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겼지만 맛은 일품인 ‘아귀’
못생겼지만 맛은 일품인 ‘아귀’
  • 배석환
  • 승인 2020.06.24 18:34
  • 호수 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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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바다 웹진(wooribadawebzine.co.kr)

이른 새벽부터 어선들은 하나둘씩 인천수협공판장으로 모여든다. 그날그날, 혹은 계절마다 서늘한 바닷속을 누비며 왕성하게 자라온 바다의 맛을 싣고 오느라 그런 것이다. 볕을 받아 그을린 몸으로 어업인들은 쉴 새 없이 수확한 수산물을 실어 나른다. 이곳, 인천수협공판장의 물량은 전국에서도 손에 꼽힌다고 하니 실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옮기는 데에만 해도 몇 시간을 거진 다 보낸다.

본격적인 경매는 8시면 시작된다. 경매의 모습은 여느 곳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철마다 들이는 수산물이 조금 다를 뿐이고 물량 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경매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울리자 다들 자리에 맞추어 선다. 수없이 보아온 경매 현장이지만 매번 처음 온 듯 새롭고 사뭇 긴장된다. 

활어부터 선어까지 다양한 수산물이 경매에 나오지만 아귀는 언제나 인기 있는 수산물이다. 인천을 대표하는 수산물이 여럿 있지만 그중 하나가 아귀다.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하지만 인천은 아귀 전문점 거리가 조성되어 있을 정도로 아귀 음식이 유명하다. 거리의 이름은 이른바 ‘물텀벙이거리’라 불리는 곳인데 ‘물텀벙이’란 아귀의 못생긴 생김새 탓에 붙은 별명이다. 워낙 흉측하게 생긴 몰골 때문에 잡히면 그대로 바다에 던져 버리곤 했는데, 그때 육중한 몸이 수면과 맞닿아 ‘텀벙’하는 소리가 난다는 것이다. 버리는 행위가 별칭이 됐을 정도로 못생겼지만 맛은 좋다. 

아귀 음식은 일반적으로 탕과 찜으로 많이 먹는다. 갖은 채소와 버무려 양념에 찐 찜의 경우는 건조된 아귀를 쓰곤 하며, 날 것은 탕으로 이용된다. 아귀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실한 살과 내장인데, 담백하고 슴슴하게 즐기려면 탕으로 끓여 먹는 것이 좋고 시원하고 개운한 맛을 보기 위해서 찜이 좋다고 하신다. 날도 적당히 따듯하고 봄철 나른한 졸음이 밀려오니 얼큰한 음식으로 몸 기운을 돋우는 게 좋겠다 싶어 찜을 주문했다.

음식이 하나둘 상에 차려진다. 콩나물이 한가득 올라가 있고 봄향을 한껏 품은 미나리와 함께 갖은 채소, 해산물들도 듬뿍 어우러져 있다. 보기만 해도 매운 기운이 느껴지는 게 금방 식욕이 돈다. 한 젓가락을 집자 아귀의 단단한 살결이 느껴진다. 제법 찰기도 있다. 생긴 게 못났다고들 하지만 잘 조리된 아귀는 실한 살덩이는 푸짐하니 먹음직스럽다. 미나리와 콩나물을 곁들여 입에 넣으니 아삭한 식감과 함께 씹히는 아귀의 살이 달큰하다. 향긋한 봄 내음과 깊은 담백함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아귀살을 씹을수록 감칠맛이 올라와 물리지 않고 잘 들어간다. ‘물텀벙이’란 별명이 참으로 억울하겠다 싶은 귀한 맛이었다.

◆험상궂게 생긴 생선의 반전 매력, 아귀

아귀는 못생긴 생김새 탓에 붙은 이름이다. 최대 몸길이는 1m며, 몸과 머리가 납작하고 몸 전체의 2/3가 머리를 차지할 만큼 거대하다. 특히 입이 매우 크다. 워낙 흉측한 외양 덕에 전쟁통에 먹을 것이 귀한 시절, 겨우 아귀가 서민들의 식탁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그제야 아귀의 참맛을 즐기게 됐다. 

못생겨도 맛만 좋고 더불어 저지방 고단백 식품으로 몸에도 좋아 더욱 귀하신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피부에 좋다는 콜라겐을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잡히면 줄곧 바다로 다시 내던져졌던 찬밥 신세를 뒤로하고 없어서 못 먹는 음식이 되었다. 

아귀의 진미는 간이다. 배를 가르면 위장만큼이나 크게 드러나 있는데 깊은 풍미를 자랑해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거위의 간으로 만든 음식인 푸아그라만큼 맛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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