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바다의 시작점에 서다
땅끝,바다의 시작점에 서다
  • 김상수
  • 승인 2011.02.17 10:36
  • 호수 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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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군 갈두리

▲ 땅끝마을 갈두리 전경

▲ (좌)땅끝전망대. 모노레일을 타고 오를 수 있다 (우)겨울배추 수확

‘땅끝’ 앞 바다에서 대기 중인 봄

땅의 끝은 곧 바다의 시작이다. 1,000리를 내리지르며 덕유산과 지리산·무등산에 월출산 등을 세워놓은 이 나라 등줄기가 남도 끝 해남에 이르렀다. 힘에 겨운 중, 다시 만덕산과 두륜산을 내려놓고서도 아쉬운 듯 해남반도의 남쪽 끝에 마지막 땅기운을 일으키니 달마산 사자봉이요, 이 옹골찬 사자봉이 곧 이 나라의 땅 끝이자 바다가 시작되는 곳이다.

‘태초에 땅이 생성되었고, 인류가 발생하였으며, 한겨레가 국토를 그어 국가를 세웠으니 맨 위가 백두산이며 맨 아래가 이 사자봉이니라’ 사자봉 언저리에 세워진 '토말비' 내용이다.

이 나라 서남쪽 모서리이자 남도에서 가장 큰 군으로 기록되어 있는 게 해남군이고, 이런 해남군의 토말 곧 갈두리 땅끝마을은 이 나라 육지의 끝이라 하겠다. 물론 우리 국토의 끝은 이어도가 옳지만, 육지부의 끝은 이곳이기 때문에 그리 불러왔을 것이다.

‘땅끝마을’의 본래 지명은 갈두리 혹은 칡두리라 했는데, 그 이름에도 몇몇 이야기가 전해온다. 칡머리라는 이름은 칡이 많이 나온다하여 붙여졌다는 이와, 사자봉 산세가 칡뿌리 모양이어서 그리 불렀다는 사람들의 주장이 맞서고는 한다.

여행객들은 이런 땅끝 꼭대기 전망대에 오르기 위해 숨을 몰아쉬며 등산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모노레일 등장 덕이다. ‘왕복 5,000원’이면 몇 분만에 ‘땅끝전망대’에 오를 수 있으니 운동 삼아 걸어 오르는 게 아니라면 한결 편한 여행길이 된 것이다.

그 모노레일을 타고 오른 ‘땅끝전망대’ 위에서는 뭍의 끝과 바다의 시작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올망졸망 섬들도 보이고 바다 위, 해남군 어업인들의 희망이라 할 전복과 해조류양식장 모습도 그저 풍경인 듯 여겨진다. 

‘한반도의 최남단. 북위 34도 17분 21초. 해남군 송지면 갈두산 사자봉 땅끝. <신증동국여지승람> 만국경위도에서는 우리나라 전도(全圖) 남쪽 기점을 이곳 땅 끝 해남현에서 잡고 북으로는 함경북도 온성부에 이른다 했다.

육당 최남선도 <조선상식문답>에 땅 끝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해남 땅 끝에서 서울까지 천리, 서울에서 함경북도 온성까지를 2천리로 잡아 우리나라를 삼천리 금수강산이라 한다. 동아시아 3국의 해양문화의 요충지다’라는 의견 역시 토말비에 옮겨 새긴 글귀다.

▲ 땅끝비
기왕 한 지점의 꼭대기에 오른 김에 두륜산 정상에 올라 봄 마중에 나서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겠다. 대둔산이란 다른 이름으로도 불리는 두륜산 정상도 케이블카로 오를 수 있다. 등산은 ‘산꾼’들에게 맡긴 여행객들은 몸 편하게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 땅끝전망대와는 또 다른 느낌의 봄이 다도해를 건너 성큼 다가와 있다. 그 길다는 두륜산의 봄이다.

시야가 넓어진다. 붉은 황토에 녹색무늬를 새긴 겨울배추밭이 반갑게 다가온다. 겨우내 해풍을 견디고 얼었다 녹았다 하며 자라난 배추는 첫맛부터 끝맛까지 달다. 내려오는 길, 대흥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임진왜란 이후 서산대사 의발(衣鉢)이 전해지면서 조선불교의 중심 도량이 되었다는 절이다. 한국불교 조계종 제22교의 본사. 임진왜란 후 서산대사가 거느린 승군의 총본영으로 호국불교이자 조선불교 중심 도량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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