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부터 세상을 향한 아홉 계단
바다로부터 세상을 향한 아홉 계단
  • 김상수
  • 승인 2010.09.15 18:51
  • 호수 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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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정도리 구계등

▲ 새벽의 정도리 구계등 자갈밭

소리를 듣자고 찾아가는 바다가 있다. 전남 완도군 정도리, 일명 구계등으로 유명한 어촌이다. 세월과 파도에 닳아 둥그런 갯돌 층이 바다 속까지 아홉 계단을 이룬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갯돌은 청환석(靑丸石)이라 했다. 본디 수박만 했던 모난 돌이 억겁세월 파도와 만나면서 동글동글 작아진 것일 게다. 청환석, 그 돌무리 위로 가을 햇살과 파도가 부드럽게 스며들었고, 곧 세상 것 같지 않은 소리가 들렸으니, 자연이 선물하는 교향곡이라던가.


▲ 해질무렵의 구계등 자갈밭
명승지 3호로 보호받는 해안

구계등, 참 묘한 자연이다. 깻돌과 몽돌 등 자그마한 자갈이 깔린 해변은 우리 바다에 여러 곳이나 구계등처럼 큼직한 자갈이 위부터 물 속까지 그 크기가 작아지면서 아홉 고랑을 이루고 있는 곳은 이곳 밖에 없는 듯 하다.

길이 800미터, 폭 200m 규모의 이 청환석 해안은 우리 명승지 3호로 지정, 보호를 받는다. 법적인 보호 뿐만이 아니다. 방풍림 등 주변의 자연도 구계등 청환석을 품안에 끼고 보살피는 듯 하다. 소나무와 참나무, 동백나무·소사나무며 서어나무 등등 이름표를 단 40여 종의 수목이 뒤에서 감싸고 있는 것이다.

돌밭 한가운데, 큼지막한 나무가 햇볕을 가려주는 나무의자를 차지하고 앉은 여행객이라면 발의 느낌보다 먼저 귀와 가슴으로 소리를 듣는 게 먼저 할 일이라던가. 청환석 크기마다 소리가 다르다 했다. 태풍 뒤끝 혹은 큰 파도가 밀려들면서 돌밭의 모양새가 수시로 달라지니 소리도 달라질 터. 하여 외지 사람들보다 완도사람들이 더 많이 찾아올 정도라는 얘기다.

빛과 색도 달라진다. 멀리 청산도 위로 해가 뜰 무렵의 빛 혹은 횡간도 너머로 해가 지면서, 혹은 달빛을 받아들이면서 청환석이 내는 빛과 색은 말 그대로 ‘예술’이다. 덕분에 바닷속에서 세상을 향해 난 아홉 계단 구계등을 찾는 여행객들은 뛰어난 풍광뿐만 아니라, 자연이 제공하는 시청각 예술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런 구계등을 품에 둔 완도는 여전히 섬이다. 줄기차게 내리닫던 백두대간 힘찬 산세 중 왼쪽으로 이어진 곁가지 호남정맥 끄트머리께다. 다도해, 그 바다 쪽으로 은근히 휘어드는 산세가 다시 한껏 낮아지며 매듭을 짓는다싶더니, 못내 아쉬운 듯 일 천여 개의 섬들을 흩뿌려 놓았기에 붙은 이름이다.

▲ (왼쪽부터) 몸보다 먼저 가슴으로 구계등을 느끼는 자리 / 전복양식장 / 드라마 ‘해신’ 촬영지

▲ 완도타워에서 본 완도군 전경 / 완도 금일수협 직매장
연중 이런 다도해의 바다와 섬을 보자고 찾아오는 여행객이 끊이지 않는 완도군. 요즘 완도를 찾는 여행객들은 정도리 구계등을 먼저 둘러본 뒤 동망산 정상에 들렀다간다. 정확히는 완도타워에 들렀다 가는 것이다. 푸른 가을하늘 아래 아늑하게 들어서 있는 완도풍경을 보자면 이곳이 제격이기 때문이다.

완도타워에서 내려보는 주변바다는 온통 전복양식장 천지다. 김과 미역, 다시마도 완도의 수산물로 유명하지만, 요즘 완도 어업인들이 주목하는 것은 전복양식인 까닭이다. 음식점마다 전복 메뉴가 들어있어 여행객들은 싼값에 다양한 전복요리로 입맛 호사를 하기도 한다.

완도군의 다른 관광지도 바다를 벗어나지 않는다. 1만 6,000평에 이르는 TV드라마 '해신' 오픈세트는 ‘청해진포구마을’이란 타이틀을 내걸고 여행객들의 눈길을 끌고, 장보고 장군이 청해진을 설치했던 섬 장도는 썰물 때마다 바닥이 드러나 걸어 들어갈 수도 있음에 한 번쯤 들러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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