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이야기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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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협중앙회
  • 승인 2021.04.28 20:13
  • 호수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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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못할 어촌, 체험마을’

'게임보다 더 재미있는 동죽캐기'

서울 마포구 독자

서울에서 한시간 가량 차를 타고 가면 대도시의 풍경과는 다른 광활한 갯벌이 펼쳐진 모습을 볼 수 있는 무의도. 최근에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다리가 생기면서 주말이면 갯벌체험을 하려는 사람들로 도로가 가득 메워진다.

무의도 갯벌의 특징은 모래와 섞여 있어 발이 빠지지 않기 때문에 어린 아이들도 갯벌체험을 즐기는데 큰 무리가 없다. 그리고 호미를 한 번 긁으면 갈색의 동죽이 꼭 한 두 개씩 딸려 나온다. 물때만 잘 만나면 오후 4시 정도에 갯벌체험을 시작해 두어시간 가량 바다에서 온 종일 스트레스 해소를 할 수 있다. 

아마도 우리 아이들도 이 점 때문에 무의도를 잊지 못할지 모른다. 보통 다른 체험장에 가면 아무리 땅을 긁어도 잡는 사람만 잡고 못잡는 사람은 땀만 흘리다 온다. 그런데 무의도는 하얀색의 동죽을 빨간 망태 한가득 담아 올 수 있다. 

해감 시킨 동죽 한 움큼 집어서 붉게 끓어 올라온 국물에 집어넣고 뜨거운 면발을 불어가며 맛보는 라면. 스마트폰 게임에 빠져 좀처럼 땀흘리는 일 없는 아이들이 모처럼만에 웃고 땀흘리는 모습이 너무도 좋았다. 게임하느라 손에서 떠날 줄 몰랐던 스마트폰을 던져버리고 호미를 들겠다는 그 모습이 아직도 잊을 수 없기에 올해도 우리 가족은 갯벌을 향해 출발한다.


'진도 신비의 바닷길에서 만난 낙지'

전남 광양시 독자

해마다 4월이 되면 우리 식구는 진도로 향한다. 맛있는 음식이 많은 진도지만 목표는 단 한가지 낙지다. 보통은 낙지는 갯벌 속에 있기에 노하우가 있어야 잡을 수 있다. 하지만 진도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4월이면 일반인들도 낙지를 잡을 수 있다.

진도가 아니더라도 신비의 바닷길은 여러 곳에서 체험이 가능하다. 하지만 진도가 특별한 것은 그 길이와 폭이 다른 곳에 비해 월등히 넓어 바지락, 미역, 낙지 등과 같은 수산물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전에는 엄청난 인파가 바닷길 체험에 동참했지만 지금은 많이 줄어든 모습이다. 

5년 전쯤 이곳을 찾아 대이동을 시작하는 개미떼와 같았던 그 무리속에서 별다른 흥미 없이 소라게, 바지락 몇 개 캐고 끝가지 가보지도 않고 돌아서려는 찰나 눈앞에 뭔가 움직이는 것을 빤히 쳐다만 봤다. 낙지였다. 몸이 얼었다. 그 와중에 아이들은 소리를 질러대고 주위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누군가 낙지를 향해 몸을 날렸다. 동시에 본능적으로 뺏길 수 없다는 일념으로 아줌마의 파워가 분출했다. 생전 맨손으로 잡아본 일이 없었던, 더 정확히 말해 무서워서 손대지 못했던 낙지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우리가족 식탁에는 맛있는 낙지전이 올라왔다. 그 이후로 낙지는 움직이는 해산물 중 유일하게 만질 수 있는 수산물이 됐다.


'기장 대변항, 청사포 그리고 장어'

경남 김해시 독자

코로나19 이전엔 지금 이 맘 때면 수산물 축제가 한창일 때다. 기억을 더듬으면 2018년쯤인 듯하다. 부산 기장 대변항에서 멸치축제에 많은 인파들이 모여 훈풍을 맞으며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의 멸치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나 또한 인파 속에서 축제를 곁눈질하고 있었다. 

수산물 축제의 압권은 제철 수산물을 현장에서 맛보는 것이다. 이 맘때 멸치는 기름기가 오를대로 올라 최고의 맛을 낸다는 말에 한걸음에 달려 멸치 식당을 찾았다. 멸치구이, 멸치조림, 멸치무침 있는 대로 멸치요리를 먹었다. 지금까지 잊지 못할 멸치 맛 호사를 누렸다. 

이 정도로 양이 차지않은 듯 저녁 무렵 지인들과 함께 부산 해운대와 붙은 청사포에서 잊지못할 어촌, 해변의 추억을 만들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아기자기한 항포구가 나를 반겼다. 사진작가들이 즐겨 찾는다는 쌍둥이 등대는 부부의 금술을 좋아지게 한다나? 각자 판단에 맡기면서 즐비하게 늘어진 장어식당들이 우리들을 맞았다.

기장하면 짚불장어 등 장어식당이 원조격으로 늘어져 있지만 우리의 대미는 청사포 장어식당이 장식했다. 연탄불에 이글거리는 장어는 아직도 눈앞에 선하다. 어둑어둑한 바다를 벗삼아 장어 한 점, 술 한 잔이 내가 아닌 청사포를 취하게 만들었다.  

다시 기회가 되면 반드시 가리라 마음먹지만 지금 청사포엔 해상풍력발전단지 건립 문제로 시끌시끌하단다. 소중한 바다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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