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풍력으로부터 “전북 수산업 지켜내자”
해상풍력으로부터 “전북 수산업 지켜내자”
  • 김병곤
  • 승인 2019.04.24 18:41
  • 호수 48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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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인 반대집회 고창서 개최… 일방 통행식 해상풍력 ‘항의’
특위 소속 의원들 구시포항 집회현장에서 발 묶여
어업인간담회, 해상풍력 건설반대 성토장으로 변모

 

고창 구시포항에는 고창·부안·군산·김제 등 전북 어업인 500여명이 지난 17일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도 해상풍력반대가 선명하게 적힌 피켓과 플래카드를 들고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 반대를 외쳤다. 

이날 집회는 지난 4일 정부가 ‘재생에너지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현재 공사 중인 서남해 해상풍력 실증단지(60메가와트 20기 규모) 인근에 6배 이상 규모의 시범단지(400메가와트)와 33배 규모의 확산단지(2000메가와트)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포함했다. 

이러한 정부의 계획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민주당 ‘기후변화대응 및 에너지전환산업육성특위(특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실증단지 공사현장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한 어업인들이 의원들에게 반대의 목소리를 직접 전달했다.
 
이날 집회를 주관한 이성태 서남해해상풍력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정부의 계획대로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건설되면 전라북도의 바다가 사실상 해상풍력발전기로 뒤덮여 전북 어업인들의 미래는 사실상 없다고 보아야 한다”며 “발전단지 건설에 대한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현재 공사가 막바지에 다다른 실증단지 추진 과정에서 산자부와 지자체 그리고 사업자인 ㈜한국해상풍력은 어업인의 목소리는 철저히 외면한 채 사업을 밀어붙여 결과적으로 어업인들이 설 자리를 잃고 결국 이 곳 구시포 항으로 내몰리게 됐다”고 주장했다.
 
어업인들은 집회 도중 해상 공사현장으로 향하는 선박에 승선하기 위해 구시포항에 들른 민주당 의원 5명(우원식, 신창현, 김성환, 김현권, 위성곤의원)에게 어업인의 목소리를 다 듣고 갈 것을 요구했으며 이에 의원들도 잠시 걸음을 멈춘 채  김충 고창군수협 조합장, 송광복 부안수협 조합장 등 어업인 대표들의 발언을 들은 후 부안군 상하면사무소에 간담회를 마련하고 이야기를 나누기로 하고 선박에 승선했다.
 
구시포항 집회에 이어 고창군 상하면사무소에서 열린 간담회는 당초 ‘지역상생 이익공유 TF 간담회’로 기획됐으나 사실상 어업인들의 해상풍력발전소 건설 반대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우원식 위원장 등 특위 위원 5명 외에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과 전라북도 정무부지사, 고창·부안군수 등 정부와 지자체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소수 어업인이 약속한 상생협약의 이행 등 금전적 지원을 전제로 서남해해상풍력 시범·확산사업 추진에 동의하는 입장을 표시하기도 했으나 대다수 어업인의 반대목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이승은 부안어업인대책위원장과 이우현 전북어촌계장협의회장은 해상풍력발전 추진이 해양수산분야 전문가의 참여 없이 이뤄져 발전단지 추진 해역의 어업활동 등이 전혀 고려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해상풍력 단지에서 가장 가까운 부안군 위도의 김인배 대리어촌계장은 실증단지 추진 과정에서 발전사업자인 ㈜한국해상풍력과 어업인간 소통이 전혀 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사업 해역 유속이 빨라 구조물 설치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발전사업자 측에 전달했으나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어업인들의 의견에 특위 의원들은 세계적인 신재생에너지 확산 추세와 국내 기업 경쟁력 확보 등을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해상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확산 정책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향후 사업추진 과정에서 어업인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것을 약속했으나 어업인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정부를 대표해 참석했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은 “실증단지 추진 과정에 어업인과의 협의 채널 없이 사업이 강행됐던 부분이 있었으나 향후 시범와 확산단지 추진에 있어서는 어업인들과 긴밀히 소통하는 관계를 만들고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지자체가 해상풍력발전 사업의 추진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한 이날 자리에서 결과적으로 어업인의 사업 반대의사만 분명히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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