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머금고 탱글탱글 해진 조개의 여왕 ‘가리비’
찬바람 머금고 탱글탱글 해진 조개의 여왕 ‘가리비’
  • 배석환
  • 승인 2019.11.20 18:45
  • 호수 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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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남도 고성군 자란도 일대의 잔잔한 바다. 앞으로는 사량도가 바람을 막아주고 뒤로는 만으로 둘러 싸여 있어 겨울바다의 차가운 바람을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인지 풍부한 어장이 형성된 것은 물론, 양식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10여분 정도 바다 위를 달리니 망망대해 위로 덩그러니 떠 있는 바지선이 보인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러한 바지선이 여럿이다. 굴양식도 하지만 대부분 가리비 양식장이다. 해무가 드리워진 바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제 모습을 드러내니 양식장을 상징하는 부표가 바다 위를 가득메우고 있었다. 부표 밑에는 조개의 여왕이라 불리는 가리비가 매달려 있을 것이다.

조업은 부표가 매달려 있는 중심축인 모릿줄을 하늘로 들어 올리는 것부터 시작했다. 보통은 바지선에 크레인이 달려 있기 때문에 크레인에 갈고리를 달아 줄을 끌어 올리는데 이곳은 바지선 후미에 설치된 도르래를 이용해 감아올린다. 천천히 들어 올리니 진흙투성이의 긴 통발(채롱)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잔잔하고 푸른 바다가 순식간에 흙탕물로 변해간다. 선원들 중 가장 오랜 경력의 선원이 올라오는 속도를 확인하면서 바지선 위로 통발을 잘 뉘어둔다. 그러면 다른 선원들 2명이서 모릿줄에서 통발을 제거한 뒤 곧바로 양쪽 끝을 잡고 선별기 위에 올려둔다. 이때 2명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들어 올려 선별기 위를 내리쳐야 안에 들어 있는 가리비가 선별기 안으로 쏟아져 들어갈 수 있다. 

 

“통발 5개가 이어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5단 채롱인데 각 단마다 15~20여개 정도 들어 있습니다. 많이 들어있다고 꼭 좋은 것은 아닙니다. 가리비는 알맹이가 커야 좋은 것이기 때문에 보통 15개의 가리비가 1kg 정도 나가면 그 해는 풍년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박기출 어업인의 설명이다.

선별기 안으로 들어간 가리비는 크기별로 나오는 출구가 다르다. 자동화기기라고 하지만 사람의 손이 필요하기도 하다. 안이 비어있는 가리비와 겉면이 깨진 것은 상품가치가 없기 때문에 수작업으로 선별해야 한다.

상품화 가치가 있는 일정 정도의 크기로 자란 가리비가 망태에 담겨지기 시작하고 어느 정도 쌓이면 무게를 재고난 후 최종적으로 포장이 된다. 껍데기가 손상된 가리비는 다시 바다로 돌아갈 수 없지만 그 외의 것들은 다시 바다로 돌아가 키워 판매를 한다고 한다. 

박기출 어업인은 “모릿줄 하나의 길이가 200여 m 정도 됩니다. 그리고 모릿줄에 매달려 있는 통발의 개수가 350여개 남짓”이라며 “하루에 채취하는 양은 주문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평균을 내어 본다면 무게로는 3톤 정도”라고 말했다.

새벽부터 시작한 작업은 해가 중천에 떠오르고 그 끝을 보이기 시작했다. 타고 왔던 운반선에 방금 채취한 싱싱한 가리비 망태가 옮겨진다. 햇살이 망태를 비추니 보랏빛을 비롯해 여러 아름다운 색이 눈에 들어온다. 조개를 생각하면 보통 키조개의 검은 빛깔과 바지락의 회색 빛깔만 떠올려지는데 전혀 다른 색을 발산하고 있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외관에서 조개의 여왕이라는 표현이 문득 떠올려 진다.

선착장에 설치된 컨베이어를 따라 망태가 화물차에 실려 진다. 조개구이를 사랑하는 이들의 미각을 만족스럽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이러한 인기는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라 최근의 일이라 한다. 생산되는 양이 많지 않다보니 안정적인 판로 개척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또한 어업인들이 양식 초기에 서로 자신의 입장만 내세워 일정한 가격 형성이 힘들어 지자 소비자 뿐만 아니라 양식 어업인들에게도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왔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로 법인을 만들어 안정적으로 공급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매진했고 이후 여러 유통업체를 비롯한 연안식당에서도 소비 활성화를 위한 유통 양해각서를 체결해 매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자란만에서 자란 가리비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청정해역으로 지정할 만큼 깨끗한 바다에서 자라기 때문에 수출 효자 수산물로 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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