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속도로 마음에 여유를 선물하다 ‘청산도’
느린 속도로 마음에 여유를 선물하다 ‘청산도’
  • 배석환
  • 승인 2020.09.16 20:15
  • 호수 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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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라 말하기엔 부족하고 가을이라 부르기엔 이른 시기. 계절이 다음 계절을 맞느라 분주해지는 9월이다. 무르익어가는 여름과 가을 사이의 언저리, 느림의 섬 청산도로 떠나 느긋하게 사색에 빠져보자.

청산도는 느리다. 흔히 느리다고 말하면 게으름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가 없듯이 적당한 느림은 오히려 삶에 여유를 되찾아주기도 한다. 청산도는 아름다운 절경이 자랑이기도 하지만, 삭막한 도시 생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여유와 느림의 미학을 만끽하기에 좋은 섬이다. 옛날 돌담을 그대로 보존한 마을이며 초가집과 흙 돌집, 구들장 논 등 옛 방식대로 삶을 일궈온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청산도의 절경을 한눈에 담는 가장 좋은 곳은 바로 서편제 길이다. 서편제 길은 영화 ‘서편제’가 촬영된 촬영지로 대대적인 인기를 누린 후 청산도의 대표적인 명소가 됐다. 돌담길을 따라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한적하게 걸어본다. 고개를 조금 돌리니 청산도의 항구와 함께 옹기종기 모여 삶을 이루고 있는 마을 몇 곳이 눈에 띈다. 우리가 흔히 일상이라 부르는 정겨운 풍경이다.

돌담을 따라 내려오는데 군데군데 슬며시 핀 코스모스가 눈에 들어온다. 계절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봄이면 유채꽃이 만발하는 청산도는 9월 즈음 메밀꽃과 코스모스가 군락을 이룬다.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느긋하게 누벼본다. 상서마을 회관을 시작으로 돌담길이 사방으로 펼쳐진다. 돌담길은 마을과 마을 사이를 잇고 풍경과 풍경을 엮으며 마음에 소소한 위안을 건넨다. 고층 건물이 빽빽하게 채워진 삭막한 도심과는 달리 담이 높지 않아 주변 경관이 한눈에 잘 보인다. 골목을 따라 걸음을 이어가다 보면 담 너머로 사람들 사는 이야기와 밥 짓는 냄새가 아득하게 풍겨온다. 사는 모습이 다 엇비슷하다지만 우리는 종종 사는 법을 잊고 살 때가 있다.

◆서편제 길을 오르기 전 시원한 팥빙수 하나, 달팽이 카페

서편제 촬영지 입구에 시원한 팥빙수와 함께 향긋한 빵을 즐길 수 있는 카페가 있으니 이름도 청산도와 잘 어울리는 달팽이 카페다. 달팽이 카페는 두 부부가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는 소소한 가게다. 빵도 동네에서 있을 법한 흔하디흔한 메뉴뿐이지만 그렇기에 청산도와 더욱 잘 어울리는 듯하다. 

◆호랑이를 닮은 신비의 바위 범바위

범바위는 먼 옛날 청산도에 살던 호랑이가 바위를 향해 포효한 소리에 자신이 소스라쳐 섬 밖으로 도망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는 바위다. 또한 강한 자성 때문에 나침반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아 신비의 바위라고도 불린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면 범바위 전망대에서 여서도와 거문도, 심지어 제주도까지 눈길이 닿는다.

◆청산도 맑은 물빛 자랑하는 지리청송해변

지리청송해변은 청산도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해변으로 일몰 맛집으로 소문이나 있는 해수욕장이다. 백사장 뒤편으로는 200년이 넘는 수령을 자랑하는 노송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넉넉한 주차공간까지 구비되어 있어 휴가철 많은 이들이 찾는 캠핑 명소이기도 하다. 느림의 섬답게 유속도 세지 않아 가족 단위로 물놀이를 하러 오는 이들도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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