"

서울 구로구 김*윤 독자

계절마다 다양한 수산물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면서도 너무 즐거운 일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선을 그다지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가시다. 어릴 적 생선을 먹다 목에 가시가 걸린 이후로 생선살을 먹을 때 가시가 있는지 없는지 신경 쓰다 보니 생선을 입으로 먹는 건지 코로 먹는 건지 모를 정도로 맛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생선보다는 조개류를 좋아한다. 씹는 맛도 더 좋고 우선 비린내가 덜 하다. 국으로 먹어도 맛있고 조개구이는 언제나 입안을 즐겁게 해준다. 가장 흔하게 접하는 바지락부터 손바닥만 한 키조개까지 그 종류도 다양하다. 그중 최고를 꼽자면 당연 새조개다. 

새조개는 남해안과 서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나온다. 껍데기는 피조개와 닮았지만 안에 든 속살은 새의 부리와 닮아있다. 특히 유명한 곳이 여수인데 새조개 샤부샤부를 먹는 순간 그동안 알고 있던 조개와는 차원이 다른 감칠맛에 연신 감탄을 자아냈던 기억이 생생하다.

각종 야채와 해산물이 들어간 시원한 국물이 끓어 오르면 새조개를 잠깐 담궜다 건져서 기호에 맞게 초장이나 막장에 찍어 먹으면 쫄깃한 식감과 더불어 단맛이 우러나온다. 다른 조개와는 다른 깊은 맛이 젓가락질을 멈추지 못하게 만든다. 육류와 먹어도 금상첨화다. 돼지고기나 소고기를 구워서 새조개와 갓김치를 올려 같이 싸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연골마저 입안에서 녹는 간재미"

경기도 화성시 임*근 독자

찜기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약간의 쿰쿰한 냄새가 나면 젓가락이 분주해진다.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 들어 올리면 잘 익은 묵은지 찢어지듯 젓가락을 따라 긴 살점이 올라온다. 하얀 살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투명한 가시가 살점에 박혀 있다. 그런데 아무도 가시를 바르지 않고 입안으로 넣기 바쁘다. 간재미찜을 먹는 모습이다.

올여름 코로나19로 인해 휴가다운 휴가를 가지 못하는 대신 충청남도 태안에 들러 먹었던 여러 먹거리 중 아직까지 잊지 못하는 것을 꼽자면 간재미찜이다. 생긴 것은 가오리인데 우리가 수산시장에서 보던 큰 가오리가 아니라 새끼 가오리 정도 크기다. 실제 간재미를 새끼 가오리라고도 부르는데 태안에서는 간재미와 가오리를 다른 생선으로 분류한다.
 
간재미는 초무침으로 해서 먹기도 하고 구워먹기도 한다. 꾸덕꾸덕 말린 살은 어떤 식으로 요리를 해도 바다 맛이 난다. 특히 찜을 했을 때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함이 남다른 것 같다. 막걸리와도 궁합이 잘 맞아 간재미찜을 주문한 테이블에서는 모두 막걸리를 같이 주문했던 것 같다. 

간재미찜에서 가장 잊을 수 없었던 식감은 연골이다. 구워 먹었을 때는 단단한 가시였는데 찜에서는 단단한 젤리 씹는 식감으로 여간 신기한게 아니었다. 목에 걸릴까 걱정도 했지만 입안에서 몇 번 씹으니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빨리 간재미가 말라가는 계절이 다시 오면 좋겠다.

"못생겨도 맛은 일품 삼식이"

경남 하동군 이*현 독자

아귀와 삼세기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만큼 생긴 것이 기괴하다. 이 두 어종이 만약 상어나 고래만큼 몸집이 컸다면 바다 괴물로 불렸을 것임은 자명하다. 아귀는 아귀찜과 아귀탕을 식당에서 자주 접할 수 있기에 그리 낯선 생선은 아니지만 삼세기는 낚시를 취미로 하거나 수산물을 어지간히 좋아하지 않으면 생소한 물고기다.

삼세기는 삼식이로 많이들 부른다. 전라도에서 주로 삼세기를 삼식이로 불렀는데 그 생김새 때문에 놀림의 대상을 삼식이라 빗대곤 한다. 지금은 이 삼식이라는 용어가 삼세기를 잊어먹게 할 정도로 더 많이 쓰인다.

수산물의 특징은 먹을 것 없는 대가리가 더 맛있고 볼품없는 생김새의 어종들이 더 맛있다는 것이다. 겨울철이면 그 맛이 올라오는 삼세기는 주로 매운탕으로 먹거나 싱싱한 삼세기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수산시장에서는 회로도 먹는다. 

어렸을 적에는 이런 삼세기가 잡어에 속해 싼 생선이였다. 그래서 풍족하지 못한 살림이지만 자식에게 뭐라도 먹이고 싶었던 어머님이 자주 해주던 생선찌개의 주인공이 삼세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귀한 대접을 받는다.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강원도 강릉에서 먹었던 얼큰한 삼세기 매운탕은 지금까지 우리가 주로 먹었던 매운탕의 순위를 가볍게 눌러 줄 만큼 맛있었다. 그 시절 어머님의 손맛은 아니지만 추억을 반찬삼아 먹었던 삼세기 매운탕이 올해 유난히 기억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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