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 사람 없는 수산업 미소를 잃다
자원 · 사람 없는 수산업 미소를 잃다
  • 이명수
  • 승인 2019.04.03 21:20
  • 호수 48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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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수산 환경…성장과 사양, 진퇴의 분수령
어업인구 감소 · 고령화 가속, 불확실성 가중

 

수산업 성장산업인가 사양산업인가? 한 때 우리나라 수출의 30%를 담당할 정도로 국가경제에 기여도가 컸던 수산업이 이제 진퇴를 고민하는 산업으로 전락했다. 수산업 환경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갈수록 열악해지고 있는데다 명쾌한 진로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고민을 던져버리고 그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 본지는 창간 10주년 기획으로 우리나라 수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진단해 본다.

◆연근해·양식어업 곳곳이 안갯 속
우리 수산업을 둘러싼 환경은 사실상 최악의 국면에 놓여있다.
 
지속 가능한 수산업의 중차대한 동력인 어업인구의 감소, 어촌의 고령화가 멈추질 않고 있다. 2000년 25만1000명이던 어가인구는 2017년 12만2000명으로 격감했다. 어촌 고령화율은 2003년 15.9%에서 2017년 35.2%로 크게 높아졌다.
 
저성장, 고용부진 등 침체된 국가경제의 영향 탓에 전반적인 수산업 성장률 역시 둔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
 
수산자원 감소, 한·일어업협상 타결 지연 등에 따른 연근해어업 생산량 감소에 수산물 무역역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심화되고 있는 기후변화는 수산업 변동성을 증폭시키면서 고수온 등 어업재해를 촉발하는 등 우리 수산업의 미래를 더욱 안갯 속으로 몰아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부르짖는 이 시대 우리 수산업은 별세계에 있는 듯한 착각 마저 든다.
 
공유지에서 발생하는 수산업의 다양성과 복잡성 등 특성은 많은 정책수요를 유발시키지만 어업현장과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역부족이다.
 
어구·어법이 복잡하고 다양해 41개 업종으로 구성된 어선어업은 자원의 시련을 걷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모두 6만6736척의 어선이 어업활동 중인데 최근 10년간 연근해어업 생산량은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연근해 최대 확보 가능한 수산자원량은 503만톤인데 비해 현 자원량(2017년 기준)은 304만톤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했다. 현 자원량 상태에서 현재의 어획강도가 계속된다면 자원감소가 심화될 우려가 크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국내 업종간 경쟁조업으로 인한 갈등 심화로 어구 과다사용, 공조조업 등 불법어업도 어선어업을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어린물고기는 생태계 관리를 위해 보호돼야 하나 양식장 생사료 공급, 가공품 원료 공급 등을 위해 혼획 등 불법어획이 지속되고 있다.
 
연근해어선 노후화로 생산효율성이 저하되고 안전의식 부족 등으로 연근해어선 안전사고 발생도 이어지고 있다.
 
양식어업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환경 변화로 해상양식은 고수온, 저수온, 적조, 태풍 등 자연재해에 상시 노출돼 있다. 2015년 63억원에 불과했던 양식분야 어업재해피해 규모는 2018년 712억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안전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금지약품 사용 등으로 양식 수산물 식품안전에 대한 국민 불안감이 상존해 있다. 폐쇄형 연안에서 밀집·밀식으로 어장환경 수용력을 초과하고 있고 생사료와 폐기자재 퇴적 등으로 오염부하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어장 노후화는 양식생물 질병 발생, 폐사 등 생산성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어류양식의 경우 투자부족 등으로 성장세가 정체되고 패류·해조류는 종자 열성화 등으로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
 
우리 수산물 유통 대부분 산지위판장, 도매시장·대형유통업체, 전통시장 등을 통해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다단계 구조를 갖고 있다.
 
위판장, 전통시장 등의 수산물 취급 환경이 열악하고 연근해 자원 감소와 계절적 변동은 수산물 수급 불안요인으로 작용하는 유통의 비효율화를 가져오고 있다. 쉽게 부패되는 수산물 특성상 신선도 유지가 필수적이나 위판에서 소비자 구매단계까지 신속 가공, 저온 유지를 위한 유통체계가 미흡한 실정이다. 주요 대중성 어종 수산물 유통비용은 수산물 가격의 51.8% 차지하는 등 높다.
 
수산물 생산·유통 전반의 위생문제, 원산지 허위표시, 수입수산물에 대한 안전성 우려 등으로 인해 소비자 불신이 지속되고 있다.
 
수산물 가공과 수출은 개별기업 중심으로 수산물을 원료로 가공품을 생산해 국내공급 또는 수출하고 있으나 대부분 소규모·영세 구조로 이뤄지고 있다.
 
수산식품기업 대부분이 영세·소규모로 신식품 개발을 위한 투자와 국·내외 소비트렌드 대응이 미흡하다.
 
수산물 수출은 수출의 60%가 일본·중국·미국에 집중돼 있어 글로벌 시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냉동·원물 수출이 수출액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고차가공 수출상품 개발이 미흡하다.
 
◆활력잃은 어촌
현재 우리 어촌은 72개 시·군, 560개 읍·면·동에 어업생산 중심지인 1005개의 법정어항과 1297개의 소규모 항·포구 배후에 위치해 있다. 내수면을 포함해 전국 2029개 어촌계 중심으로 어업생산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어가 규모는 5만3000가구, 어가인구는 12만2000명으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어가 소득도 어가부채 감안시 낮은 수준이다. 2017년 기준 어가소득은 4900만원으로 도시근로자가구소득 5900만원의 82.3% 수준에 그치고 있다.
 
또 어촌계 진입장벽, 양식면허 포화 상태 등의 현상이 이어지면 어업인구 감소, 어촌 고령화가 지속되고 청년 등 신규인력 유입이 없을 경우 어촌사회는 붕괴 우려마저 있다.
 
도시, 농촌지역에 비해 열악한 교통·주택 등 어촌 정주기반은 어촌 주민의 삶의 질과 만족도를 저하시키고 탈어촌현상을 가져와 어촌은 활력을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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