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이 품은 향긋한 맛 ‘무지개송어’
맑은 물이 품은 향긋한 맛 ‘무지개송어’
  • 배석환
  • 승인 2020.07.15 19:52
  • 호수 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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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 웹진(wooribadawebzine.co.kr)

송어는 예로부터 강원도의 특산물로 알려져 온 물고기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송어가 강원도와 경상도 일부 지방에 서식하는 토산물로 기록이 남아있다. ‘난호어목지’에서는 생김새가 연어와 비슷하나 더욱 살이 실하고 맛있다고 하였고 붉고 선명한 살결이 마치 소나무와 닮아 송어(松魚)라 불린다고 수록돼 있다. 

우리가 즐기는 송어는 대개 무지개송어다. 요즘 들어 토착 송어는 통 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본래에도 어획량이 많지 않은 어종이었으나 하천 오염으로 개체수가 더욱 급감하면서 190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그 자취를 감췄다. 

현재 우리가 접하고 있는 ‘무지개송어’는 미국에서 들여온 외래종이다. 횟감으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에 따라 양식을 목적으로 어류학자인 정석조씨가 캘리포니아의 국립양식장으로부터 들여온 것이다. 때문에 종종 무지개송어를 도입자의 이름을 따와 ‘석조송어’라 부르기도 한다.

그렇다면 강원도에서 무지개송어 양식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최송길 남우수산 대표는 “송어의 맛은 물이 좌우한다. 무지개 송어의 담백하고 깊은 풍미는 강원도 물이 빚어낸 맛”이라며 “계곡물을 받아 송어를 충분히 해감 시켜야만 송어 본래의 맛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고 깨끗한 물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무지개송어의 대부분은 강원도 영월 및 평창 등지에서 양식된다. 그렇게 근 1년간 자란 무지개송어는 강원도 계곡물을 받아 각종 영양제와 사료를 먹으며 4~5일 간 별도의 해감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송어의 맛이 결정된다. 물이 너무 차갑지는 않은지 물 온도 역시 신경 써서 관리해줘야 한다고 한다. 

◆붉은 빛깔 찰진 식감 여름 별미
계곡물에 손을 담그니 금세 뼛속까지 시리다. 이 물에서 무지개송어는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식히며 제 몸을 보듬는다.

본격적으로 송어를 맛보러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으니 옆 창가로 송어가 물속을 누비는 모습이 비친다. 조금 전 물가에 손을 대 본 기억 때문인지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하다. 

메뉴는 딱 두 가지다. 송어 회와 송어 튀김. 송어는 해감을 시킨 후 회를 떠 숙성기간을 거친 다음 상으로 낸다고 한다. 그래야 식감이 찰지고 맛이 좋단다. 

한적한 평일 이른 시간임에도 이곳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44년간 이곳 계방산 산자락에서 오랫동안 고집스럽게 지켜온 송어 맛을 보러온 단골들이다. 송어를 입으로 가져가며 정겨운 농담과 사소한 이야기가 오간다. 

홍시처럼 붉은 송어 빛깔이 눈에 들어온다. 송어(松魚). 이름 그대로 붉은 살 표면 줄무늬가 송판의 나뭇결을 닮은 듯하다. 겨울이 제철이라지만 한 여름 맛보는 송어도 그에 못지않다. 찰기 있는 식감을 물론 은은하게 단 향이 감도는 게 별미다. 

송어 회를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갖은 양념과 무쳐 먹으면 좋다. 커다란 대접에 푸짐한 채소와 콩가루, 들깨가루를 넣은 후 고추냉이와 초장을 섞어 송어 회와 곁들이면 고소하고 새콤하니 여름철 입맛을 돋우기에 안성맞춤이다. 

송어 튀김은 포슬포슬한 살이 입에서 부드럽게 풀어져 회와는 또 다른 식감을 자랑한다. 튀김 특유의 담백함이 더욱 진하게 느껴진다.

내어진 음식을 다 먹고 나면 마지막으로 송어 매운탕이 나온다. 칼칼한 국물 사이로 희미하게 민물향이 올라온다. 비리지 않고 깔끔하다. 생선으로 우려낸 국물 특유의 깊은 감칠맛이 식욕을 거든다. 그렇게 차려진 음식을 다 비워내는 동안 강원도의 맑고 서늘한 계곡물을 닮은 바람이 수시로 불어와 땀을 식힌다. 

잔잔한 물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계방산의 산등을 훑고 내려오는 물의 가쁜 숨소리였다. 강원도 무지개송어의 맛은 바로 저 물줄기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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