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으로 이룬 부자마을 삼척수협 ‘장호어촌계’
협업으로 이룬 부자마을 삼척수협 ‘장호어촌계’
  • 배석환
  • 승인 2021.09.29 19:12
  • 호수 6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시보는 우리바다 – 장호어촌계

우리바다는 지난 1963년 12월 대어민 지도를 목적으로 창간 한 ‘어민’지(誌)가 그 시작이다. 이후 1975년 1월 ‘새어민’으로 1996년 5월 ‘우리바다’로 제호를 변경했다. 지난해 웹진으로 전환해 제564호를 마지막으로 발행이 중단됐다. 어업in수산은 1996년 발행된 제334호부터 순차적으로 기사를 발췌해 최근 우리바다 기사와 비교함으로써 어촌·어업인의 변화된 생활상을 매월 2회에 걸쳐 재조명한다.

■ 1980년 장호어촌계

1980년 장호항위판장
1980년 장호항위판장

삼척에서 남쪽으로 26㎞에 위치한 장호어촌계는 어촌이란 느낌이 선뜻 들지 않을 만큼 모든 것이 잘 정비돼 있다. 깨끗이 단장된 개량주택에 마을 어느 곳을 다녀보아도 포장이 안된 데가 없으며 꼭지만 틀면 ‘쏴아’ 소리를 내며 수돗물이 쏟아져 나온다.

수산청지정 제1종 어항이기도 한 장호어촌계는 일찍이 자망어업이 발달된 탓으로 이젠 평균 2가구에 1척꼴로 배를 갖고 있어 어슴프레한 새벽이면 여기저기 ‘통통통’ 발동 소리가 상쾌하다. 

장호어촌계는 소득증대를 위한 이른바 기반조성사업과 환경개선사업을 지난 연말에 대충 마무리지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렇게 조성된 자원을 유효적절하게 이용해 얼마나 소득을 높이느냐 하는 문제다. 

이같은 장호어촌계의 성과사업은 대체로 7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전복치패뿌리기 사업을 들수 있다. 

1779년에는 360만 원으로 6만 마리의 전복치패를 뿌려 지금은 어촌계주변의 어느 곳을 둘러 보아도 아이들 주먹만 한 전복이 눈에 띈다. 이는 전복 한 마리에 물경 2만 원의 벌과금을 걸고 함부로 전복을 채취하지 못하도록 한 결과다. 올 11월쯤 전복을 따기 시작하면 이것만으로도 최소한 2000여만 원의 소득은 무난하단다. 

다음은 위판장 옥개시설을 들수 있다. 원래 장호항은 수산청지정 제1종 어항이기도 해서 한창 성어기가 되면 이웃 묵호, 주문진 일대의 어선까지 몰려들어 선착장 안이 크게 붐빈다. 그러나 그럴듯한 위판장이 없어 많은 어획물이 손상되자 어촌계는 530여만 원을 들여 44평의 옥개위판장시설을 갖춰 선도유지에 큰 몫을 하게 했다.

또한 20여평의 초현대식 활어축양장도 빼놓을 수 없겠다. 공사비 730여만 원으로 만들어진 시설은 애써 잡아 온 고기가 여러 단계의 유통과정을 거치는 동안 생길지도 모르는 부당한 손해를 막고 고기값이 떨어지는 것까지 막을 수 있으며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어촌계는 이에 발맞춰 민박시설을 새롭게 다듬고 있다. 낚시와 해수욕을 즐기는 관광객들에게 큰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어 어촌계는 이에 발맞춰 민박시설을 서두르고 있다.

장호어촌계는 대부분의 어촌이 모두 그런 것처럼 식수가 부족해 그동안 큰 곤란을 겪었다. 이에 어촌계는 약 3㎞ 떨어진 산속에서 수원지를 찾아 1년 동안 공사를 추진했다. 

740여만 원이 투입된 이 공사가 완공됐을 때 그동안 너무나 오랫동안 식수난으로 고생해온 어민들은 그 기쁨을 억누를 길이 없어 서로 손을 마주 잡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마을안길 가꾸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쳐 포장이 안된 길이 없다. 그동안 위판장으로 가는 길이 너무 좁아서 성어기에 대형트럭의 통행이 불가능했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한 걸음 더 나아가 20여동의 주택개량까지 말끔히 해 놓았다.

장호어촌계는 아직도 꿈이 많다. 김양식을 시도해 겨울에도 일손을 쉬지 말아야겠고 관광어촌의 개발도 서둘러야겠다는 것이다. 또 쥐치 가공공장사업도 현재 활발히 추진되는 등 전체 어촌계원들이 한덩어리가 돼서 보다 모범적이고 잘사는 새어촌을 만들기 위해 그동안 모두들 여념이 없었고 앞으로도 또 그렇게 바쁠 것이 틀림없다.

※기사발췌 : 새어민 제7호(1980년 7월 발행)

■ 2018년 장호어촌계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그리 크지 않은 장호항. 한적한 바닷가 마을의 풍경과는 다르게 관광버스가 마을 입구부터 길게 늘어서 있다. 매년 이곳을 찾았지만 아는 사람만 찾는 그러한 곳이라 북적거림과는 거리가 멀었던 곳이었는데 올해는 평일인데도 주차장이 가득 채워져 있다. 지난해 여름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해상케이블카 때문이다. ‘삼척해상케이블카’는 지난해 9월 운행을 시작했다. 1년이 채 안된 기간이지만 하루 평균 탑승객만 14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용화해수욕장이 있는 삼척시 근덕면 용화리부터 장호항이 있는 장호리까지 운행을 한다. 길이는 874m, 바다 위를 21m 높이로 가로지르고 있다. 

장호항은 스킨스쿠버, 스노클링을 비롯해 투명카누를 즐길 수 있고 장호해수욕장은 백사장 길이는 길지 않으나 뒤로는 캠핑장이 들어서 있고 모래사장 경사가 완만해 아이들 물놀이에 최적화 돼있어 가족단위 피서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관광형 어촌마을로 탈바꿈 했지만 장호어촌계는 여전히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다. 새벽 4시 장호항위판장이 부산하다. 조업을 끝내고 들어오는 배들이 밤샘 조업의 결과물을 위판장 바닥에 늘어놓는다. 드넓은 바다에 살다 빨갛고 조그만 대야 안으로 들어온 가자미가 몸부림친다. 싱싱함을 유지하기위해 지속적으로 물을 공급해준다. 

여명이 장호항 등대를 깨우고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한다. 새벽 5시, 김용태 경매사의 호루라기 소리로 경매시작을 알린다. 그리 많은 양은 아니다. 가자미가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한다. 

경매는 손바닥 보다 작은 표찰에 가격을 적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경매에 나온 물건의 양이 적다보니 금방 끝이 났다. 그런데 중도매인들이 자리를 뜨지 않고 김용태 경매사를 바라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문어 경매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문어를 담은 수레가 경매순서대로 위판장에 줄지어 늘어서 있다. 김용태 경매사가 호루라기를 불자 수레에 담아 놓은 문어를 노란색 플라스틱 바구니에 옮겨 담는다. 그리고 위판장에 마련된 저울에 매달아 놓는다. 무게를 확인한 문어를 중도매인들 앞에 쏟아낸다. 상태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김용태 경매사가 A급 몇 마리, B급 몇 마리를 외치면 중도매인들은 문어의 다리를 확인한다. 다리가 잘린 것이 있으면 B급이다. 

본래 문어만을 가지고 한 시간 동안 경매를 진행해야 할 정도로 많이 나왔는데 최근 몇 년 10분 정도면 끝날 정도로 그 양이 확연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 없어 문어 잡이가 허락된 연승어선들이 미끼를 바꾸는 등 여러 방법을 도입하고 있지만 하루에 한 마리 낚아 올리면 다행이라고 한다.

문어 경매가 끝나니 정치망 어선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오징어를 기대했지만 한치와 방어가 전부다. 다들 허탈해 한다. 경매에 참여한 8명의 중도매인들은 ‘이래서야 밥벌어먹고 살겠냐’며 헛웃음을 친다.

※기사발췌 : 우리바다 제550호(2018년 7~8월호)

■ 2021년 장호어촌계

1980년대 어촌계원들이 뜻을 모아 추진했던 전복양식, 김양식 등 다양한 수익사업은 현재 찾아 볼 수 없다. 전복종패를 뿌리긴 하지만 채취는 해녀들에게 의존하고 있다. 김양식 역시 해녀들이 채취하는 돌김이 전부다. 

장호항을 기반으로 어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장호어촌계원들의 인원은 총 52명으로 어선수는 42척이다. 이중 80%에 이르는 어선이 연안 자망어선이며 대게와 오징어를 주로 어획하고 있다. 가자미, 문어 등도 나오긴 하지만 최근들어 어획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파고가 높은 날이 많은 동해의 특성상 조업일 수가 일정치 않아 꾸준한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하지만 해상케이블카와, 다양한 어촌체험 활성화로 부족한 수익을 대체하고 있으며 한국의 나폴리라 불리는 장호항은 날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